아는 사람은 아는, 영원한 일본풍 RPG의 고전 파이널 판타지 3. 지난 8월 닌텐도 DS용으로 발매되어 초기물량 완매 후 꾸준한 인기를 자랑하고 있는 작품 되겠다. 15년쯤 전에 발매되었던 구식 게임을, 당시의 느낌을 최대한 살리며 이식한 작품으로 여러가지 평가가 엇갈리는 작품. 이식되면서 추가된 히든보스를 클리어하지 못했으므로 완전한 클리어라고 보긴 힘들지만, 이 게임 특유의 필승전법을 펼치면 지금이라도 클리어할 수 있으므로 느긋하게 레벨 노가다를 진행할 생각.
도탄에 빠진 세계를 선택받은 용사가 구한다.. 라는 이야기 전개와 비교적 단순한 시스템, 그리고 그립기까지 한 외길 진행. 워낙에 여러가지 배경 설정을 가진 주인공들이 워낙에 많은 이야기 전개를 보여주는 게임들을 해 온 사람들에게는 지나치게 단순하고 고리타분하다고까지 느낄 만한 이야기가 단점으로 지적받았다고 한다.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 전체의 팬이라면 주저없이 추천하는 3편의 시스템도 작금의 공부가 필요한 게임들 앞에서는 단순하기 그지 없는 시스템에 불과하다는 평가도 있고, 멀티엔딩, 멀티시나리오 게임들이 넘쳐나는 요즘 시절에 어울리지 않는 우직하고 짧은 외길 진행도 어이없다는 평가도 있다고 한다. 그런 평가를 내리는 이들은 이 게임이 파이널 판타지 3편이라는 것을 잊고 있다는 것을 모르는 것 같다. 주인공들의 배경 설정이 생겼다는 점을 제외하면 거의 원작과 동일한 구성을 가지고 있는 이 게임은 타이틀 그대로 15년전의 파이널 판타지 3일 뿐이다. 리파인도, 리메이크도, 리턴즈도, 3-2도 아닌 3이다. NDSL을 들고 다니는 아이들보다는 15년전에 FC를 붙잡고 밤을 지새우던 소년들을 위한 게임이라고 봐야 옳다. 물론 올드 유저들에게도 변경된 직업 밸런스 때문에 불평을 듣고 있긴 하지만, 15년전 세이브 데이터에 벌벌 떨며 게임월드를 뒤지던 소년들이라면 그런 불만은 가지고 있지 않으리라. 이건, 그냥 파이널 판타지 3니까. 파판3니까.
이식되면서 바뀐 가장 큰 점은, 하드웨어의 성능을 살린 인터페이스와 그래픽이라고 하겠다. 그래도 명실상부한 FC(8비트 패밀리 컴퓨터 시스템. 훼미리라면 아시려나?) 최고의 그래픽이었던 도트 그래픽에서 3D 폴리곤으로 거듭난 지도와 캐릭터, 던전이 우선 눈에 띄는데 기왕 처음부터 작업하는 거 좀 더 좋은 그래픽은 불가능했을까.. 싶기도 하지만, DS라는 기기의 한계상 어쩔 수 없었다고 본다. 그렇다고 더 좋은 그래픽을 원해서 PSP로 이식했었다면 로딩이 기다리고 있었을테고. 또 하나 눈에 띄는 점은 터치 스크린의 활용이었다. 터치펜에 비해 적용 범위가 좀 예민한 감이 있고 완벽한 컨트롤은 불가능하긴 했지만 그런 단점을 덮어두고 게임 자체를 진행하기엔 충분한 조작감을 보유하고 있는 점이 인상깊었다. 터치스크린은 다른 게임들에서 더 유용하고 재미있게 쓰이는 듯 하지만, 어쩐지 다른 게임에 돈을 투자하고 싶지는 않은게 솔직한 심정. 아무튼, 마우스 비슷하게 컨트롤할 수 있었던 터치스크린의 참신함(나만 그런가?)에는 깜짝 놀랐다고 하겠다. 사실 오른팔을 쓸 수 없는 기간동안 왼손 하나만으로 넉넉히 진행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이기에 고마웠다고 하는게 더 정확한 표현이겠지만.
게임 자체는 저 위에 언급했듯 요즘 게임과는 좀 다른 고리타분한 게임의 느낌도 있긴 하지만 RPG를 처음 접해보는 사람이나 지나치게 복잡한 게임을 꺼리는 사람, 과거의 파이널 판타지를 맛보고 싶은 사람, 무엇보다 FC판 발매 당시에 여러가지 이유로 클리어를 하지 못했던 15년전의 소년들에게 강력히 추천하는 게임이라 하겠다. 아, 무선랜에 접속할 수 있는 환경 혹은 NDSL+FF3를 가지고 있는 친구는 꼭 확보해 두길 권한다. DS판에서 추가된 편지라는 요소를 사용해야만 얻을 수 있는 장점들이 있으니.
끝으로 팁 몇가지.
1. 맞닥뜨리는 보스들이 어렵다면, 보스 코앞에서 다시 걸어서 던전입구까지 걸어갔다가 다시 들어가보자. 1~2 정도 레벨이 오르면 틀림없이 싸울만 해질 것이다.
2. 편지교환은 꼭 해두자. 게임 속의 인물이 아니고 친구와 7통만 해두면 알테마웨폰과 직업별 최강무기들, 그리고 히든죠브(잡? 그런거 몰라) 양파검사가 기다리고 있으니까.
3. 게임 후반에 레벨노가다 장소로는 바하무트의 동굴을 추천. 50 전후라면 마검사를 하나 넣고 암흑을 사용하고 다른 캐릭터들은 방어를 선택해 두면 숙련도와 레벨을 함께 편하게 올릴 수 있을 것이다. 60이 넘으면 철거인의 동굴에서 삼색용을 잡는 쪽이 더 이득일 수 있다.
4. 회복은 아이템과 마법을 병행해가며 철저히 해두자. 적들도 크리티컬을 종종 터뜨리므로 생각지 못하게 죽는 경우가 속출할 수 있다.
....이제 파판12를 깨야 하는데... 아, 그러고 보니 파판5 어드밴스도... 으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