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ikishen의 기억 제4막 - 색선희준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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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소 식상한 후루야 미노루 스타일이 아닌가 싶었던 초반과, 여전히 후루야 미노루 스타일로 당돌하게 끝나는 엔딩, 그리고 어딘지 모르게 브로크백 마운틴을 떠올리게 하는 감상이 남은 작품이었다.

 이 작품에는 3명의 주인공이 등장한다. 이야기를 움직이며 적극적인 인간이 되어가는 주인공1, 주인공의 곁에서 주인공과는 다르게 수동적이지만 긍정적인 방향으로 가게 되는 주인공2, 그리고 극 전체의 악의 축인 주인공3.

 처음에는 주인공 1과 2의 스타일이 너무나 전형적인 후루야 미노루 다크사이드 시리즈였던지라 식상함을 느꼈는데, 주인공3 - 모리타 쇼이치의 행동 패턴과 인물의 묘사가 집중되는 5,6권에 와서는 '과연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이끌어내게 되었다.

 언젠가부터 절대적인 진리는 없다고 생각하게 되었고, 요즘은 특히나 더 그런 생각을 자주하게된다. 나 자신부터도, 소위 말하는 '평범'의 기준에 딱 들어맞는 부분도 있고, 그 평범에 미달되는 부분도 있고, 도저히 평범이라고는 부를 수 없는 이상한 부분도 있고. 다만 그 이상함-독특함-재능(?)이라는 부분이 사회적으로 발현되어있는냐 반사회적으로 발현되어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사회화된 덕후만이 취미 생활을 향유할 자격이 있다고 믿고 있다보니 반사회적인 방향으로 재능이 발현되어 있는 사람들을 보면 무섭기도 하고 혐오스럽기도 하고 그런 기분이 든다.

 그러나, 그 반사회적인 재능-기질-능력 등의 발현이 기술적인 부분인지(과학, 의학, 사회학 연구 등등) 반'인륜'적인 부분인지, 그리고 그 반'인륜'적인 부분이라는 것이 과연 전 인류에게 보편타당을 넘어 절대적으로 지지받고 강요함에 부족함이 있는 것인지에 대해 의문을 품기 시작하면 또  상상의 나래는 안드로이드를 타고 갤럭시를 넘어 ㅋ으로 수렴하게 된다.

 뜬금없이 변태호모영화인 동시에 애절한 시대극 러브스토리인 브로크백 마운틴을 떠올리게 된 것은 그러한 이유다. 자유의 나라 미국에서도 국부를 도려내어 때려죽일 정도로 배척당하던 동성애 또한, 어쩌다 가지고 태어난 성향이 동성애자였을 뿐인데 사회적으로 배척당하고 에이즈셔틀로 인식되는 것이 인류 사회인 것 같다. 그러한 사회에서 동성애자들의 사랑이 때로는 애절하고 서글픈 사랑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는 것은, 비록 나를 사랑하거나 내 주위에 오지 말아주었으면 싶더라도 내가 그것을 이해할 수는 있겠다 싶기도 하다.

 마찬가지로, 5권에 이어 6권 내내 주인공3 모리타가 설명하고 주장하는 '보통이 아닌 나'가 결코 병이 아니라는 것을 그저 궤변으로만 치부하고 비난할 수만은 없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어버렸다. 그가 지은 죄와는 별개로, 짤방 3번째의 대사와 그 다음 컷, 그리고 엔딩에서의 눈물을 보면서, 보편타당한 행복이라는 것은 과연 어디에 있으며, 내가 추구해야만할 행복이라는 것은 어떤 것일지에 대한 생각을 해 본다. 그런 의미에서, 불안하게 지켜보았던 초반과는 다르게 상당한 여운을 남긴 작품으로 이 낮비를 기억하게 되었다...는 이야기. 후루야 미노루, 참 대단한 사람이다.

 - 혹여나 본문에서 브로크백 마운틴을 포함한 동성애자들에 대한 서술을 마지막 단락의 '그가 지은 죄'로 연결시켜 동성애자들에 대한 비난 또는 비하로 받아들이는 사람이 없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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