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ikishen의 기억 제4막

 피시통신, 소위 통신이 그렇게 대중적이지는 않았던 90년대 후반, 오락실에 리듬액션게임이 스멀스멀 퍼져나가기 시작하던 무렵. 당시에 신작 정보는 일본의 웹사이트에 게재된 것을 국내 게임커뮤니티의 열혈 유저가 퍼나르는 것이 아니라, 거의 대부분의 정보가 게임잡지를 통한 정보였다. 신작 게임의 발매 소식은 대체로 빨라야 한달 전에 알 수 있었고, 정확한 인컴테스트날이나 출시일은 정말 관심있는 사람이 아니면 알기 어려운 시절이었다. 비트스테이지(비트매니아의 한국판)가 서서히 인기를 올려가며 새로운 리듬액션 게임인 기타프릭스가 나올 것이라는 정보를 접하고 당시 먼 길을 마다않고 다니던 총신대입구 역의 어느 오락실에서 뜬금없이 기타프릭스를 만났던 그 날 느꼈던 흥분을 나는 잊지 않는다.

  

 물론 기타프릭스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리듬액션게임도 아니고, 당연히 내가 가장 잘하는 리듬액션게임도 아니다. 30줄이 훨씬 지나 40대가 가까워 오는 이 시점에서 리듬액션게임은 여전히 좋아하는 장르이기는 하나 어디 가서 자랑할만한 실력은 절대로 아니며 그나마도 전자계집과 노는 게임 정도만 챙겨서 가까스로 클리어나 할 실력일 뿐... 하지만, 요즘 세상에는 잘 찾아보기 힘든 오락실에서 그나마도 만나기 힘든 희귀한 리듬액션게임을 만나는 것은 여전히 설레이고 즐거운 일이다. 


 결혼 후, 또 하나의 집이 부산에 생겼고, 명절이나 휴가철이면 한 번씩 찾게 되는 대연동이라는 동네는 경성대와 부경대가 가까운 탓에 제법 번화가의 모습을 하고 있는 동네이다. 정치적인 이슈로 유명했던 복요리집도 있고, 수많은 술집과 세계요리집이 있으며,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원룸과 원래 거기 있던 주택가가 어우러진, 좀 시끄럽지만 사람사는 냄새 물씬나는 동네이기도 하다. 원래 전자오락을 좋아하는 내게 가까운 오락실이 4곳이나 있다는 것은 꽤 반가운 일이기도 하고. 


 문제는, 원래 대충 거기 있는 걸 알고 있던 오락실들 말고 이번에 새로 발견하게 된, 어느 건물 4층에 위치한 리듬액션게임 전문 오락실이 있다는 사실이다. 아니 뭐 꼭 문제랄 것은 없지만, 서울에서도 보기 힘든 전자계집게임을 비롯해서 비트매니아2디럭스와 댄스댄스레볼루션을 그 곳에서 처음 할 수 있었다는 사실과 그 사실이 새삼스러웠다는 이야기가 하고 싶어서 이렇게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다 하겠다. 


 사실 나는 결혼을 하고도 원래 갖고 있던 취미를 적정선에서 이어가고 있긴 하지만, 그 안에서 전자오락의 비중이 많이 줄어든 것이 사실이다. 예전처럼 신작 게임을 꼬박꼬박 체크하고 있지도 않고, 어떻게든 시간을 만들어서 게임을 클리어하고 있지도 않다. 오락실에 발길을 옮기는 것은 많은 30대 게이머들이 그렇듯 참 하기 힘든 일이다. 하지만, 그 덕분인지 이번에 새로 발굴한 부산의 어느 오락실에서 만난 게임들의 첫인상과 그 느낌은 저기 위에 적은 기타프릭스를 처음 만났을 떄의 느낌과 아주 많이 닮은 구석이 있었다. 익히 알고 있고, 다른 모습으로 과거의 어느날에 질리도록 플레이했던 노래와 게임스타일이었지만, 실로 오랫만에 느껴보는 즐거움이었다. 


 물론 그 시절에 선택했던 난이도보다는 훨씬 낮은 쉬운 난이도로만 플레이했고, 당시보다 더 많은 코인을 투자할 수 있었지만 그렇게 하진 않았고, 둘러보고 구경하는데 더 많은 시간을 썼지만, 그 익숙했던 전자음 가득한 소음속에서 알고는 있었지만 실물로는 처음 만져본 그 느낌은 매우 그리운 설레임이었다. 


 로또가 두 번 쯤 되어서, 언젠가 외진 창고 건물안에 비트매니아 컴플리트믹스와 댄스댄스레볼루션 써드믹스와 기타등등의 내가 사랑했던 게임들을 잔뜩 모아놓을 수 있는 날을 다시 한 번 떠올려보는 그런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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