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자고 먼저 가십니까 그래...
아무튼 문장을 쓴다2009. 5. 23. 15:56
나는 기본적으로 진성오덕에, 영덕대게인데다가 천덕꾸러기 인지라 내 블로그에 정치적인 이야기를 끼워넣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다. 정치를 논할 만큼 교양도 지성도 자격도 없는 오덕은 오덕스럽게 오덕다운 포스팅이나 간간히 남기는게 블로그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래서 나는 그냥, 오늘 목숨을 잃은 수많은 사람들 중에서 특히나 대한민국의 매스미디어에 이름이 알려진 두 사람 중 정치권의 수장이었던 사람의 죽음을 슬퍼하는 글만 쓰련다. 그 사람을 알게 된 것이 그사람이 행정부의 수장이 되었을 때이니 그 사람의 죽음을 애도하면 이 포스팅은 결국 정치적인 포스팅이 되려나.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있지만, 나는 그 이전에 어떤 자리에 올라가려면 자격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격없는 사람은 아예 어느 정도의 자리를 넘볼 생각도 해선 안되고, 어떤 이유에서건 양식과 지식과 교양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자격없는 사람이 어떤 자리에 오르고 어떤 감투를 쓰는 것을 막을 줄 알아야하며, 냉정하게 자격있는 사람을 골라 자리에 올려줄 줄 알아야 한다.
그 사람이 대통령이 되었을 때, 나는 이제는 되었다. 반쪼가리 남조선은 이제야 자유민주주의 국가인 대한민국으로 거듭났구나. 이제는 되었다. 그 사람이 다 해 줄 것이다... 라고 생각했었다. 그 사람은 적어도 분단 국가의 민주주의 수장 중에서 처음으로 육군 병장 출신이었기에 국방에 대한 개념이 있을 거라 생각했고, 연줄, 당빨, 학연을 넘어서(애석하게도 지연은 본인의 지연은 아니라고 해도 넘어서지 못했더랬지) 민주주의 국가의 시민들의 좀 더 나은 평가에 의해 대통령이 되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사람을 이젠 이 나라 사람들도 알아볼 수 있게 되었구나하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재작년, 내 생각에 아무리 봐도 자격이 없는 사람이 어떤 자리에 올랐을 때, 이 나라는 다시 틀려먹은 남조선으로 돌아가는구나 하고 생각했다. 뭐, 그 이야기는 전혀 다른 이야기이니 접어두고, 굳이 애석하게도 아직 살아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사람의 이야기를 꺼냄은, 오늘 가신 분이 아직 해야할 일이 더 남아있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 사람이 검찰에 불려다니고 비리가 있다고 조사를 받더라도, 그가 재임기간 동안 탄핵 폭풍을 이겨내고, 죽지 않은 경제가 죽었다는 유언비어에 시달리고, 소수의 아군조차 없이 선동여론에 시달리며 묵묵히 걸어온 것을 기억하기에, 그가 재임기간동안 해 놓았던... 걸레를 빨아 행주 비스무리하게 까지 만들고 앞으로 그 행주 비스무리한 것이 수건이 될 수 있을거라고 믿었던 자그마한 희망의 근거로 계속 남아있어주길 바랬기 때문이었다.
이앙기 운전 퍼포먼스로 농촌을 살리는 척을 하는게 아니라, 서울 시내에 궁궐같은 집을 짓고 29만원으로 식솔, 가신, 경비원들까지 거느리고 사는게 아니라, 보통사람이라고 쌩구라를 치고 처음과 같이 끝까지 누구 그늘 밑에서 골골거리면서 해드실거 다 드시고 늘그막을 골골거리시는게 아니라, 강강으로 갱제를 살리고 어쩌고 하면서 잃어버린 10년의 초석을 닦으신게 아니라, 고향으로 돌아가 농촌과 함께 사는 모습을 인터넷으로 보여주는 그 모습에서, 검찰에 불려다닐 지언정 나는 남조선이 아닌 대한민국의 희망을 대표하는 아이콘으로 남아있어주길 바랬기 때문이었다.
그가 없어도 세상은 여전히 돌아갈 것이다. 그러나, 이제껏 투표한 몇 안되는 표 중에서 가장 자랑스럽고 뿌듯했던 표를 가져간 분이 이제 더 이상 없다는 소식은 별 볼일 없는 진성오덕이자 영덕대게이자 천덕꾸러기인 힘없는 소시민의 하루를 뒤흔들고 있다. 이 흔들림은 어디까지 가게 될까. 그리고 어떤 에필로그와 외전, 열전, 선택지를 낳게 될까.
다 집어치우고, 난 그의 죽음이 너무나 슬프고 안타깝고 애석하며 비통하다. 어쩌자고 그렇게 먼저 가십니까. 잃어버린 10년 뒤에 없어져야할 5년의 절반도 안 지난 이 어두운 시기에.그의 죽음이 슬픈만큼 아쉽고, 또 섭섭하다. 그리고 그런 선택을 할 수 밖에 없게 만든 이들이 한없이 원망스럽다. 부디 편한 곳으로 가시옵소서. 내 나이 30 평생 이 땅을 거쳐간 모든 대통령 중 유일하게 사랑한 대통령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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