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가를 즐기는데에는 여러가지 방법이 있고, 사람마다의 방식이 있다. 어떤 것이든 가볍게 즐기고 맛만 보고 쉽게 털어내는 경우도 있고, 껍데기는 물론이도 뼛속까지 푹 고아 먹고 나서야 그걸 조금 즐겼다고 말하는 경우도 있다. 그 대상에 대해 꼭 어느 정도 알아야만 즐길 수 있냐고 핏대를 높이는 사람도 있고, 그 앎으로 인해서 알 수 있는 지극한 즐거움을 나누고자 열심인 사람도 있다. 어느 쪽이건, 그 대상을 즐기고 있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분명한 사실은, 그 대상을 직접 보고 듣고 (가능하다면)만져보며 즐기는 일일 것이다.
알다시피, 나는 B'z라는 일본가수를 좋아한다. 이 사실을 이야기하면 잘 모르는 사람들은 남자가수를 좋아하냐고 커밍아웃한다고 핀잔을 주는 사람부터 좀 오래된 가수를 좋아한다고 하는 사람까지 다양한 반응이 나온다. 어차피 가수는 그 부르는 노래를 듣고 인정하고 즐기는 대상이기 때문에, 그들의 그런 반응에 신경쓰지 않는다. 모르는 사람들은 모르는 대로 또 스스로의 인생을 다른 방법과 각도에서 즐기고 있기 때문일테니까.
해져가는 오사카돔.
오늘 새벽, 집에 도착했다. 일본에 다녀왔다. 여행을 좋아하지만, 그 준비기간과 사전 조사, 일정의 계획을 중시하는 습관 탓에 지난 겨울 삿포로 여행 이후로 다음 여행은 언제일까..하고 막연하게만 생각하고 있던 계획이 고작 보름 남짓한 시간 동안 결정되고 실행되었다. 이렇게 느닷없는 여행은 전혀 내 방식이 아니었지만, 위에 언급한 B'z의 공연을 이번에는 꼭 봐야겠다는 생각이 강렬하게 들어 조금 무리해서 실행에 옮기게 된 것이다. 그러니까 지금 적고 있는 이 글은, 나름대로 여행 후기인 셈이다.
아니, 정확하게 말해서 여행 후기가 아니라 공연 감상문 정도가 옳다고 하겠다. 투어 리포트라는 이름으로 모 카페에 자세하게 올라오는 감상문을 적어보고도 싶었지만, 연주의 성격과 기타의 종류, 창법과 곡의 느낌을 전달하기엔 내가 가지고 있는 지식이 너무나도 짧은 탓에-그저 B'z의 노래를 좋아하기만 하고 있는 어설픈 팬인 탓에 그런 이야기를 자세히 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도 감상을 적어보자면, 압도적이었고, 강렬했고, 포용적이었으며, 괴물 같았고, 지극히 즐거웠다고 하겠다.
이번 여행에는 3명의 뽐뿌가 존재했고 그 삼위일체의 뽐뿌(위기 뽐뿌, 동료 뽐뿌, 여행상품 뽐뿌) 탓에 결국 나의 여행이 성립되었는데, 그중 제1뽐뿌 위기 의식을 심어준 이글루스 메이저 인기 블로거 된장간지덕후하악남 김좐슨군은 언젠가 B'z를 이렇게 평가한 적이 있다. [CD 앨범보다 몇십배 나은 라이브를 들려주는 아티스트]라고. 라이브 DVD를 아무리 7.1채널에 물려놓고 초대형 프로젝터에 쏴서 본다고 하더라도, 저 말을 제대로 실감할 수는 없을 것이다. 보컬 이나바 코시의 폭발을 뛰어넘어 괴물이라고 밖에는 생각되지 않던 그 라이브는, 하나된 6만 몬스터-무대-스크린의 현란하고도 아름다웠던 현장감은, 기대하지 않던 지나간 곡의 파워풀한 재림이 눈시울을 적시던 그 감동은, 첫곡에서 목이 쉬어버렸지만 지지 않고 목이 터져라 따라부르게 만들던 몰입감은, 몸짓과 박수-그리고 특정곡의 댄스로 B'z라는 특A급 몬스터들에게 다가가던 6만 몬스터의 일체감은, 그 어떤 말과 욕설과 감탄사로도 결코 전달할 수 없을 것이다. 위기뽐뿌의 좐슨, 동료뽐뿌의 JK, 여행상품 뽐뿌의 키란님에게 말로 다 할 수 없는 감사의 마음을 전할 수 밖에. 그저 그것 밖에는, 이 공연의 감상을 따로 전할 수가 없을 것만 같다.
원래 B'z의 팬들은 서로를 브라더라고 지칭하는 버릇이 있었다. 아직 브라더로 남아있는 그대들, 그대들은 진정한 몬스터를 아직 모른다. 그대들은 시대의 몬스터를 보지 못했다. 나는 처음으로 라이브짐을 보았다. 한국이여, 나는 돌아왔다. 브라더로서 라이브짐에 갔다가, 몬스터가 되어 돌아왔다. 앞으로 내가 좋아하는 칸사이벵은 코렛!!!이다.
- 사진들은 클릭하면 거대화한다.
무언가를 즐김에 있어 꼭 매니아-오타쿠-폐인이 되어야 할 필요는 없다. 내 수많은 취미들에 대해 내가 모두 매니악하게, 오타퀵하게, 폐이닉하게 즐기는 것은 결코 아니다. 하지만, 그렇게 몰입하여 즐기다 보면, 어떤 종류의 높고 큰, 지극한 즐거움을 맛보는 날이 올 것이다. 나는, 적어도 2시간 조금 넘는 시간동안 그 지극한 즐거움을 맛보았다. 내년에도, 이런 지극한 즐거움을, 이 희열을 느껴볼 수 있기만을 간절히 바랄 뿐이다. 나는, 이제 몬스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