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껏 살아오면서, 새로운 게임용 하드웨어가 발매되었을 때 그 하드웨어를 발매일에 맞추어 바로바로 구매해 본 적이 없다. 게임기의 세대교체는 늘 불안한 수순이었고, 늘 2개 업체 이상의 경쟁이 있었고, 나는 승자의 편에서 게임을 접하고 싶었고, 무엇보다 예나 지금이나 가난하기 때문이다.
shikishen 프습 3호기(위)와 4호기(아래)
그러나 단 하나의 예외가 있으니 그것이 바로 소니 컴퓨터 엔터테인먼트의 휴대용 기기, 프습-PSP 되겠다. 2008년 10월 16일, DJMAX 포터블~클레지콰이 에디션 동봉 한정판의 예약을 받기 시작한 날, 동시에 오프라인 매장에 많지 않은 물량이 풀렸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회사 근처에 위치한 신도림역 텤노맡에서 칼퇴근과 함께 입수 할 수 있었다. 이리하여, 일본 발매 1차분으로 구했던 프습 1호기와 동생에게 넘기기 위해 구했던 북미판 프습 2호기(지금은 후배 궁극미중년 군의 손에..), 작년 이맘때 쯤 경량화에 성공한 2000번 프습 3호기에 이어 네번째 프습 3000번을 발매일에 손에 넣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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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0번은 상판에서 모서리로 가는 부분의 둥근 느낌이 한층 더해져, 70년대의 가방을 떠올리게 하는 느낌이다. 어디까지나 2000번과 비교했을 때의 느낌이지만. 사실 2000번과 비교하여 가장 큰 외형적인 변화는 조금 두꺼워졌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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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유를 찾자면 3000번이 개발된 이유이자, 3년전 1000번이 처음 발매되었을 때부터 지적되었던 액정의 문제점이 개선되었기 때문이라 하겠다. 2000번까지의 액정이 가진 문제점이라면 기존 액정 게임기-원더스완이라던가 게임보이 시리즈 등-와는 정반대로 어둠에 강하고 빛에 약한 점과 잔상의 문제가 그것인데, 휴대용 기기이면서도 화창한 대낮에 야외에서는 도저히 알아볼 수가 없는 화면은 어둠 속에서 또렷한 화질을 보여주는 것과 정반대였으며, 빠른 움직임의 게임-동시 발매작이자 초창기 최대히트작인 리지레이서즈 등-에서 상당히 거슬렸던 잔상 또한 당시 그 어떤 PMP도 따라올 수 없었던 화면크기와 화질의 명성을 낮추는 옥의 티로 지적받는 부분이기도 했다.
결국 진한 색감과 낮에도 잘 보이며(이건 테스트를 안해봐서 뭐라 못하겠지만) 잔상 문제도 해결한(동영상 재생으로 볼 때 그리 많이 개선되었다고는...) 액정으로 교체되면서 불가피하게 약간의 두께 증가가 수반된 것으로 생각된다. 그럴거면 배터리 규격을 조금 바꿔주었으면 좋았을 걸 배터리는 2000번과 마찬가지. 쩝... 그래도 화면은 2000번까지의 프습을 보던 사람들이 처음 딱 보면 바뀐것이 확연히 드러날 정도이긴 하고 해서 개인적으론 만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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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상의 명칭 변경과 함께 같은 은색이면서도 번쩍이는 유광 마감의 2000번과는 달리 차분한 느낌의 무광 마감 처리가 되어있는 3000번은 감촉도 바뀌어서 그립감이 상당히 좋아진 느낌이다. 두께가 늘고 동글동글한 모서리 디자인 때문에 손에 잡히는 느낌이 좋아진 탓도 있겠지만.
어댑터마저도 작아졌다. 2000번의 어댑터는 1000번과 동일했지만 3000번은 슬림해졌다. 다만 필리핀에서 왔던 2000과 달리 3000은 멜라민의 나라 중국...
2000번이 일본 발매가의 10보다 낮은 가격으로, 세계에서 첫번째던가 두번째로 발매되었던 쾌거에 비해 다소 비싸진 가격(23만원 정도)에 발매된 것이 다소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충분히 일찍 성공적으로 업그라운드를 달성하고 보다 개선된 프습라이프를 이어가게 된 점이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