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ikishen의 기억 제4막 - 색선희준 블로그

 

당근에 올라왔던 당시 사진

당신 근처의 마켓...은 참 우리의 인생과 건강을 풍요롭게도 하고, 또 해롭게도 한다는 것을 배운 한 주였다. 날도 따뜻해지고, 코로나도 뭔가 물러가..지는 않았지만 그냥 함께 갖고 간다는 느낌이 강해지는 한 주를 지내면서, 당근밭에 올라왔던 위모콘 5천원! 이라는 사진을 보고 덥석 물었는데, 그게 그저 시작이었을 줄은...

회사 점심시간을 이용해서, 멀지 않은 곳에서 후딱후딱 거래가 진행되고 나서 사무실에서 슬쩍 실리콘 커버를 벗겨보려고 하는데.. 뭐라 형용할 수 없는 찝찔하면서 케미컬한 냄새가 올라온다. 그러고보니 흰색 커버를 통해서 뭔가 노란국물(에이씨..)이 보이는 것 같기도... 이것이 누액인가...

일단 오천원짜리 도전과제라 생각하기로 하고, 구글에 '위모콘 누액'을 쳐보니, 위모 까지만 쳤는데 콘 누액이 자동으로 따라붙는다. 대충 검색해 보니 '누액은 누구에게나 찾아옵니다. 드라이버를 사서 열어보고, 레몬주스(???)로 잘 닦아 줍니다' 라는 내용이 대세를 이루는 걸 확인.

 

지금까지 딱히 닌텐도 기계를 뜯어본 적이 없어서, 인터넷 쇼핑을 뒤져 3천원짜리 드라이버를 주문했다. 하루면 온다더니 이틀이 걸린다. 참고로 290원짜리(????)도 있던데 뭔가 그래도 천원은 해야 제값을 하지 않겠나 싶어서 3천원 짜리를 선택. 산 김에 일단 검은 놈을 뜯어본다. 세종때 정승을 지낸 황희가 젊을 때 길을 가다가 물었다던가, 검은소가 일을 잘하오, 파란소가 일을 잘하오? 농부가 올라와서 귓속말로 이렇게 말했답니다. '그건 모르겠고 선비님 귀가 섹시하시군요 하아~'

...죄송합니다. 아무튼, 나사 4개를 풀고 조심조심 열어보는데, 위모콘 윗부분이 잠금쇠 같은 형태로 되어있어 힘이 들어간다. ...하나 분질러 먹고 내부 부품을 팝콘튀기듯 터뜨리며 분해에 성공. 겉으로 보이던 파란 누액 부식들이 보이긴 하는데, 일단 전지를 이리저리 연결해봐도 불이 안들어 온다. 이럴 줄 알고 문방구에서 5천원에 사온 초딩 4학년 통전실험 교재를 꺼내 전지박스와 악어집개로 기판 뒷면의 납땜된 단자부에 전극을 확인하고 물려보니.. 불이 들어온다. 그럼 뭐 남은 건 잘 닦아줘야지.

유통기한이 2년쯤 지난 것 같은 요리용 레몬즙을 꺼내서 면봉에 듬뿍 묻혀 기판에 달린 전극 부분을 닦는데.. 숫놈과 닿는 부분은 잘 닦이는데... 암놈과 닿는 부분이... 집나간 아들내미 다리몽댕이 분질러지듯 똑 부러져 나간다. 여기서 잠시 멘붕이... 잘 보니 이부분, 기판과 연결되는 부분이 기본적으로 취약하다. 게다가 누액으로 인해서 케이스와 연결되는 부분이 빡빡해져 있던 모양이라, 이걸 힘으로 열다보니 연결부가 약해져서, 면봉을 대니 똑 부러져 버린 것으로 추정되었다.

다시 한 번 초딩4학년용 통전실험교재에서 교재용 전선을 꺼내왔는데... 도저히 땜질을 하지 않고는 튼튼하게 연결할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다. 결국 산책을 핑계로 동네 생활용품점에 가서 6천원짜리 권총형 인두를 사와서, 대충 25년 전 중삐리 실과시간 이후 맡아본 적 없는 거 같은 실납의 해로운 냄새를 맡으며 기판 태워먹을 기세로 전선을 땜질. 케이스에 붙어있던 반대편 전극은 레몬수를 들이붓고 거품을 면봉으로 닦아내고 케이스째로 물청소를 해줬다.

다 말리고 물기를 제거한 후, 악어집게와 꼬마전구로 전기가 통하는 걸 확인하고 조심조심 케이스를 조립해 줍니다. 부러진 걸 전선으로 이어준 암놈과 닿는 전극은 케이스에 미리 들어가도록 하고 조립한 후, 전지를 넣고 아무 버튼이나 눌러줬습니다. 불도 들어오고, 우이 본체와 연결도 잘 됩니다. 잘 되는 걸 확인하고 신이 나서 이제 파란놈을 뜯어봅니다. 황희정승이 그랬다지요. 검은ㅅ... 죄송합니다. 그런데, 파란놈은 뜯는 감촉부터 이상합니다.....

주황색 부품은 터져나갔다.
버튼의 전극부까지 누액이 심각하다
 

기판의 전극을 직접 대봐도 전기가 안 통하는거 같고, 이걸 청소해서 살려본다는 발상 자체가 문제인 것 같았다. 더 이상 수고하지 말고, 5천원에 위모콘+눈챠크 하나 건졌다고 생각하기로 하고, 파란 위모콘은 대충 조립해서 재활용 박스로. ...그런데, 저거 산다고 차끌고 나가서 이 비싼 시국에 기름값 쬐끔 쓰고, 없던 y드라이버+배송비, 초등4학년 통전실험 셋트, 인두, 납향기가 인체에 끼치는 해로운 영향, 누액 닦는다고 쓴 면봉들, 주말의 몇시간... 뭐, 이런거 다 생각하면 이바닥에서 못 사는 거죠. 좋은 공부+재미있는 실험놀이 했다고 생각하면 뭐....

아무튼, 이렇게 5천원에 모션플러스 내장형 위모콘+눈챠크 하나 생긴 이야기...였습니다. 근데 이거 과연 몇 번이나 써먹으려나?

Comment +2

  • eihabu 2022.04.18 10:20

    근데 또 수리하는거 자체가 재밌기도한...

    오픈월드게임에서 퀘스트를 클리어하는 느낌적인 느낌..

    • 실패했으면 개쨔잉났을거 같은데 두개중 하나라도 살려서 재밌긴 했음ㅎㅎ 다양한 재료를 얻어야 했으니 퀘스트 클리어 맞는 듯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