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ikishen의 기억 제4막 - 색선희준 블로그

언제나의 혼웹박스과대포장은 이미 전통컨셉에 잘 어울리는 선정인 듯.

 앙상블 EX 시리즈는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선정도 있고, 중장X중장이라는 모토에 걸맞는 기체 선정도 있는데, 지난번의 인레에 이어 이번에는 다소 뜬금없는 F90이 등장했다. F90이라고 하면 국내에서는 아무래도 역시 세미나 과학의 A타입과 S타입을 떠올리는 분들도 많을 것이고, 박스와 이름을 바꿔 동일한 제품을 판매한 파이널 파이터 K어쩌구 하는 황당한 네이밍의 제품을 떠올리는 분들도 계실 것이다. 혹은 아카데미의 제품이나, 그 모든 것이 하나로 들어있던 반다이의 원본이나.

F90 기본 소체실드에 F90이라고 써있지..않다.등짝은 뭐..

이번 앙상블 EX10탄의 F90은 프라모델로는 만나본 기억이 없는 것 같은, D(데스트로이드) 타입과 H(호버) 타입의 2가지로 환장할 수 있는 구성이다. 소체가 하나뿐이라, 기본 타입까지 재현하려면 3개를 질러야 하는 건가 하는 의문도 들지만, 이 기체에 그렇게까지 애정을 가진 사람은 아마도 없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일단 기본타입으로 만들어 봐도, 앙상블의 장점인 가동과 디테일을 모두 잡은 구성을 보여준다. 특히 앙상블에서는 본 적이 없는 것 같은 동체의 컬러링이라거나, 설정을 완전 재현한 하드포인트 커버 구성 등을 보면 더더욱.

왼쪽이 D타입, 오른쪽이 H타입 부품들.환장 전에는 소체도 준비를 해줘야...

환장 부품의 일부는 조립식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결합강도가 비교적 타이트한 편이라 그대로 끼워주기만 해도 부품이 이탈하지 않고 잘 고정되어 있다. 계절이 한바퀴 돌고 나면 어찌될지 모르지만 그건 뭐 그 때 가 봐야 아는 일이고... 사실 별 것 아닌 부분이지만, 어깨와 양팔다리 하박의 하드포인트 커버를 제거해주는 과정이 다소 귀찮으면서도 원작 설정을 잘 살렸구나 하는 느낌이 들어 좋았다.

D 타입은 디스트로이 타입이라고 하는데, 그리 중무장이라는 느낌이 들지는 않는다. 양팔 하박의 미사일런처와 리어 스커트에 장착하는 무장이 증설되고, 어깨와 종아리에 보조 부스터가 추가되는 정도. 덕분에, 가동성에 크게 방해를 주지 않는 느낌으로 변경된 무장을 즐겨볼 수 있다.

H타입은 호버타입이라고 하는데, 구프 플라이트 타입이나 돔을 연상케 하는 호버링 유닛 같은 추가 장비가 종아리와 리어/사이드 스커트에 증설된다. 양 어깨에는 로켓런처가, 왼팔에는 독특한 느낌의 실드, 오른팔에는 보조 무장과 전용 핸드건이 추가된다. 정면에서는 잘 느껴지지 않지만, 스커트와 종아리의 추가 부품들이 꽤 충실한 호버링 유닛이라는 느낌을 주는데다, 양 어깨의 무지막지해보이는 로켓런처와 무장 등, 컬러잉까지 풀아머건담이 떠오는 모습이라 상당히 만족스럽다.

 사진에는 등장하지 않았지만, 기본타입과 D타입에 붙는 란도셀의 빔사벨은 분리되며, 별도로 제공되는 클리어 부품을 꽂아서 빔사벨을 2개 재현할 수도 있고, 구멍뚫린 손 외에 편손 1켤레와 구멍없는 주먹손 1켤레도 들어있어 실로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 최종적으로는 부품도 많이 붙고 느낌이 가장 좋은 H타입으로 만들어 두었는데, 역시 남는 부품들이 아까워서 소체만 따로 팔았으면 아쉬움이 남는 것이 사실이다. 예전의 헤이즐 커스텀이 그랬던 것처럼 A나 S, V 타입으로 일반 시리즈 라인업으로도 등장할 가능성이 어느 정도는 있는 것 아닐까...하는 부질없는 기대를 또 해보게 되는, 그런 한정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