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에 싸이월드에 썼던 제목과 같지만, 과연 다른 내용이 전개될지는 나 자신도 미지수. 그냥, 한가+널널한 점심시간에 회사 공식 지정(...은 아니지만) 백반을 먹고 와서 부른 배를 두드리며 포만뒤의 복잡미묘한 감정을 적어보는 비정기 연재 되겠다. ...연재될지도 미지수. 아무튼.
1. 이중잣대라는 말이 있다. 보통 우유부단 내지는 이율배반적인 인물을 질타할 때 흔히 쓰이는, 조금은 아침드라마를 연상시키는 말이기도 하다. 나만 그런가? 아무튼. 그런데 문득 생각해 보면, 세상을 이루고 있는 모든 것들이 다 이중성을 띄고 있다는 결론에 도달할 때가 많다. 민감한 화제인 여남공동병역 문제의 경우, 진정한 남녀평등으로 가는 방법의 하나로 생각하는 남자는 개마초이고, 남자답지 못하게 무슨 쪼잔한 생각이냐고 일축하는 남자는 여성을 보호해야할 대상으로만 생각하는 후진국형 남성이다. 공CD는 자료 백업을 원활하게 해주는 고맙고도 저렴한 저장매체인 동시에 IT 산업을 죽이는 복제의 첨병이다. 일본 문화를 좋아하면 조금은 진보된 소비문화를 배우는 사람인 동시에 일빠에 오덕후에 민족반역자이다. 대학을 졸업한 뒤 취업을 하지 않고 자기 공부를 계속하고 있으면 하고 싶은 일을 위해 젊은 날을 투자하는 나르시스트임과 동시에 부모님의 뼛골을 조금 더 빼먹는 캐말종백수시키이기도 하다. ....비약이 좀 심한 말들도 있지만, 내 시각이 아니라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발언들을 극과 극으로 종합해보면 저런 결론이 나온다. 그 사물이 이중성을 띄고 있는 것인지, 네티즌이라는 이름의 찌질이들이 이중잣대를 들이대고 있는 건지 헷갈리다 못해 머리가 아플 때가 종종 있다. 하기사, 네티즌.. 아니, 누리꾼이라는 것도 사실은 한사람이 아니니까 당연한 걸 수도 있겠지만. 그런데, 나는 몇중잣대로 세상을 재단하고 받아들이는 걸까? 포용력이 넓은 사람과 줏대없이 오지랍만 넓은 사람은 어떻게 다른건지, 또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한다. 으음...
2. 사람의 마음이란 실로 간사하다. 마음은 통과 같아서, 무엇이든 담을 수 있고, 또 비울 수도 있는 것 같다. 마음에 드는 것을 넣었을 때는 그 냄새와 흔적을 오래오래 통에 새겨두면서도, 그것을 비운 다음에는 찌든 때로 치부할 때도 있고 소중한 추억으로 구분할 때도 있다. 모든 것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사실 자기 자신이면서도,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이 부여한 의미가 민망할까봐 거짓으로 마음을 씻어내기도 하고, 그러다가 정말로 마음을 다 씻어내버리는 경우도 있다. 영원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 세상이라고는 하지만, 결국 무언가가 영원한가 그렇지 않은가를 결정하는 것도 사람의 마음에 달린 것 같다. 그 형태가 존재하지 않게 되었거나 변형되었더라도, 사람의 마음속에 얼마나 담아두고 새겨두었는가가, 그 존재의 영원을 판가름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돌아서 생각해 보면, 영원한가 그렇지 않은가가 무어 그리 중요하겠는가. 지금 이 순간의 배부름도 얼마가지 못할 것을.
3. ....여행기 써야 하는데. 포스팅 스트레스라는 거, 은근히 무섭다. 괜한 숙제를 스스로 짊어지고 있는 듯한 기분... 이거 내가 소심한 A형이라 그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