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ikishen의 기억 제4막 - 색선희준 블로그

 어린이에게 주어져야만 할 것은 무엇일까? 나는 감히 단언하건데 학교 앞 문방구라고 생각한다. 솔직히 요즘 초등학생, 중학생, 고등학생들이 어떤 환경에서 어떤 커리큘럼을 가지고 학습활동을 하고 있는지는 잘 모르지만, 적어도 어린이들에게 준비물과 장난감과 군것질 거리를 제공하는 학교 앞 문방구는 너무나 소중한 존재라고 생각한다. 내가 기억하고 추억하는 학교 앞 문방구를 뜻밖에도 대만, 그것도 맛집의 거리라는 융캉제에서 만났으니 이건 참 대단한 우연이라고 할까 운명이라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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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상 1층, 지하 1층이라는 대륙의 기상이 느껴지는 큰 규모의 문방구를 둘러보며 잊고 살던 동심을 잠시 되찾아보며 시간을 보내다가, 지금 이럴 때가 아니라는 생각에 아쉬움을 뒤로 하고 문방구를 나섰다. 적당히 점심도 소화가 된 것 같으니 대만에서 꼭 먹어야 한다는 고놈의 망고빙수를 먹어보기로 하고, 융캉제로 들어서면서 점찍어 둔 스무시(思慕昔)를 찾아가 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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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문으로 익히 들어보긴 했지만... 감상을 간단히 말해본다면... 나는 알고보니 망고성애자였다....라는 느낌. 정말 이렇게 맛있을수가!!라는 생각만 들더라. 물론 기름진 소룡포와 고깃국을 먹고 덥고 습한 거리를 한참 걸어다니다 시원하고 단 빙수를 먹으니 행복한 거야 당연지사긴 했지만, 이건 단순히 달고 맛있다는 말로는 좀 설명이 힘든.. 아무튼 무척 맛있었다. 한국에 지점을 내는 패기는 다 근거가 있는 것이었다. 먹으면서 망고빙수가 없어져 가는 걸 서글프게 바라보다가, 매우 붐비는 매장에 오래 앉아있기도 좀 그래서 가게를 나섰다. 약간 애매한 오후시간을 어떻게 할까 하다가, 조금씩 비가 내리기 시작하는 걸 보고 우산을 가지러 별로 멀지 않은 호텔로 돌아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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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텔에 돌아와 잠시 지친 다리를 쉬고, 휴식을 취한 뒤, 어딜 가볼까 하다가 낮의 문방구 탐험 덕분에 탄력이 붙은 덕질을 위하여 시먼딩에 다시 도전해 보기로 했다. 전날 못 먹었던 1973 닭튀김과 만약 여건이 된다면 도전할 예정이었던 3형제 빙수(스무시와는 다른 맛으로 유명한 망고빙수집이라고 하더라), 그리고 서문홍루와 애니메이트 정도를 타겟으로 두고.

 서문홍루는 듣던대로 주말에 열리는 아티스트들의 야시장 같은 천막 부스가 잔뜩 열려 있었다. 독특한 디자인의 티셔츠나 장신구 등을 판매하는 부스가 많았는데, 지갑이 열리지는 않았지만 충분한 눈요기는 되었더랬다. 또한, 서문홍루 안에도 개성적인 디자인샵(부띠끄?)와 과거 서문홍루의 역사를 보여주는 전시품이 있어서 시간이 된다면 한 번 쯤 들러볼만한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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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문홍루를 나와서 1973 치킨을 먹고, COCO에서 버블티를 마시고, 애니메이트를 비롯한 오덕샵을 3군데 돌면서 덕력을 충전하노라니, 시간이 상당히 흘러갔다. 추천받은 몇가지 먹거리를 구매하기 위해 시먼딩에서 멀지 않다는 까르푸로 이동해서 쇼핑을 하고 택시를 잡아 호텔로 돌아왔다.

 대만에 있는 동안 택시를 세번 탔는데, 대충 한국과 비슷한 가격대가 형성되어 있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다만, 영어가 유창한 분도 있고 전혀 안되는 분도 있어서, 목적지의 이름이나 사진을 스마트폰에 띄워 보여주는게 가장 효율적인 목적지 설명인 것 같았다. 송쟝난징이라는 이름을 열심히 발음해도, 어떤 분은 알아듣고 어떤 분은 못알아듣기도 하고...


 사실 이번 여행 최대의 실패가 신발을 잘못 들고 간 것이었는데, 우주편하다는 평을 듣고 샀던 크록스에는 발이 까지기까지 했고, 단화는 발이 아프더라. 본가에 두고 온 런닝화가 무척 그리워지던 기억이 새롭다....  그렇게 아픈 발을 부여잡고, 내일 아침에는 발이 좀 편해지길 기대하며 맥주를 마시고 주전부리를 먹으며 일본 예능을 틀어주는 호텔 TV를 보다가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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