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게티
수능시험을 6개월 앞둔 시점에서, 나는 무라카미 하루키를 알아버렸다.
야한 장면이 많이 나온다는 친구의 꼬드김에 솔깃해서 노르웨이의 숲을 읽은 것이 패착이었다.
나는 대단한 문호를 알게 되었다는 설득으로 어머니의 지갑을 열어, 구할 수 있는 모든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을 구했다. 그리고 수능이 끝나고서도, 나는 무라카미 하루키와 함께 살았다.
대학에 가서 여자를 알고, 여자와 함께 스파게티를 삶으면서 머릿속 어딘가에서 울리던 구절들은 모조리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 속의 문장이고, 단어고, 묘사였다.
군대에 가서 여자가 떠나고, 스스로 스파게티를 삶는 일도 없어졌다. 스파게티도 요리고, 요리는 만든다는 표현이 어울리겠지만, 나는 어쨌거나 스파게티를 삶는다.
끓는 물에 소금을 넣고, 국수를 가늠하여 끓는 물에 투입하는 그 순간도 스파게티를 삶는 순간이고, 팬에 기름을 두르고 재료를 차례차례 볶고 소스를 첨가해서 보골거릴때까지 볶는 그 순간도 나는 스파게티를 삶고 있는 것이다.
마른 날씨에, 하늘이 파랗다. 파란날 내가 삶아 재꼈던 스파게티 소스를 모조리 하늘에 바르면 하늘이 붉어질 수 있을까 하는, 참으로 시덥잖은 상상을 해본다.
이제는 스스로 스파게티를 삶지 않고, 마늘빵도 굽지 않지만, 그저 누군가와 함께 남이 삶아주는 스파게티를 그저 먹으러 다닐 뿐이지만, 하늘이 파란날은 스파게티 국물을 하늘에 끼얹어 버리고 싶은 날들이 있다. 앞으로 세상에 얼만큼의 스파게티가 삶아지길 기다리고 있을지 나는 알 수 없지만, 시퍼런 하늘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하는 날은 못 견디게 하루키의 책을 손에 잡고 싶어진다.
나는 와타나베가 아니고, 나가사와도 아니고, '나'도 아니고, 그렇다고 태엽감는 새도 아니다.
그냥, 하루키 월드를 구경하는 그 무언가, 그저 '우리들'이기만 하면 된다.
...스파게티를.. 삶고 싶다. 어째서 하루키는 나에게 스파게티를 가르쳤을까?
- 2005.01.11. 어느 하루키 카페에 적었던 글의 재탕. 팔은 아프고, 하늘은 파랗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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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피자 먹고 싶다. 배고프네.
역시 님자답구먼. ...나도 피자... 디게 잘 먹는데.
가을타는구만....응....확실해....
어제 오늘 일이 아니란다~
어텀라이더 블루RX-178로 명명해줄게
어우 쌔앵 큐우~
8시간 지난 버터 우유 스파게티 먹고 다음날 하루종일 설사...
.....이눔아...
배고프네요. 다음에 모여서 스파게티나 먹죠?
호오. 다음 번개는 스파게티 번개????
혹시 번개를 하게되면 스파게띠아로...
스파게띠아에서 10월 말까지 스파게티 100원 쿠폰 이벤트를 하고 있더군요*^^*
호오. 그런 바람직한 이벤트가... 추진해 보아도 좋을 것 같네요. 흠흠.
저희 가게 오세요 ㄲㄲ
어디서 영업이야!! 버럭!
숙희는 열심히 피자 스파게티 만들고
우리는 그거 먹고 롯데월드 가서 놀고 그러면 되겠네요
좐슨이 머리는 지대 좋다니깐... 우히히.
그냥 오지 마세요 ㄳ
...화나떠?
맛나겠네^^ 부럽다. 담에 같이 먹자
음. 11일에 좀 일찍 만나면 되겠지?
치즈스파게티 하아하아
실은 어제도 먹...
아하하하 리플들이...ㅠ_ㅠ 10월 말 얼마 안 남았어요 룰루~
리스키님의 손맛이 살아있는 스파게티 그리고 롯데월드 푸하하하...
이 글을 보니 스파게티 먹고 싶어지네요 정말. 다같이 먹고 국물을 하늘에 뿌려 보아요~
다들 출출했나 봅니다... 근데 정말 스파게티 번개 해야겠네요. 음음..
이힛힛.저 스파게티 좋아해요...오늘도 먹었는데..
맛있죠, 스파게티. 자리 만들어야 겠네요.
말로만하지말고번개추진해보자는? 롯데월드도놀러가자는?
금요일쯤 또 시간 내 보자는.. 평일이 좋다는...
일요일도 좋다는..
다른분들 어떠냐는...
전 금요일엔 오후 6시에 끝나요!!!!!!!!!!; 평일은 6시에 끝나는 날이 많아서...ㅠ_ㅠ
일요일보단 토요일 쪽이 좋지만 아무때나 좋아요... 룰루.
재밌게들 노시라는...
전 스티븐 킹에 버닝해서 스티븐 킹 책을 미친듯 모아대는 중입니다-_-;;
아직도 모으지 못한게 많군요. 오늘 책방에서 하루키씨 단편집이 땡겨서 읽을까말까 하다가
요새 시간이 좀 딸리니 담에 보자 하고 도로 집어넣고 왔는데...
한 작가를 좋아해서 작품을 모으는 건 즐거운 일이죠. 하루키씨 단편들은 내키는대로 읽을 수 있어서 즐겁지요. 나중에 도전해 보셔요~
형;; 이탈리아요리사 였군요! 마리오! @0@/
그..그건 아니구..
전 요즘 폴 오스터 읽고 있네요...아주 밑바닥을 치는 느낌이라 형한텐 안맞을듯 싶지만.
누군지 모르겠지만... 암튼 읽는건 좋은 거지. 야오이랑 펜픽 빼고.
..하루키씨가 체코에서 카프카상 받았더라구요. 인터뷰를 하는데..'아마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 기자회견이 될듯합니다' 이러시네요.;
우왔... 대단한 소식!! 기자회견 중계 영상이라도 보고 싶네요..
무라카미 하루키와 스파게티의 관계는 오묘한것 같습니다 -0-
아무래도 캐나다에서 고등학교를 마쳐서 그런지... 스파게티는 느끼하다던 알프레도도 가리지 않고 잘 먹게 된것 같습니다 -ㅅ-
코코펀에서 스파게띠아 크리스피 치킨 샐러드 쿠폰을 주길래 가지고가서 스파게티랑 같이 먹어봤는데... 괜찮더군요 ~_~
그리고... 무라카미 하루키를 처음 접한 건 올해 초 였습니다.
당시 신검 받기 전에 정형외과에 들려 엑스레이 찍을 때였는데, 대기자가 많아 기다리던 중, "상실의 시대"를 읽게 되었습니다.
shikishen님의 친구분께서 말씀하신 "남자의 본능을 자극하는" 부분에 매료되어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야!)
다 읽고 싶었지만 금새 차례가 돌아와 중반부까지 밖에 못봤습니다 ㅠㅠ
입대 날까지 얼마 남지 않았는데 학교 도서관에서 빌려서 다 봐야겠습니다 +_+
제게 있어서 하루키씨의 작품들은 재미있는 이야기를 넘어서 여러가지 의미를 가진 존재들이랍니다. 상실의 시대-노르웨이의 숲은 기왕 읽기 시작하신 것 꼭 완독하시기 바랍니다. 군대에서도 짬밥이 차면 책도 읽을 수 있고 음악도 들을 수 있고 부대 여건에 따라 건프라도 할 수 있으니 참고하시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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