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ikishen의 기억 제4막 - 색선희준 블로그

발매되기 얼마 전부터 '고양이가 주인공인 게임이 나온다!' 고 광고를 했던 걸로 기억하는, 고양이 한 마리의 모험을 그린 작품 STRAY스트레이. '고양이'가 주인공이라는 이유만으로 기대했던 것은 아니고, 고양이이기에 가능한 액션을 즐길 수 있는 게임이라고 해서 기대했었는데, 이런저런 이유로 해를 넘겨서 뒤늦게 시간을 투자해서 클리어하게 되었다.

점프 실수라기보다는 추락사고에서 시작하는 이야기
인공지능 드론 B-12를 만나면서 본격적으로
Zurk 랑 비교하시면.... 곤란합니다.

'고양이'가 주인공인 모험 게임이라고 해서 나름 밝고, 사람들 사이에서 부대끼고, 대형견이나 야생 동물들과의 대립 같은 걸 기대했었는데, 이 게임은 무려 '디스토피아를 무대로 한 다소 불친절한 어드밴처' 게임이었다. 맨 처음 고양이 가족(형제자매?)들이 어딘가로 이동하던 중에, 점프 실수랄까 추락사고랄까 그런 과정을 거쳐 깊은 지하에 떨어진 주인공 고양이가 생명체라고는 보이지 않는 오래된 도시를 헤매이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종이봉투를 뒤집어쓰고 바보냥이 되기도 하고
직관적이지만 꽤 돌아다녀야만 하는 이벤트도 있고
마작판을 망가뜨리고
9번 넘게 죽어가면서 모험을 이어간다

게임은 전체적으로 볼륨이 큰 편은 아니지만, 확실히 분위기가 다른 구역을 옮겨가며 이야기가 전개되다 보니 생각보다 다채롭다는 생각이 든다. 2회차 이후로 지리가 머릿 속에 들어있는 상태라면 메인 시나리오만 돌파하는 건 2시간 이내로 끊을 수 있게 설계되어 있는 것 같고, 보상으로 '뱃지'를 얻을 수 있는 서브 퀘스트나 트로피 공략을 하면서 진행한다고 해도 10시간 이내로 클리어가 가능하도록 디자인된 비교적 작은 게임이라고 하겠다. 

동료는 희생을 결심하고
이별을 고한다
기능이 정지된 B-12
왜 그러냥...
안 아프냥...
일어나라냥...

인간은 커녕 유기 생명체가 주인공밖에 없는 몇몇 도시를 돌파하고 나면, 모험의 무대가 커대한 돔 안에 갖혀있던 도시였으며 생명체를 비롯해서 금속마저 먹어치우는 공포의 존재 'zurk'를 피해 돔 안에 스스로를 가둔 인류가 끝내 멸절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주인공과 함께 행동을 했던 인공지능 드론 B-12는 과학자가 정신을 컴퓨터에 옮겨놓았던 존재였으며 마지막에 드론이라는 작은 몸으로는 감당하기 힘든 작업을 결심하고 스스로를 희생하여 도시를 가두고 있던 돔의 천장을 열어 돔을 개방하고 주인공 고양이가 이 도시를 빠져나갈 수 있도록 만들어 준다. 그리고 기능이 정지되는 B-12...

피곤하냥...?
나도 졸리다냥...
잠시 잠든 주인공을 뒤로 하고 열리기 시작하는 돔
빛에 약한 zurk 들은 녹아내린다
드디어 진짜 햇빛을 보게 된 아웃사이더
이모티콘 표정에서 경이가 느껴진다
햇빛을 바라보는 로봇 주민들
쫓기던 아웃사이더도 빛을 올려다 본다
빛을 보고 눈을 뜬 주인공
돔이 거의 열렸다
무균실처럼 깨끗하던 지하철역을 뒤로 한다
이제 도시를 완전히 빠져나왔다
마지막 장면
플레이어를 바라보는 걸까
미소와 함께 게임이 끝난다

세계관이나 각 캐릭터들의 상세한 배경, 설정들을 친절하게 설명하는 부분이 거의 없고, 퀘스트를 풀어나가기 위한 힌트나 설명도 상당히 제한적이라, 게임을 진행하면서 다소 불편하고 불친절하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다 싶은 게임이었다. 개인적으로는 멀미를 유발하는 편이었던지라, 짧은 게임을 쉬엄쉬엄 진행하느라 시간이 제법 걸렸던 것 같다. 카메라 앵글이나 조작감은 꽤 괜찮은 편이긴 했지만 가끔 점프가 가능한 각도가 살짝 어긋나는 느낌이 드는 구간도 일부 있었던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매와 동시에 PSN 디럭스 이상 유저에게는 추가 결제 없이 바로 즐길 수 있던 점도 접근성이 좋았고, 귀여운 고양이가 주인공임에도 때로는 괴물을 피해 도망가거나 전투도 가능한 디스토피아물이었라는 장르, 그리고 몸집이 작은 고양이이기에 가능한 퍼즐이나 진행방식이 신선한 부분이었다고 하겠다. 2023년 01월 현재는 이미 많은 분들이 플레이를 마친 게임이겠지만, 아직 즐겨보지 않았다면 추천할 수 있는 게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