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ikishen의 기억 제4막 - 색선희준 블로그

  중요한 결정을 내리거나 판단을 해야 할 때, 이따금 한발짝 뒤로 물러서는 여유가 필요하다. 얇고 작은 반찬을 집기 위해 젓가락을 식탁에 톡톡 쳐서 끝을 가지런히 하는 것처럼. 그렇게 하면 보다 정확하고 쉽게 김이나 콩이나 나물을 집을 수 있는 것처럼. 하지만 그 한발짝 뒤로 물러서는 타이밍을 잡는다는 것은 무척무척 어려운 일이다.

 인터넷을 하다보면 이따금은 서툰 논객이 될 때가 있다. 눈팅을 주로 하는 블로거나 커뮤니티의 회원이다가도 우연한 기회에 스스로의 생각을 어필하기 시작할 때. 그러다 토론(대한민국에 토론이란 건 없는 것 같다)을 빙자한 논쟁과 말싸움이 붙게 되면 했던 말 또 하고 인격모독 나오고 감정만 잔뜩 틀어져서 커뮤니티 자체를 혐오하게 되는 경우도 간간히 보이게 되고.

 한참 스스로의 논리에 빠져 이런저런 말을 하다보면 소위 자가당착에 빠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스스로의 모순을 드러내거나 논제에서 이탈하게 되거나 감정싸움으로 번지거나. 제3자의 입장에서 보거나 한참의 시간이 흐른뒤 그 흔적을 스스로 돌아보면, 여기쯤에서 한번 쉬고 한발짝 뒤로 물러나서 논리와 입장을 재점검했어야 할 필요를 느끼는 일 또한 종종 있다. 처음에 자기가 생각했던 것과 다른 결론을 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때도 있고, 애초에 말을 섞을 필요가 없는 무의미한 논쟁이었을 경우도 허다하다. 심지어는, 둘이서 똑같은 논제를  가지고 똑같은 입장에서 논하면서도 격렬한 논쟁의 형태를 띄고 서로를 혐오하게 되는 경우조차 있다. 참으로 애석한 일이다.

 결코 어린 나이가 아닌 나이가 되어서도 한걸음 떨어져서 나 자신이 디디고 있는 바닥을 점검해 보는 타이밍을 잡는다는 것이 쉽지 않음을 자주 느낀다. 어디에 서 있어야 하고, 어디를 내디뎌야 하고, 어떤 스텝으로 템포를 맞춰야 할지 이젠 좀 쉽게 알아도 좋을 것 같은데, 아직도 덜 자라고 어색한 티를 내는 내 스텝은 아직도 한발짝 뒤로 빼야 할 타이밍을 잡지 못한다. 언젠가는 되겠지... 하는 막연한 희망보다는, 이젠 좀 알아서 잘 해보고 싶은 욕심과 질책을 하게 되는 요즘이다. ...젓가락질 하다가 김을 놓쳐 떨어뜨린 김에 적어본 것은 결코 아니다. 진짜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