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말경에 시작하여 약 2개월 남짓한 시간을 투자하여 클리어한 게임. 지금껏 플레이했던 수퍼로봇대전들 중 가장 두번째로 이야기가 재미있었던 로봇대전이라고 생각한다. 첫번째는 역시 원더스완판 수퍼로봇대전 컴팩트2 시리즈 3부작. 개인적으로 막굴려먹었스7을 매우 싫어하기 때문에 D와 J를 과감히 패스했던지라 완전 오리지널 시리즈인 OG1-2를 제외하면 휴대용 수퍼로봇대전은 R 이후 처음 해보는 셈이다. PS2판 2-3차 수퍼로봇대전 알파도 플레이하지 않았으니, 총체적으로 수퍼로봇대전 자체가 오랫만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물론 중간에 OG2를 아주 재미있게 하긴 했지만.
2, 3회 클리어를 기본적으로 해야하는 게임이 되어버린 시리즈이긴 하지만, 현시점에서 W의 2회차는 아마 없지 않을까 싶다. 2회차에서는 1회차 클리어시의 파일럿 특수능력과 자금의 일부가 계승되는 등의 특전이 존재하여 보다 쉬운 게임 전개를 가능하게 하긴 하지만, 1회차에서 이야기를 충분히 즐긴데다 중간의 시나리오 분기가 그다지 가보고 싶지 않은 쪽들이 대부분이라 별로 호기심이 생기지도 않고, 테카맨 레이피어를 제외하면 숨겨진 조건의 기체들도 전혀 얻지 않았지만 그 역시도 별로 관심이 없다. 그렇다고 게임을 못 만들었다는 이야기는 절대로 아니고.
NDS라는 기체가 갖는 최대의 특징인 듀얼-터치 스크린을 나름대로 최대한 활용함으로써 게임의 진행을 편하게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는 점은 그 내용과 한계가 이전의 파판3 와 거의 동일하다. 게임 자체는 화려한 전투신이 돋보였지만 이미 하위기종이었던 GBA판 J에서 보여주었던 느낌보다는 좀 떨어진다는 평가가 있더라. J를 해보지 않은 입장에서는 대단히 눈이 즐거운 전투 장면과 흔들림없는(쳇...) 컷인들이 인상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W 등장 기체에 대한 등장 기체들의 개인적인 평가를 내려보자면..
신기동전기 건담W - 엔들리스 왈츠 : ....왜 나왔냐...? 중간의 마리메이어 이벤트는 기존 시리즈에서 지겹게 보여주었던 이벤트였던데다 꽃돌이 5마리와 톨기스3를 합쳐도 도무지 쓸만한 녀석이 없었다. 그다지 약체라고 보긴 어렵지만 써먹기가 애매한 녀석들로 변해버린 듯. 시나리오 상으로도 도무지 느낌이 없는 역할 뿐....
기동전사 건담 SEED-ASTRAY-MSV : 2부에 가서 등장하는 세력인데.... 일단 SEED 의 이름을 달고 나온 게임이 무척 많았던 관계로 건담 4기 탈취로 시작하는 다소 지겨운 이야기 진행을 ASTRAY-MSV 시각에서 재조명하여 진행한 점이 참신했고 재미있었다고 본다. 사용할만한 기체는 프리덤-저스티스 미티어 사양과 아스트레이 레드프레임-블루프레임 정도.
우주의 기사 테카맨 블레이드 시리즈 : 애니메이션 1편과 2편을 어레인지한 구성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W 전체 시나리오의 큰 축이 되는 세력이기도 하고 등장 기체들도 강하다. 1편의 블레이드-레이피어, 2편의 아키-베스너-좀머-이벨-데드의 7명만 가지면 라스트보스고 뭐고 다 필요없을 정도. SFC 판 4차에 처음 등장했던 오라배틀러 성전사단부인 단바인의 기체들이 중전기 엘가임 시리즈의 버스터런처를 맵병기와 통상무기 사양으로 장비하고 있다고 하면 설명이 될까?(이거 알아들으면 완전...) 지원함인 블루어스호와 시나리오상 동료가 되는 솔테카맨 1-2호도 키우려고 하면 어떻게든 쓸 수도 있긴 하지만, 이미 저 7명으로도 충분히 모든 맵을 평정할 수 있다 하겠다. W를 통해 급호감을 가지게 된 시리즈. 강하고, 노래 좋고, 이야기 재미있고, 캐릭터 임팩트 있고, 취향에도 맞고, 암튼 좋다. 여담이지만, 야생마와 천둥검을 기억하는 사람이 더 많을 듯.
데토네이터 오건 시리즈 : 시나리오 상으로는 테카멘과 동등한 수준의 비중을 가지고 있지만 전투에 써먹을 수 있는 유닛은 오로지 오건과 지원기라기도 애매한 약해빠진 전투기 버드맨 뿐. 게임 상에서의 느낌은 테카맨 특별부록이라는 느낌. 초필살기가 최종화 직전에 생긴다는 것도 좀 마이너스이지만, 테카맨 급의 운동성 덕분에 미끼 등의 다양한 용도로 활용은 가능하다.
백수왕 고라이온 : 기존 시리즈와 비교하면 콤바트라의 정신기를 가진 라이딘 꼴. 장갑도 운동성도 무기 성능도 아쉬움이 남긴 하지만 정신기로 어떻게든 커버할 수 있는 수준이라 취향에 따라 써먹을만 한 세력이라 하겠다. 개인적으론 옛날 냄새 풀풀나는 음악이 맘에 들었던 것도 있지만, 우리 세대는 킹라이온에 품고 있는 감정이 아무래도 남다르지 않을까 싶다. 마지막까지 유용하게 써먹었다. 시나리오 상 재미있었던 점은 역시 가오가이거가 사자머리를 달고 있다고 같은 문명 출신으로 묶어냈던 점.
용자왕 가오가이거-파이널 : 특수 방어 능력(디스토션 필드-존다 바리어-기타등등)을 무력화할 수 있는 멜팅 사이렌을 가진 빅폴포크가 초반에 무척 고맙고, 비교적 초반부터 막판까지 막강한 데미지를 뽑아주는 초필살기가 돋보이는 가오가이거-가오파이거-제네식은 정말 주력으로 쓸만하다. 다만, 염룡-빙룡 시리즈인 6룡의 용도가 참으로 애매하다는 점. 시나리오상 자주 맵에 출격은 하지만 써먹기가 참 거식하다. 가오가이거-빅폴포크-마이크사운더즈는 나름 주력기체였다.
마신황제 마징카이저 : 그레이트 마징가의 능력이 다소 아쉽고, 수많은 지원기들이 별로 쓸만하지 않다는 점이 문제. 마지막까지 보답해 주는 기체는 마징카이저와 보스보롯트 뿐인데, 보스보롯트는 키워주는 만큼 보답해 주는 편이라고 할까.... 정신기 3인분이 무척 고마웠다. 개인적으로 보롯트를 좋아하기도 하고. 마징카이저는 F에서 데뷔한 이래로 약한 적이 없었으니 뭐... 그레이트 마징가도 1.5진-잘싸우는 2진 정도로 생각하면 보답해주는 편이긴 했다.
진 게타로보 - 지구 최후의 날 : 언제나 비슷한 용도와 용법으로 잘 써먹을 수 있는 고마운 주력 전투기체이지만... 시나리오상 역할이 거의 없다. 이야기의 흐름 상으로는 옆에 비켜서 있는, 최초의 로봇대전부터 개근 참전 기체이긴 하지만 W에선 존재감이 좀 약한 듯. 최종적으로는 마징카이저-그레이트 마징가와 합체기를 쓰기 위해서 나왔나 싶은 느낌도 조금 남았다. 물론 진 게타로보 자체는 무척무척 강하다.
땡굴눈 패랭이꽃 기동전함 나데시코 시리즈 : 개인적으로 약간 싫어하는 편이라 거의 써먹지를 않았다. 다만 시나리오에서 가장 중요하다고도 볼 수 있는 세력이다보니 전함인 나데시코만은 꾸준히 강제출격하기 때문에 정신기는 고맙게 잘 써먹긴 했다. 디스토션 필드를 장비하고 있기 때문에 방어만 잘 해도 쉽게 당하지는 않는 편이긴 하지만, 테카맨들 때문에 존재감이 더욱 사라진 듯. 시나리오 상에서의 위치가 중요하고 중간중간 개그치는 역할이 많다는 것만으로도 출연료는 아깝지 않긴 할 듯. (개그의 한 예로 열혈한 다이고우지 가이가 아스트레이 레드프레임의 신기술 광전구를 보고 '피가 끓는다!! 신필살의 이름은 내가 지어주지, 음... 그래그래. 필살!! 샤아아아이닝!!핑...' '그럴때가 아니야 가이' '그..그런가?' 라던가...)
풀 메탈 패닉 시리즈 : 후못호의 본타군까지 등장하는데, 전반적으로 J와 대동소이하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풀 메탈 패닉 시리즈는 첫인상이 나빴던 관계로 눈 밖에 두고 있으면서 동인지만 좀 보는 정도로 시나리오를 이해했던 지라 완전 막장 시나리오에 음란물 정도로 이해하고 있었다. (풀메탈패닉 팬 여러분 죄송합니다...) 게임 상에선 최종 보스에게 잡혀있는 공주님 역할이 치도리였을 정도로 비교적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기는 한데, 사가라 소스케와 그 동료들의 전쟁 이야기는 초-중반에 다 써먹어 버리고 엔딩에서까지 사람 헷갈리게 하는 소스케-치도리-텟사의 3각관계가 주력이었던 듯한 느낌. 전투 용도로는 버스터런처가 생략된 중전기 엘가임 계열 같은 느낌. 대신 울즈 스트라이크-울즈 스페셜이라는 합체기가 있어서 제법 써먹을 만은 하다.
반 프레스토 오리지널 - 트레일러 일족&더 데이터베이스 : 배틀 도지볼의 로아 이후로 반프레스토 오리지널 주인공들은 일단 기대가 되고 또 그 기대에 부응해 주었다. 로아는 10년 이상의 시간을 넘어 조만간 등장할 PS2용 OGS에서 컴백할 예정이고, 히어로 전기의 게슈펜스트-길리엄 예거는 수퍼로봇대전 OG를 논함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이번의 주인공인 카즈마와 주역기체도 충분히 강하면서 성장 드라마와 시공을 초월한 복선 드라마를 보여주었던데다 두루두루 모두가 행복해지는 해피엔딩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컴팩트에서 쿄스케-엑셀렌이 보여주었던 흐뭇한 러브러브 노선 이상의 가족드라마로 자리매김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주역기체가 워낙 강하기도 했었고.
2회차를 가지 않을 것 같다고 적어놓긴 했지만, 등장 기체 평가를 적다 보니 다시 테카맨-주인공과 함께 여러 맵을 소탕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긴 한다. 끝으로 아쉬운 점을 하나 적자면, W만의 아쉬움은 아니지만 절묘한 고난이도 맵이 없다는 점과, 게임 자체가 너무 쉽다는 점이라고 하겠다. 어차피 정통 시뮬레이션이라고는 하기 힘든 시리즈이므로 난이도가 낮은 것 까지는 좋지만 4차 수퍼로봇대전에서 보여주었던 '영광의 낙일' 이라던가 '올드나 포세이달' 등의 절묘한 난이도를 가진, 공략하는 재미가 있는 맵을 공략할 수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또 하나 남는다. 만약 OGS2 가 나온다면, 거기서 트레일러 일족과 쿄스케-엑셀렌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