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ikishen의 기억 제4막

처칠 아저씨였던가, 암튼 2차대전 나치 독일을 조지는데 큰 공헌을 했던 양반은, 우유와 낮잠을 찬양했다고 한다. ...아닌가? 암튼, 지금 하려는 이야기는 낮잠에 대한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 되겠다.

학창시절까지, 나는 낮잠을 잘 못자는 편이었다. 제법 피곤한 상태에서도 해가 쨍쨍 뜬 대낮에는 눈을 감아도 잘 잠들지 못하는 편이었다. 체질이었을까, 성질탓이었을까. 아무튼 낮잠을 자려고 누웠다가도 뒤척이다가 다시 일어나서 만화책이든 게임기든 붙잡고 뭔가를 다시 시작하곤 했다. 고등학교 3년 동안에도 낮잠이라고는 언젠가 모의고사 언어영역 시간에 1시간 가량 남은 시간동안 딱 한번 잠들었던 적이 있을 뿐. 반 전체가 학살당한 듯 잠들었던 시간속에서도 문제집이든 게임잡지든 뭔가 보고 있거나 했지, 낮잠은 도무지 자본 적이 없다.

그러던 낮잠을, 취직하고 난 다음부터는 매우 잘 자게 되었다. 직장생활도 만 3년을 지나 4년차(입사 햇수로는 5년)에 접어들지만, 처음부터 격주 5일제를 실시하고 있던 덕분에 토요일에 집에서 빈둥거리는 날에는 거의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낮잠을 자곤 했었다. 대체로 점심을 먹고 뭔가 게임을 하다가 2시 경에 잠들어 5시 넘어 깨는. 누군가가 눈꺼풀을 짓누르는 듯한 느낌으로 머리가 잘 돌지 않아 시험삼아 머리와 등을 기대보면 빨대를 타고 올라오는 콜라처럼 잠이 머릿속을 지배하는 것이었다. 처음 얼마간은 그것대로 나쁘지 않았다. 사회 초년생이 받는 스트레스겠거니... 하고 자기 합리화를 하곤 했으니. 확실히 그 낮잠은 달콤했고, 거의 경험해 본 적이 없는 낮잠을 쉽게 든다는 것도 나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러다 언젠가부터 였을까. 낮잠은 내 인생에 있어 죄악이라는 생각을 품게 되었다. 낮잠을 거의 자지 못했다고 적어놓긴 했지만, 그만큼 밤잠은 집중해서 자는 편이다. 고3때도 하루 6시간 이상은 꼬박꼬박 푹 자주었으니까. 몇명은 알겠지만, 친구들과 놀다가도 어느 시간쯤이 지나면 약먹은 병아리마냥 정신을 잃었다들었다 하다가, 어느순간부터는 코를 골고 이를 가니까. 게다가 제법 자주 잠꼬대도 무섭게 한다지. ...아무튼, 이렇게 밤잠을 충실히 자고 있으면서 낮잠까지 챙긴다는 것은 아무래도 그리 길 것 같지 않은 내 인생에 있어 무지막지한 손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뭘 얼마나 열심히 살았다고 낮잠까지 챙긴단 말인가. 나는 그럴 정도로 인생의 승리자도 아니며, 부자도 아니다. 하다못해 질러놓다 못해 탑을 지나 성이 되고 있는 건프라 박스를 하나라도 줄이고, 클리어 못한 게임을 조금이라도 플레이하고, 언제나 아쉬운 사람들에게 안부문자라도 한 통 더 돌릴 시간으로 활용해야할 그 귀중한 시간을 낮잠으로 허비하다니. 빠삐용이라는 영화에 나온 것처럼, 나는 낮잠을 잠으로써 내 인생을 낭비하는 범죄를 저지르고 있는 것이다. 분명 그렇다.

....결국 그 죄값은 낮잠에서 깰 때의 더부룩한 속과 무겁다 못해 어지러운 머리로 어느정도 받고 있는 것 같기는 하지만, 애초에 그런 죄값을 받지 않도록 기초체력을 기르고 산소를 뇌에 공급하고 건강한 식사를 해야 할 것이다. 말로만 하지 말고, 조금 더 열심히 살아봐야지. 언제나 시간이 없다고 툴툴거리는 것은 남이 아닌 내가 아니던가. 내일은, 다음 언젠가의 한가한 토요일에는, 나이트메어를 타고 올 낮잠을 요령있게 피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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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14

  • 이상권이 2007.03.04 00:51

    낮잠 피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책같은걸 읽는것보단.
    뭔가 움직이는게 좋습니다

    악기를 연주한다거나 집에 있는
    시디를 다까보고 이쁜지 확인한다거나.. (진짜 뿌듯합니다 이거)

    저도 낮잠을 상당히 즐기는 편이라...
    공감이 많이 가죠. 푹 자고 나서... 왜 잠을 잤는지.... 후회하고..

    • 시디를 까보는 건 나도 좋아해. 근데 음반이라곤 옛날 것 아니면 게임 OST 몇 개 뿐이라서, 주로 게임 타이틀을 까보곤 하지. 이것저것 해보면 그것도 재밌지만, 때로는 디스크와 매뉴얼을 보는 것만도 시간가는 줄 모를 때가 있어. 이러다 또 건프라 케이스 하나하나 열어보고 총 들고 나가고 하면 정신없는 거지 뭐...

  • SMoo 2007.03.04 01:02

    적당히 1시간 정도만 자면 좋겠지만... 그게 쉽지가 않지. 좋은 알람을 구해보라고.

  • 키란 2007.03.04 14:43

    저는 낮잠을 자고 일어나면 왠지 더 피곤해지는 느낌때문에 다시 자버린 적도 있어요.
    결국 일어난 후에는 왜 내가 계속 잔거지 후회를 하기도 하고..
    요새는 낮잠에서 깬 다음의 그 찌뿌둥한 기분이 싫어서 낮잠을 안자려고 노력해요.
    낮잠 잔 시간이 너무 아까워서 오히려 더 짜증나기도 했구요.
    그렇지만 적절한 낮잠은 생활을 윤택하게 해준다(?)고 합니다.
    낮잠을 죄악시하지 마시고..가끔 빡빡한 마음을 풀어주고 편히 낮잠을 자는 것도 좋지 않을까요^-^

    • 제 경우엔 아침잠도 그렇지만 한번 깨고 나면 다시 잠들기가 쉽지 않아요. 본문에도 적었지만 특히 낮잠은 깼을 때 불쾌함이 많이 남아서 더 싫어지지요. 기본적으로 헐렁헐렁한 인간이라.. 조여야 한다 싶을 때 확실하게 조여둬야 한답니다요. 요즘은 특히 그런 기간인 것 같아요..

  • 해돌 2007.03.04 22:33

    난 사실 자는걸 되게 좋아함......낮잠도 밤잠도 하지만 역시 자는시간이 아까워~
    그 시간에 뭐라도 하는게 더 건설적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근데 잠은 잘수록 는다고 너무 많이 자면 잠이 늘어서 나중엔 잠을 처치곤란에 이르지~
    그래서 나름 열심히 수련한 끝에 하루 5시간만 자고도 생활이 넉넉한 체질로 변경....

    하지만 여긴 숨겨진 노력이......통근차나 어디서든 앉자 누우면 잠이 듬.....
    그래서 한때 별명이 잰 앉으면자,서서도 자...였지 (으헷)

    여튼 중요한건 잠은 잘수록 느니까 하루 6시간정도만 자도 생활은 충분하다는것....과
    낮잠을 자면 그게 버릇이 되서 그 시간이 되면 졸리니 낮잠은 안자는게 좋다는것.....

    근데......(잠에 대해 할말은 많치만 덧글로 장문은 더티테라 테러베어? 니까 이만)

    • 삶과 죽음은 대극이 아닌 포함이고, 죽음과 잠은 사촌지간이라 했으니 싫어할 수 없는 게 아닐까 싶네요. 이동시간을 효율적으로 자는 것은 부러운 능력이네요. 낮잠을 잘 못자는 것처럼 어지간히 피곤하지 않으면 전철이나 버스에서도 잘 못자는 터라... 형님 부럽습니다!!

  • 낮잠을 안 자기 위해서는 저는 어떻게든 집을 떠나려고(...) 합니다. ^^;
    근데 낮잠 자는 게 좋지 않다고 생각하면서도 언제나 자게 돼요.
    지금도 낮잠 때문에 밤잠 못 자고 이러고 있...OTL
    취직하고 난 후...부터라면 힘들어서 그런 게 아닐까요.
    지금은 습관이 되어버린 것이려나요... 잘 조정하시길 바랍니다~>_<

    • 뭔가 할 꺼리를 만들어 두면 해결될 문제이지만, 과중한 피로가 쌓여있다면 그것도 그것대로 어쩔 수 없는 일이지요. 또 할 일이라는 게 정적인 일이라면 낮잠의 습격에 무너질 수도 있더라구요. 역시 어느정도 몸을 움직이는 일이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 Rivian 2007.03.05 11:44

    낮잠 너무 많이 자면 오히려 더 피곤하죠 ;; 저도 자주는 아니지만 낮에 한 번 자면 어두워질 때까지 안 일어나는 타입이라 고생이에요. 일어나면 머리 아프고 속 안 좋고...-_-;;
    그래서 최근엔 가능하면 세 시 이후에 한 시간 정도씩만 자려고 강력한 자명종을 마련했어요. 그나마 좀 낫더군요...처음 일어났을땐 멍한데 금방 정신도 들고 서너 시간씩 잤을때보다 오히려 개운하고... 중요한건 밥은 일단 소화시키고(밥먹고 두 시간 이후!) 나서 한 시간 정도만 잔다! 라는 겁니다요 네 -o-

    • 소화 후 한시간만!! 멋진 슬로건인데. 다만 그걸 시행하려면 토요일 아니면 빨간 날만 가능하다는게 과제로구먼... 당분간은 게임이라도 하면서 잠을 쫓아 보는 쪽으로 하려구.

  • eihabu 2007.03.05 16:32

    난 휴일엔 낮잠 거의 안자..
    다만 회사에서 밥먹구 12:25~01:00까지 책상에서 엎드려 자는게 진짜 꿀맛이지...
    요즘엔 짬빱 좀 되니까 이런것두 가능하고...역시 회사생화은 짬빱 먹고 볼일이야...
    참고> 짬빱 먹으니까 가능해 진 것들
    1. 낮잠
    2. 신발 꺾어 신기..
    3. 점심시간에 헬스장 이용
    4. 업무시간에 가끔 이어폰 꼽고 인터넷 동영상 보기 (격투기 등)
    5. 남들 퇴근 안해도 정시에 퇴근하기...

    • 한 곳에 오래 머물러 있으면서 짬대우 받는 것은 좋은 일이지. 근데 어째 군대에서 짬 대우 받는 거랑 비슷하다는 느낌이 드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