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ikishen의 기억 제4막

 언제부터일까. 온라인 장터의 중고 시장에 눈을 뜨고 나서 콜렉션을 본격적으로 늘려가기 시작했던 것이. 별 생각없이 구입한 것도 있지만 요즘은 면밀히 고려하면서 구입을 하고 있는데..

-며칠전

카레를 살때의 일이다. 썩 괜찮은 매물을 잡아서 거래를 하러 갔는데 이 친구가 파판10-2가 꼭 보고 싶다면서 가지고 나와 달라는 거다. 뭐 어려울게 있겠냐 싶어서 들고 나갔었다. 조금 귀찮기도 하고, 1년 넘게 중고 거래 하면서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좀 황당하기도 했는데, 그인간의 카레 상태가 많이 괜찮아서 그냥 구입했는데, 그 친구가 조금전에 2차 알파를 거래했노라면서 웃으며, 정말 순수한 표정으로 하는 말이..

'둘다 신종이긴 한데 2차 알파가 더 비싸잖아요. 그래서 시세 유지하려고 이거 샀어요. 하하.'

 며칠 지나지 않았지만 지금 10-2가 다시 레어로 돌아서고 있는 걸 볼 때 그 친구가 조금 안되긴 했지만.. 게임이 가져야 할 요건은 '재미'이지, 오래 유지되어야 하는 가격은 절대로 아니다....

-오늘

어제 지친몸을 이끌고 집에 와보니 쓸모없는 타이틀이 몇개 보였다. 심플2000시리즈 러브 스매시(초딩수준으로 뻘쭘한 테니스게임. 사실 그렇게까지 나쁘지는 않다.), 실황 파워풀 프로야구 8(9 결정판이 3개월 전에 나왔지..), 월드판타지스타(스퀘어의 실감나는 축구..재미는..으음..). 이 3가지를 어떻게 처리할까 하다가, 용산으로 들고 갔다. 솔직히 나도 사람이라 이런 싸구려 구종들을 아는 매장에 들고갈 용기는 없었다. 용팔이들과 전쟁을 각오하고 갔는데.. 포포로3와 교환비 2만원을 달란다. 3개 합쳐서. 참... 어느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참으로 당황스러웠다. 제정신인가 그인간... 포포로3.. 요즘 2만원 정도 밖에 안한다. 그거... 참. 결국 어느 그라비아 아이돌 처럼 생긴 누님이 있는 매장에서 3개 합쳐서 킹덤하츠와 맞교환했다. 내가 이때껏 용산가서 교환비 안내고 교환이 성사된 적이 없어서 그런지.. 약간 당황스러웠다. 킹덤도 헐값이지만... 용팔이들의 반응을 보고 있자니 더 싸우기 귀찮아서 그냥 바꿔서 왔다. 뭐.. 킹덤하츠도 대단히 재미있는 액션RPG긴 하니까.

-시세란

게임을 가격을 보고 하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다. 많다. 아직 덜 깼지만, 혹은 할게 많지만, 혹은 맛만 살짝 봤지만, 더 가지고 있으면 가격이 폭락할테니 지금 없애자. 라는 발상이다. 흐음. 어떻게 보면.. 내가 오늘 없앤 타이틀도 그런 맥락에서.. 라고 할지 모르겠지만, 그건 좀 이야기가 다르다. 그 3가지는 분명 똥값이다. 헐값이다. 3개 합쳐봐야, 구종 하나 가격밖에 안나온다. 그럼, 과연 그 게임들은 그런 가격에 합당한 게임인가? 아니다. 솔직히 러브 스매시.. 2000엔짜리 테니스다. 뭘 더 기대하겠는가. 게다가 눈요깃감을 몇개 때려넣었으니, 제 값은 한 셈이다. 월드판타지스타.. 위닝에 비하면 한참 멀었지만, 그래픽하나 만큼은 참 좋다. 의외로 재미도 있고. 가격은 좀 비쌌지만.. 할 만큼은 했다.(내가 한건 아니지만.) 실황... 6만원 넘게 주고 샀지만, 뽕은 뽑았다. 그렇기에, 시간이 흘러 구종이 되었어도, 후회따위는 없다. 오히려 합당하다고 생각할 뿐.

 요즘 게이머들은 이상하다. 가격에 희한하게 연연한다. 나도 가격에 신경을 쓰지만, 그것때문에 즐기지도 못한 게임을 없애는 끔찍한 발상따위는 하지 않는다. 비싸게 주고 샀고, 그렇게 주고 살만큼 심사숙고 한 결과다. 책임은 내가 진다. 그리고, 바쁜 일상이지만 시간을 쪼개어 즐길 만큼 즐기고, 그 감동과 내 판단에 따라 소장을 하건 용산으로 보내건 한다. 용팔이들의 행각에 맘이 상한건지, 요즘 거래하면서 느낀 몇 가지 일들이 내 심기를 건드린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여하간 썩 기분이 좋지는 않아서, 몇자 끄적여 본다.

-----------------------------------------2003년 4월 14일 밤 11시 21분에 작성

 오래 전, 대학교 동아리 카페의 게시판에 적었던 넋두리가 문득 떠올라서 찾아보았더랬다. 어쩐지, 예나 지금이나 비슷한 느낌으로 비슷한 취미활동을 하고 있구나 싶어서 퍼와 보았다. ...근데 '카레'는 무슨 게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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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18

  • elfir 2007.10.17 19:06

    전 '카레'가 먹는 것인 줄 알고, 마지막까지 왜 게임 거래에 관한 이야기에 먹는 것이 나오나 궁금해하고 있었습니다.-_-

    • 나도 뭘 가지고 저렇게 줄여 썼을까 하고 한참 고민했는데 역시 그랜드 마스터께서 해답을 주시는구먼 그래...

  • 해돌 2007.10.17 22:06

    내가 좀 미련?해서 미련이 많아서리~물건은 잘 안파는 성격이기도 하지만

    사실 팔아봐야 짜증나고 똥값이고......귀찮고 ~_~;
    몇푼 받자고 거래하러 나가야 하고.....난 보통 성남 서울까지는 나가주는편

    상도둑?이라 함은 무릇 신품을 살때는 직원이 정승같이 대해주고
    팔때는 개같이 대해준다는 속담이 정답....응?

    그나마 국전이 좀 낫긴 한데 즐초딩에 커플들이 게임 사러와서 좀 짜증..

    • 전 거리도 그렇고 예전처럼 게임을 자주 사지 않다보니 그냥 속편하게 용산으로 가게 되더라구요. 사실 제가 구하는 것들이 가격 편차도 없는 편이기도 하구요. 국전은 아주 가끔 가긴 하지만 다녀오면 용산보다도 피곤하더라구요...

  • 카레 = 카오스 레기온?

    • !!!!!!!!! 역시 그랜드 마스터님!!! 덕분에 혼자 궁금해서 목매고 있던거 알아냈습니다요~~!!

  • SMoo 2007.10.18 17:27

    카레카노 게임이 있었나... 한참 고민했더랬다. 덧글 보기 전까지. -_-;;;

    • 아마 복규형 선물용으로 구한다고 카오스 레기온 사러 돌아다녔던 그 시기가 아닐까 싶다. 음..

  • 진주웅 2007.10.18 20:33

    저도 카레(먹는 카레)얘긴줄 알고.. ㅋㅋ
    슈퍼갔다는 얘기인줄 알았심.
    뜬금없는 얘기지만.. 마린블루스보니까 카레라면이 맛나다던데..
    그거 보고 저도 도전해 볼까했는데 저희 동네 슈퍼엔 다들 번들밖에 안팔아서 아직 못 먹어봤심돠. (낱개로 파는데가 없어.. 궁시렁 궁시렁.. 휴...)
    혹 먹어봤다면 평이라도 한줄...;;;

    • 그 카레 라면 마블보고 한 번 먹어보고 싶어지긴 했는데 라면 자체를 잘 안먹게 되다보니깐.. 음.. 히메라도 나중에 먹어보고 평가해 주어.. 그러고보니 마트의 달인 수만씨라면...

  • 해돌 2007.10.19 20:19

    나도 전에는 용산만 주로 다녔는데.......울집에서 용산은 왕복 5시간
    국전은 왕복 3시간.......거리상 국전이 훨씬 가까워서리~흐흐

    다들 가기를 꺼린다는 강변에 테크노에서도 가끔씩 게임을 삼......
    뭐 어짜피 신작 정품은 가격차가 별로 없는편.......

    아울러 다리품만 잘 팔고 개념있는 청년이라면 용산이 더 싸게 잘 살수있지
    무개념에 어린것들이나 손님 맞을래요? 란 소릴 듣는법

    • 뭐.. 사실 용산에서 개념있는 손님 되기도 쉽지는 않지요. 임전태세로 던전에 들어가게 되는 셈이니까요. 하기야 신작정품이야 어딜가도 가격차이가 크지 않으니 테팔이한테 가도 상관없기도 하죠 뭐. 몇천원 싸게 사자고 뛰어가는 시간과 노력을 생각한다면 더욱...

  • 그라비아 아이돌처럼 생긴 누님이 가장 인상깊구만...

  • fuse7 2007.10.22 12:03

    용산에 그 누님이 있던 시절이 잠깐 있었지...아마도 데메크3 나오던 때까지 있었을거여..그 샾 이름이 뭐였더라..스페이스게임이었던가..? 확실이 거기서 겜팔기에는 좀 아까운 누님(이었을까...)이 있었지

    • 형도 기억하시는 누님이로군요... 뭐 지금쯤은 또 어느 하늘 아래선가 잘 살고 있겠지요..?

  • antidust 2007.10.22 22:12

    아 거기 스테이지원 옆에 있던 매장인데....명함도 받았었는데 어디였더라...기억이 날듯 말듯 답답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