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형 간염, 그 증상과 기록
이야기2010. 7. 14. 21:47
...제목이 뭔가 거창한데, 사실은 그런거 없고 그냥 어떻게 투병을 이어오고 있는가에 대한 기록되겠다. 나중에 까먹거나 내 나름의 각색이 덧붙여지기 전에. 간염 그까이꺼 찮은이형이나 걸리는거 아님? 하는 생각을 가진 분들은 인터넷에서 보다 정확한 증상이나 내용을 참조하는게 좋을 것 같다.
1. 전초전
입원 중 주치의 선생님의 말씀에 따르면, 사실 이 때는 간염 증상은 아니었다고 한다. 정체모를 바이러스에 의한 발열과 가벼운 인후통, 기침이 있었는데, 나는 이것을 독감 내지는 몸살이라고 생각했다. 증상이 딱 그렇기도 했고. 덕분에 감기약을 세게 지어먹고 나아가는 줄 알았더랬다. 감기약이나 해열 주사가 관련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뱀파이어헌터 체인콤보 이어지듯 물흐르듯 자연스럽게 간염 증상이 나오기 시작했다.
2. 님 간염인 듯. 큰 병원ㄱㄱ염.
감기몸살약을 세게 지어먹고 거의 나아간다 싶던 일요일 오후부터 오심과 구토가 시작되었는데, 월요일 새벽에는 거의 잠을 잘 수 없을 정도로 구토가 이어졌다. 나도 어디서 토사물 좀 뱉었다고 하는 인간이기에, 월요일 자정께에 이미 위 속에는 아무것도 없는 상황이었고, 빈 속에 구토하는 것만큼 괴로운 것도 또 없기에 입을 헹구고 물을 조금씩 마셨다. 말할 것도 없이 그 물은 전혀 소화되지 않고 다음번 구토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구토와 구토 사이의 시간 간격은 약 2~30분 가량. 정말이지 나올게 없었기에 나중에는 식도에 상처가 났는지 가벼운 출혈도 있었지만 무시할 수 있을 정도였다.
출근시간을 조금 지나 회사에 출근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알리고 일단 동네 병원(토요일에 1의 증상으로 진료받았음)에서 진료를 받았는데, 오심과 구토가 있었다는 증상을 설명하자 일단 수액(링거)를 맞고 피검사를 해보기로 하였다. 수액을 맞는 약 한시간 가량의 시간이 흐르고, 피검사 결과 A형 간염이 의심되니 큰 병원을 찾아 입원하는 것이 좋겠다는 권유와 소개서(?)를 써 주었다. 가벼운 입원 준비를 마치고 택시를 타고 그나마 가까운 원당-화정 사이의 명지병원을 찾았다.
당연하지만, 나의 전선이탈은 1, 2주로 끝날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3. 피검사, X-RAY, 심전도, 초음파, 입원
살아오면서 이런저런 사고나 부상을 잘 당하는 편이긴 한데 입원은 결단코 생애 처음인 경험이었다. 2에서 수액을 맞았지만 역시 기운은 없었고 38도 전후의 열은 여전히 있었으며, 계속되는 오심과 오한이 있었다. 종합병원답게 필요한 진료와 검사는 각 과를 돌아다니며 알아서 받아야 했고, 2의 병원에서 했던 것과 별개로 피검사를 다시하였는데, A형간염이 맞는 것으로 보인다는 소견과 함께 백혈구, 혈소판 수치가 매우 낮은 것이 다른 질병이 의심된다는 소견을 들었다. 입원 당시에는 상당히 지쳐있었기 때문에 어쨌거나 저쨌거나 살려만 주세요 하는 느낌이었지만 뭔가 무시무시한 다른 병이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걱정도 들었더랬다.
4. 2주간 입원
결론부터 말하면 1에서 언급한 정체모를 바이러스로 인한 발열 및 인후통, 기침 등의 증상으로 인해 3에서 언급한 백혈구, 혈소판 수치 저하가 있었던 것으로 판단되었으며 입원 이후 본격적인 간염 증상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A형 간염이라는 놈은 일단 간이 어느정도 파괴되면서 간수치가 급상승하고, 어느정도 파괴된 이후 간수치가 서서히 떨어지면서 며칠 간격을 두고 황달수치가 상승하여 황달증상이 온다고 한다. 어느 정도의 간수치 파괴에서 멈추지 않고 계속 진행되는 희귀한 증상을 가진 사람들은 간부전 등으로 악화되어 간이식을 받거나 하는 상황까지 간다고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는데, 듣는 입장에서는 요즘말로 레알 돋는 기분이었다... 아무튼 다행히 모범적인(?) 급성 A형 간염 증상을 보였고 황달수치거 어느정도 떨어지기 시작한 입원 3주차 월요일 퇴원을 할 수 있었다.
5. 2주간 요양
의사 선생님의 권유는 7월 말까지 충분한 휴식을 취하여 간기능 회복을 도모하는 것이었지만 직장다니는 사람이 어디 그럴 수 있나... 1달 병가를 쓴 것도 민망하고, 찮은이 형이 세간에 알린 1개월이라는 시간도 다 쓴 셈이라 개인적으로도 사회 복귀를 해야겠다는 생각도 들고 해서 2주간 요양을 하기로 했다. 이 글을 작성하는 시점은 요양 2주차 수요일 저녁인 셈인데, 간기능 회복이라는 것이 자고 일어나면 '좋아, 이제 55% 이상 회복되었군!!' 하고 자각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닌지라 그냥 뒹굴거리며 쉬는 것이 전부고, 뭔가 활동을 하면 정상일 때에 비해 간기능이 처지는 관계로 쉽게 지치게 되는 것으로 증상을 자각하게 된다고 한다. 실제로 중간에 4시간 가량 외출을 해 보았는데, 과연 대단한 피로가 밀려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뭔가 생산적이며 육체적인 활동을 한 것도 전혀 아닌데 말이지.
6. 고칼로리
A형간염 치료 및 회복 중에 역시 가장 짜증나는 점이라면 식사제한인데, 대략 뚱스의 고칼로리에 나오는 음식들은 절대 먹을 수 없고, 계절에 맞긴 하지만 한끼정도는 국물까지 모조리 먹되 소금은 되도록 치지 않는 콩국수를 먹어줘야 하며 단 음식, 짠 음식 안되고 기름기 없는 살코기와 생선류, 식물성 기름 정도만이 허락되는 식단을 유지해야 한단다. ...집에도 민폐지만, 자취하는 사람들에게는 참 힘든 일이라 아니할 수 없을 것이다. 대략 9월경으로 예상 중인 완치 이후에는 치맥장려운동을 펼칠 계획이지만 과연 그래도 될지 싶기도 하고;;;
7. 그니깐 예방 접종들 합시다.
병원가서 맞자고 하면 일단 피검사를 통해 맞을 필요가 있는지 없는지를 확인하고, 2차에 걸쳐 예방 접종을 맞는데 비용은 약 10만원 이상이라고 한다. ...비싸다 생각말고, 몸생각해서 사회활동하는 사람들은 맞도록 합시다. 겪어보니까 아주 사람 잡는 기간도 있고 입원비도 몇십만원 깨지고 상당히 재미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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