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ikishen의 기억 제4막 - 색선희준 블로그

정식발매판 1,2권
1,2권 등짝
극초반 주인공 밴드 멤버들
속표지 뒷면

온라인판 소년점프에서 매주 일요일 연재되고 있는 작품, 평범한 경음부의 국내 정식발매 단행본 1,2권. 개인적으로 우연히 온라인에서 이 작품을 볼 수 있다는 것을 알고 나서 매주 일요일 챙겨가며 보고 있다. (2025년 5월말 기준 1~8화까지 무료 공개 중이며, 최신 3화를 무료로 볼 수 있다.) 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 기타를 사고 밴드를 하고 싶어진 주인공 '하토노'가 경음부에 가입하면서 경음부의 친구들과 부딛혀가며 성장하는 이야기.. 라고 재미없게 요약할 수 있는데, 나름 JPOP, 그 중에서도 J-Rock에 관심을 두고 살아온 세월이 있어서 그런지 작중에서 경음부 밴드들이 연주하는 노래의 제목과 가사, 아티스트들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단순히 소재가 되는 이야기 뿐 아니라, 하토노와 친구들이 보여주는 매우 다양한 모습들과 그 상황에 어울리는 선곡이 대단히 매력적인 그런 작품이라고 하겠다. 

1권의 공연 장면 중
온라인판 소년점프의 장면
비스크돌 14권 중 노래방 장면

그리고 사실 걱정을 조금했었는데... 정발판에서는 공연 중의 노래가사들이 모두 잘려있다. 뭔가 선정적이고 음란하거나 폭력적인 작품에서 검열되는 건 봤어도, 음악을 연주하고 노래를 가창하는 내용이 자주 등장하고 주된 소재인 본작에서 이건 좀 매우 치명적이라고 하겠다. 사실 원작도 거의 1절 가사가 통으로 들어가는 수준인지라, 한국에선 그게 뭐 어쨌다는거냐고 할 수 있어도 저작권이 지엄한 일본에서는 문제가 될 수 있겠다 싶긴 했었다. 어쨌거나, 원본은 가사가 모두 수록되어 있었고 인물들이 본인의 마음이나 하고 싶은 말을 잘 표현하는 가사에 실어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는 것이 본작의 매력이라고 하겠다. 

개인적으로는 시끄러워서 별로 안 좋아했던 긴난보이즈(정발판에선 GING NANG BOYZ로 번역)였지만, 위 짤에서 맛간 눈으로 노래하고 있는 닛타 타마키(초반 기준 3학년, 경음부 부장)의 은퇴공연이었던 'ANGEL BABY(긴난보이즈)' 장면을 보고 애플뮤직에서 곡을 찾아 듣고 그대로 빠져서 며칠 동안 엔젤 베이비만 들었더랬다. 또한, 원래 좋아했던 Ellegarden 의 Jitterbug는 하토노가 본격적으로 각성을 시작한 시점에서 열창하는 모습을 보고 가사와 기가막히게 떨어지는 걸 보고 더욱 좋아하게 되기도 했고.

일본의 저작권법이 매우 엄격하여(나쁘게 말하면 욕이 나올 정도...) 국내 정식발매 되면서 곡의 가사가 1절 이상으로 통째로 수록되고 번역되어야 하는 작품의 특성상 허락이 떨어지지 않아 저렇게 무음 음표로 처리할 수 밖에 없었음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지만, 기존에 발매되었던 '그 비스크돌은 사랑을 한다'에서도 등장인물이 노래방에서 선곡하여 부르는 노래의 가사로 주인공(주로 기따가와 마린')의 상황이나 마음을 돌려서 표현하는 연출을 사용했었는데, 이 때는 가사를 꽤 많이 수록했던 전례가 있다. 이거 괜히 지적하고 따져들면 비스크돌도 수거, 검열하려나.

개인적으로 더듬더듬 원서(소년점프 온라인)를 매주 일요일 아침 기대하면서 찾아 읽고 있는 본작을 정식발매판으로 편하게 읽고 싶었지만, 이래서는 금전을 지불하여 구매할 가치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원서에도 포함되어 있던 것 같은 특별부록들이 충실하게 주어지는 것은 고맙고 반갑긴 하지만, 인상적인 가사와 함께 작품이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함께 느끼며 그 곡을 찾아 들으며 향유하고 싶은 일본음악의 폭을 넓힐 수 있는 기회를 이렇게 '모종의 이유'로 검열되는 모습을 그대로 봐야 한다니. 지금이 과연 2025년이 맞는 것인지, 영화 쁘레따 뽀르떼의 후반 누드 패션쇼 시퀀스를 통째로 핑크색 검열을 하여 내보내던 90년대와 달라진 것이 없는 건지 (물론 이 비교는 보여지는 상황이 비슷한 것이지 검열의 사유는 전혀 다르다) 참으로 아쉽다고 하겠다. 

1,2권을 구매했지만 1권의 오픈샷만 있는 것은 실망이 커서 1권을 다 읽지도 않았고 2권은 비닐도 뜯지 않아서 그렇다. 1,2권의 가사 부분을 정상화한 개정판과 같은 정책으로 만들어진 3권 이후의 정식발매판을 기다리고 싶지만, 과연 그게 가능할런지 궁금해진다. 모종의 사정이랄까, 어른의 사정이라는 것은 결코 쉬운 것이 아닐 것이기 때문에... 평범한 경음부가 검열된 경음부가 되어버린 것이.. 너무나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