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ikishen의 기억 제4막 - 색선희준 블로그

 자주 가는 회사 지정식당에 가까운 3,500원 짜리 백반집. 우리가 열심히 팔아준 덕분에(우리 회사만은 아니지만) 확장 이전을 하였다. 우리 회사 사옥 바로 맞은 편의 건물루다가. 규모도 조금 더 넓어지고 전보다 깨끗해 지고 해서 이용하는 사람도 장사하는 아주머니들도 보다 좀 좋아진 것 같긴 하지만, 일주일 정도 가다보니 이런저런 단점이 눈에 띄었다.

 원래 이 식당의 가장 큰 장점은 반찬의 리필과 손님들의 주문에 대한 반응 속도, 그리고 식당이 가져야 할 가장 큰 미덕인 음식의 맛 정도로 꼽을 수 있었다. 음식의 맛이야 그날그날 조금씩의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옮겨온 후에도 유지가 되고 있지만, 서비스라는 말로 함축할 수 있는 앞의 두가지가 조금 안 좋게 된 것 같다. 규모가 보다 넓어진 관계로 조리와 서빙을 함께 하시던 주인 아주머니가 조리에 전념하시게 된 것은 긍정적이긴 하지만, 그 공백을 메꾸기 위해 새로 고용된 아주머니의 눈치 없음이 약간 문제인 것이다. 더 자세히 열거하면 모르시는 분들에게 모르는 사람을 욕하는 꼴이 되니 이정도로 접어두고...

 사람이 살아가면서, 시간의 흐름에 몸을 싣고 흘러가다 보면 어느 순간 나를 포함한 다른 풍경들이 변해버렸음을 실감하게 되는 때가 있다. 항상 그 자리에 머물러 있다고 생각하고, 또 변함없는 모습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면 그 변화가 당혹스러울 것이고, 보다 나은 자신으로 변하려고 늘 노력하고 있었다면 또 그 변화에 대한 감상이 남다를 것이다. 나는 기본적으로 어느쪽을 선택하라면 변하지 않는 것을 원한다고 하겠다.

 변화가 귀찮아서 그대로 썩어가는 면도 있을 것이고, 고인 물 속에서 나름대로 소용돌이도 일으키고 장구벌레도 잉태하고 하면서 소소한 변화를 포용하면서 삶의 틀을 고정시키고 살아가는 면도 있을 것이다. 늘 변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자세만큼은 한결같을 수도 있을 것이고, 아무리 멀리 뛰고 시선을 돌려보아도 결국 디디고 서있는 자리는 거기 그대로일 수도 있을 것이다. 아무튼 내가 원하는 것은, 여러가지 의미에서 '변하지 않는 것' 이라고 하겠다. 그게 영원을 의미하는 것인지 썩어 문드러지도록 한 곳에 고여 있는 것인지는 내가 판단할 영역이 아닐 것이고.

 사실 지난주에 나왔던 백반의 반찬들이 영 시원치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오늘 나왔던 날김과 양념장의 맛이 예전과 다름이 없음에 새삼 놀라고 또 감사하면서, 입맛에 맞는 식단이 앞으로도 변하지 말았으면 하고 생각해 보았다. ...문득 생각해 보면, 우리 어머니가 만들어 주시는... 내 입맛에 딱 맞는 우리집 반찬들을 당연하게 먹을 수 있는 날들도 이제 내가 살아온 날들보다는 적게 남았다는 생각이 퍼뜩 든다. 변하지 않기를 바라고 있지만, 변해버릴 일이 눈앞에 있다면 어떻게 움직이는게 가장 좋은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