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ikishen의 기억 제4막 - 색선희준 블로그

요 아래의 포스팅에 적었던 '더 퍼스트 슬램덩크' 관람 이후,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슬램덩크에 대한 팬심이 살아나던 가운데, 너무 오래 잊고 살다보니 딱히 갖고 있는 슬램덩크 관련 아이템이 없다는 생각을 하다가... 다른 옛날 카드다스들과 함께 모아놓은 이 슬랭덩크 카드다스가 생각났다. 대충 1993년 또는 1994년이라고 생각했는데, 카드 뒷면에 씌여있는 저작권 표시를 보니 1994년이라고 되어 있기는 한데... 분명 1993년 경에 봤던 것 같은 기억이 나기도 하고. 

넘버링 1번이 없고, 2~7번까지의 카드. 2번 강백호 카드는 프리즘.

이 카드를 모으던 시절에는 대원을 통하여 반다이의 카드다스 20(또는 100)을 들여온 제품의 이름이 '카드모음 100'이라는 이름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슬램덩크를 연재하던 '소년 챔프'에서 대대적으로 광고를 했었고, 92년 또는 93년 쯤 1장에 100원이라는 은근한 고가로 카드를 판매했는데 이게 또 나름 당시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메인으로 발매된 건 역시 '드래곤볼' 시리즈이지만, 이후 '스트리트 파이터'와 여기 소개하는 슬램덩크의 카드다스가 발매되며 나름 몇 년에 걸쳐 인기몰이를 했던 걸로 기억한다.

넘버링 8번부터 14번까지의 6장. 12번 서태웅 카드가 프리즘.

그리고 이 슬램덩크 카드다스가 나올 때 쯤에는 '카드모음 100'의 인기를 보고 국내에서 비라이센스 카드들이 우후죽순 쏟아지기 시작했는데, 그 중 가장 인지도가 높았던 '종이마을'의 '스트리트 파이터' 시리즈부터 자판기 없이 종이봉투에 3장을 넣어 단돈 100원에 판매하는 구성을 선보이며 그야말로 수많은 카드들이 등장하였다. 그 중 몇 가지 아직 갖고 있는 카드들을 포스팅에 올려볼 기회가 있겠지만... 나중에는 사각형의 일반적인 형태를 넘어서 삼각형과 원형의 카드들까지 등장했던 걸로 기억한다. 퀄리티...를 논할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넘버링 14번 부터 20번까지의 6장. 18번은 갖고 있지 않은데, 순서로 보면 아마도 채치수가 아닐까.

그러다, 이 슬램덩크 카드가 나올 때 쯤엔 사실 카드모음 100 자판기가 슬슬 문방구 앞에서 자취를 감추기 시작하기도 했고, 메인으로 모으던 드래곤볼 카드다스의 전개가 '마인 부우'편으로 접어들면서 인기가 영 시들해 짐과 동시에 나 또한 카드다스 수집보다는 다른 쪽에 용돈을 쓰게 되기 시작했더랬다. 내 기억에 슬랭덩크 카드다스는 이 시즌1... 어쩌면 2 정도가 마지막이었던 걸로 알았는데, 포스팅을 작성하면서 조금 검색해보니 4~5탄까지 정식발매가 이루어졌던 것 같기도 하다. 내가 직접 뽑고 만져보지는 못한지라 확실하진 않지만...

넘버링 21~28까지의 6장. 23번, 26번이 결번.

드래곤볼도 그랬지만, 슬랭덩크 카드다스 또한 TV판 애니메이션 (당시에는 SBS판 방영전이라 비디오 판이라고 생각했다) 의 장면들로 만들어진 이 카드다스들이 풀컬러이긴 하되 그림 자체의 퀄리티는 좀 요상하다는 생각을 했었다. 흑백이긴 하지만, 소년 챔프 연재분 또는 챔프 코믹스로 접한 만화 원작의 장면들이 훨씬 익숙했었기 때문에 애니메이션의 그림체나 동화로 인한 작붕이 다소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것 같기도 하고. 그렇다고 흑백인 코믹스 일러스트를 그대로 카드다스로 만들면 그것도 보기는 썩 좋지 않았겠지만.

넘버링 29번부터 34번까지의 6장. 백호의 정실(...)호열이가 반갑다. 안경선배는 무슨 흑막처럼....

극장판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원작도 그랬지만 여성 캐릭터의 비중이 매우 낮은데, 그나마 주인공이 된 송태섭=미야기 료따=료쨩 을 응원해 주는 역으로 나온 한나는 그래도 중요하게 몇 장면 나오지만 완벽하게 양호열 군단 수준이 되어버린 소연이가 영 아쉽기도 했다. 하지만 극장용 애니메이션이라는 상영시간 동안 소연이와 강백호, 서태웅의 서사를 넣으면 이야기가 지리멸렬해 질 것 같기도 하고. 더군다나 여기서 나온 소연이의 카드는 애니메이션 장면이라곤 해도 작붕같은 느낌이라 지금봐도 새상 아쉽기도 하다...

넘버링 35번부터 40번까지의 6장. 능남도 능남이지만 유도사나이 유창수가 새상 반갑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 극장판은 '더 퍼스트'라는 이름과는 달리 원작의 최종전을 그리고 있는데, 그러다보니 원작 초반의 숙적이라는 이미지가 컸던 변덕규와 윤대협의 능남고가 거의 완벽하게 잊혀져 있었다. 하지만 잘생긴 뾰족머리 윤대협이나 가업을 잇게 된 변덕규를 잊지 못하는 팬들이 많은 덕분인지, 능남과의 에피소드를 다룬 세컨드가 등장하기를 원하는 목소리가 은근히 높은 것 같기도 하다. 나 역시, 초반에 농구 시합을 그린 만화의 재미에 홀딱 빠지게 했던 능남전과 유쾌하면서도 무서운 강적인 윤대협의 활약을 더 퍼스트 슬램덩크 수준의 애니메이션으로 보고 싶은 마음이 크기도 하고. 

슬램덩크 넘버링 41번과 42번으로 내 수집품은 일단 마무리가 된다. 나머지는 원래 주력이던 드래곤볼...

고전 반다이 카드다스는 1개의 시리즈를 2개 또는 4개로 시즌을 나누고, 각 시즌을 21장으로 구성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렇게 생각한다면 내가 모아놓은 42번까지의 슬램덩크 카드다스가 시리즈 1탄이거나, 또는 2탄까지 이겠다는 생각이 든다. 뭐가 정확한지는 찾아보면 나오려나 싶기도 하고... 마지막 카드인 저 Dr.T는 원작에서도 작품 내외를 넘나들며 작품 또는 농구 지식을 해설해 주는 소위 '오너캐' 같은 존재이자 작가 본인 같은 느낌이었다. 대충 30년 전의 저 캐릭터를 지금 거장이 된 다케히코 이노우에 화백은 어떻게 생각하려나 싶기도 하네. 

스타 멤버 컬렉션 11번(노멀), 20번(프리즘) 윤대협 카드 2장. 아마도 시험함아 뽑아본 2장이었을 것 같다.

추가로, 여기 단 두 장만 꽂아둔 윤대협 카드 2종은 '스타 멤버 컬렉션'이라는 이름으로 나온 약간 다른 종류의 시리즈로 보인다. 카드의 디자인 템플릿 형식이 다른 걸 보면... 오랫동안 잊고 살았지만, 나는 은근히 윤대협을 꽤 좋아했던 것 같기도 하고. 하기야 능력있고 여유있는 성격의 미남을 싫어할 이유가 굳이 있을까?

이렇게, 모아놓았던 카드들 중에서 슬램덩크 카드를 간단히 리뷰해 보았다. 카드 뒷면을 확인하려고 일부 카드를 바인더에서 꺼내보니, 오랫동안 바인더에 넣어서 보관하긴 했으나 종이라는 재질 특성상 낡아있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았다. 사실 곰팡이 냄새도 좀 나는 편이고...그래도, 일단은 바인더에 들어있는 상태로 1994년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카드들의 모습을 보면서 슬램덩크라는 작품과 카드 자판기를 드륵드륵 돌리던 기억과 여러가지 추억이 떠올라서 그저 즐거운 아이템이라는 생각만 든다. ...이쯤에서 더 퍼스트 슬램덩크 관련 카드다스 같은 걸 검색하면 안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