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ikishen의 기억 제4막

 적어놓고 보니 엄청 일본 애니메이션 부제스럽다. 뭐 어쨌건.

 작년 이맘때쯤 예전 블로그에 비슷한 글을 적었었는데, 어느덧 계절이 한바퀴 둘아 다시 앵두나무 꽃이 피는 계절이 되었다. 이제 또 앵두가 열리는 시기가 돌아올 것이고.

 아마도, 이 앵두나무꽃을 보는 일은 이 봄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해 본다. 작년에도 거의 같은 심정이었지만, 이번에는 보다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느낌이다. 가는 세월이 아쉬워, 또 다시 사진으로 남겨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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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혼자만의 생각이겠지만 나 자신도, 앵두나무도, 은행나무도, 집도 변하지 않았지만 세상은 항상 변하고 있다고들 한다. 나무와 집은 20년전 이 집에 처음 왔을 때와 다름없이 땅에 뿌리를 박고 든든히 서있을 뿐인데. 할 수만 있다면 우리집 부근의 시공을 그대로 박제를 떠서 그 안에서 살아가고 싶다는 부질없는 오타쿠적인 생각을 해 본다. 계절의 흐름에 맞추어 꽃은 피고 지고 열매맺을 뿐인데, 열매가 여러번 맺히면 사람은 변해간다는 상식과 진리가 문득 가슴을 에인다. 한결같이 이파리를 틔우고 꽃을 피우는 가느다란 앵두나무처럼, 그렇게 변치않는 모습으로 나이먹을 수 있다면 정말 좋을텐데...

 사진의 꽃들이 모두 지고 그 자리에 붉고 토실한 앵두가 맺히면, 아마도 저 자리에 피어있는 꽃을 다시 보는 날은 찾아오지 않을 것 같다. 앵두나무집 총각이라고 불리던 것을 좋아했던 나도, 꽃이 지고 이 곳을 떠나면 두 번 다시 그렇게 불리울 날은 오지 않을 것 같다. 사람은 모든 것과 만나고 헤어지지만, 나 스스로의 한 이름과 헤어지는 것은 다른 헤어짐도 그렇듯이 서글프기만 하다. 꽃은 그저 꽃으로 피었고, 열매를 맺기 위해 지는 모습은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함이 아니지만 막연한 서글픔을 형태로 투영하고자 하는 초라한 욕심은 그 모습 하나하나에 의미와 아름다움을 부여하고 있다. 그 덕분에 앵두나무집 총각은 웃으며 가야할 때를 알고 떠나갈 채비를 하고 있는 것일게다. 누가 그렇게 보아주지 않아도, 아직은 앵두나무집 총각인 나는 우물을 들여다보며 그렇게 생각하고 있으니까. 조만간 헤어질 앵두나무집 총각이여, 안녕히. 안녕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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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22

  • 그러고보니 이 글과 비슷한 글을 전에 본 기억이 납니다. 벌써 작년인가요?
    얼마뒤에 이사 가실 예정이신가보군요. 그전에 한번 놀러갈 수 있을지...
    이렇게 된김에 형네 집으로 꽃놀이를 간다거나...

    • 가는 건 가을 예정이고... 한달 정도면 저 꽃들이 있던 자리에 앵두가 열릴테니 뭣하면 앵두따기 대회라도 열어볼까 싶구먼.

  • 해돌 2007.04.26 22:19

    앵두나무 우물가에 동네총각 사색에 잠겼네~대외전 바쁜일정 모두모두 물리치고~
    아직 멀머먼 가을쯤 이사할 계획.......(뭔노래냐......)

    근데 너네집 앵두 나 아직 맛도 못봤다........2년 넘게 다녔는데........으아아앙 올핸줘

    • 한달 쯤 뒤에 열릴테니 양껏 따가세요. 실은 작년에도 무척 많은 양을 그냥 안따고 말았다지요..

  • 우진 2007.04.26 23:49

    전 어언 20년 되가는데도 불구하고 그게 앵두나무였는지도 몰랐......;;

  • 중년 2007.04.27 11:59

    어제 형이랑 노래방 가는 꿈을 꾸었어요.
    맥주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 미령 2007.04.27 12:59

    저는 앵두나무 꽃을 처음 봤어요. 너무 예쁘네요.
    (저걸 보면서 어느 그릇 메이커를 떠올리면 막장일까요.ㅠ_ㅠ)
    그래도 예정이되어있어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는건 좋을 것같아요.
    저같은 경우는 급작스럽게 이사가 결정되는 경우가 많아서 아쉬움과 충격이 더 컸답니다.
    마지막을 즐겁게 누리시길 바래요.

    • 앵두꽃이 그려진 그려진 그릇 메이커가 있나 보네요. 작은 소품 같은 이미지가 떠오르는군요.

      마음의 준비는 꽤 오래전부터 하고는 있지만, 잔정을 잘 못떼는 편이라 이사간 뒤에 향수병에 걸릴까봐 걱정이랍니다. 이사가고 나면 곧 동네 자체가 허물어질 예정이라서 더 걱정이에요.

  • 마지막 꽃은 크게 찍혀서 그런가 왠지 해당화 같은 분위기네요. +_+
    앵두나무 꽃은 뭐랄까, 되게 청초해 보이네요. 하늘하늘~
    약간 붉게 물든 듯한 꽃잎 끝자락도 예뻐요.
    저도 한 집에 오래 살아서 그런가 이사간다는 게 상상이 가지 않는데...
    (좋지 않은 동네지만 이사가고 싶지 않...-_-; 떠나는 게 싫어요.)
    시키센님이 이사가시더라도 앵두나무는 좋은 추억으로 남아 있을 것 같아요.

    • 저도 이제껏 이사를 그리 자주 경험하지는 않았습니다만, 단지 방을 옮기거나 방 구조를 바꾸는 것도 완료된 뒤의 신선함과는 별개로 매우 귀찮고 싫은 작업이라고 생각하는지라 싫네요. 벌써 저 꽃들도 거의다 져서, 이제는 정말 사진으로만 볼 수 있게 되어버렸네요. 그래도 사진이 남아있으니 다행이랄까요..

  • 2007.04.29 15:53

    비밀댓글입니다

    • 앵두꽃은 향기가 거의 없는 꽃으로 가억합니다. 저 꽃 앞을 가까이 매일 지나다녔는데 향기를 기억하지 못하는 걸 보면 말이죠.

      비 소식이 있긴 하지만, 모두 다 기분 좋은 일만 가득했으면 좋겠습니다. 활기찬 한 주 되세요~

  • 수려 2007.04.29 16:38

    안녕하세요 덧글 남겨주신거 보고 왔습니다:> [사실 예전에도 와봤었습니다]
    앵두나무꽃은 저도 처음봤네요. 저 붉은꽃은 동백 비슷한 아이가 아닐까 싶습니다:3

    • 꽃을 잘 모르다 보니 동백인가 하면서 또 혼자 끄덕끄덕하고 있습니다.

      저도 AyakO 님 포스팅 관련하여 가끔 눈팅하러 간답니다. 들러주셔서 감사합니다~

  • 수려 2007.04.30 10:27

    헉 그쪽으로 넘어오신다니 심히 민망스러운데요!?....;ㅁ;

  • 앵두꽃은 처음 보는듯하네... 오늘의 포스팅을 보니 봄은 봄인가봐... 근데 직접적으로 봄을 느끼지 못하는건지... 벌써 불감증인가?^^;

    • 봄을 지나서 이제 여름인 척 하기 시작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성님의 봄은 이제부터 시작인 것 아닐까요? 축하드립니다!!

  • eihabu 2007.05.01 13:53

    형...이사갈때 건프라가 상하지는 않을까 꽤나 신경쓰일꺼 같은데??
    난 부산내려오면서 이사를 3번이나 했는데...
    그때마다 제일 신경쓰이는 건 게임기, 가스건 뭐 이런게 젤 신경쓰이더라..

    • 아무래도 빈약한 뿔이 달린 건프라들이 신경쓰이긴 하지만, 신경쓰는 차원을 넘어 그 짐들을 다 어떻게 정리해서 집어넣고 나중에 다시 풀어 놓을지 걱정걱정또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