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년말, PS1을 처음 영입한 후 여러가지 게임을 거쳐갔었지만, 허접하면서도 마음에 남았던 게임을 꼽아보라면 아직도 기억나는 게임이 있으니 보마헌터 라임이라 하겠다. 이름만 기억하는 사람도 있을 듯하고, 그게 뭐냐고 하실 분들도 있겠지만 아무튼 내겐 나름 의미있는 작품이었다. 특히 엔딩곡이 좋아서 더더욱 그랬고... 얼마전 PS1용 시리즈 3탄을 저렴하게 구하여 PS3로 돌려보다 보니 문득 소장품들이 눈에 띄어 포스팅해본다. 일단 PS1용 3편의 스샷부터.
1. PS1 - 보마헌터 라임 스페셜 컬렉션 VOL.1
PS1 초창기에, 기존의 양대산맥이었던 MD-SFC라는 롬팩 카트리지 매체가 하기 어려웠던 음성과 음악으로 구성된 게임을 보여주고자 하는 의도로 PC-9801에서 이식 발표된 보마헌터 라임. 국내에서는 타이틀은 보마헌터라임이었지만 주인공 라임의 이름을 '보마'라는 어이없는 이름으로 더빙 발매했던 PC판이 이미 존재했지만 당시만 해도 PC 보급률이 그렇게까지 높지는 않았기 때문에 이 PS1 판으로 처음 접하는 사람이 많았더랬다. 당시까지도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던 란마1/2을 닮은 캐릭터 디자인과, 지금 보면 단순하기 그지 없지만 PC엔진 수퍼CD-ROM(또는 듀오)가 아니면 보기 힘들었던 애니메이션 및 전체 음성지원이라는 요소, 그리고 조금 섹시했던 라임의 변신 장면과 코스튬 플레이가 나름 인기 요소...였지만 정말 엄청난 회전속도로 중고로 돌아다닌 소프트 중 하나이기도 했다. 볼륨이 워낙 작은데다 한글 자막이라는게 있지도 않았으니 한번 어떻게 클리어하고 나면 바로 중고 교환용으로 돌리기 바빴던, PS1 초창기 작품.
2. PS1 - 보마헌터 라임 스페셜 컬렉션 VOL.2
PC용 원작이 있던 작품인지라 상당히 빨리 나왔던 속편... 이었지만, 당시 PS1 유저들은 이게 1편과 2편으로 나뉘어 있다는 걸 잘 모를 정도로 막 굴러다니던 게임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비슷한 패턴일색이었던 1편과는 달리, 보마(요괴)이면서 인간 형태를 띄면서 남자 주인공 바스와 애틋한 로맨스까지 연출하는 보마 '돌-DOLL'(마네킹이 보옥의 힘을 받아 보마가 되면서, 인형이라는 뜻으로 이름을 지은 듯. 다른 요괴들은 주사킹, 손지갑군, 양초군....) 에피소드나 나름 최종 결전도 수록되어 있는 작품. 여기서 보마헌터 라임도 끝인가 했었더랬다.
3. PS1 - 보마헌터 라임 WITH 페인트 메이커 (실질적인 3탄)
나름 인기가 있어서 OVA도 나오고 했던 보마헌터 라임이긴 하지만, 도대체 왜 넣었는지 모를 오에카키 기능과 미니게임으로 슈팅게임까지 탑재하여 발매한 PS용 보마헌터 라임 시리즈 3탄이자 최종작. 마우스를 이용해 뭔가 그림을 그리는 것을 즐기는 소프트는 SFC 시절부터 있어왔고, 애니메이션 어드벤처 게임이니 있는게 별로 이상할 것도 없긴 하지만... 이제 와서 보면 정말 쓸데없는 기능을 넣었다는 느낌만... 수록된 3개의 에피소드는 1편과 마찬가지로 비슷한 패턴으로 진행되는 개그물.
4. SS - 보마헌터 라임 퍼펙트 컬렉션
결국 완패로 끝나긴 했지만 PS1과 몇 년간 자웅을 다툰 하드웨어 세가새턴으로 발매된 보마헌터 라임. 내용은 PS용 스페셜 컬렉션 1, 2편과 동일한 듯. 지금 새턴을 돌릴 수가 업는지라 내용물 확인은 못해봤다. ...새턴 에뮬이 있던가.... 근데 이거 돌아가려나..? 아무튼, 새턴으로도 나올 만큼 나름 인기작이었다는 뜻...일까?
5. OST - PC9801, PS1 용 OST
PS판 발매 이후 나온 것으로 추정되는 OST. 사실 OST 전체에는 별로 관심이 없고, 게임판에서는 들을 수 없는 오프닝, 엔딩곡의 풀버전이 너무나 듣고 싶었지만 간단하고 어두운 경로로는 도무지 구할 수가 없어 몇 년전 동생 ANTIDUST에게 부탁하여 일옥을 통하여 구매했더랬다. 80년대 후반, 90년대 중반 애니메이션풍(?)의 곡들이라 뭔가 그리운 느낌으로 들을 수 있는 보컬곡들이고, 특히 엔딩곡 強がりのリフレイン은 지금 들어도 꽤 좋은 곡. 요즘도 가끔 듣는다.
요즘 게임들과 비교하면 참 허접하다 아니할 수 없지만, 그리운 90년대 초창기를 떠올리게 하는 느낌이 가득한 게임들이긴 하다 . 하기사 레트로 게임이라는 것을 모으고 들여다보는 의의가 거기에 있으니.... 이렇게 포스팅한다고 들여다 봤으니 다음번에는 언제 또 볼지 모르겠지만 엔딩곡은 꾸준히 PSP에서 돌아가겠지. 종종 PS1 게임들 포스팅을 해보고 싶은데, 다음 게임은 언제 뭘 포스팅하게 될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