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일방적인 거부로부터 1년 이상의 시간이 흘렀지만, 내 머릿속의 피해 의식은 사라지지 않는다. 좌절스럽게도 더 작아지지도 않고, 고맙게도 더 커지지도 않는다. 잊고 살아가다가도 사소한 접촉에 의해 다시 깨닫게 되면, 피해의식은 우울하게 기분을 덮어 나간다.
오늘은 너무나 자랑스러운 동생의 졸업식.
모종의 이유로 처음 가는 것이 아닌 동생의 대학교에, 모종의 이유로 들어가 본 적이 있는 건물에 들어가서 사진도 찍고 축하도 해주고 가방도 들어주고 밥도 먹었다. 즐겁고 유쾌한... 가진 것 없는 형으로써 해 주고 싶은 것을 해주고 돌아와 가벼운 낮잠에 빠져들었다. 기분나쁜 땀에 뒤덥여 잠에서 깨어 습관적으로 휴대폰을 확인하자, 익숙한 번호의 기록이 있다. 오랫만에 메신저에 접속하여, 안부를 전한다. 증오와 혐오, 타인으로써의 응대가 아닌 친구와도 같은 익숙한 분위기. 이것만으로도 감사한다고 생각하며 시간을 보내왔다. 사실, 정말로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쿨한 이별은 하지 않았지만 연약한 인연의 끈을 붙잡고 있는 것으로도 충분하다고.
언제나 그렇듯, 나의 컴플렉스는 사소한 것에 자극당한다. 소심하고 나잇값 못하는 성질 탓에 대화는 중지되고, 결국 나는 다시 묻는다. 결코 들을 수 없는 대답임을 알면서도, 차라리 종지부를 찍고 싶다는 울컥함에 답 없는 물음을 던진다. 짧은 시야 뒤에 숨은 크레바스에 던진 돌멩이처럼 내 물음은 답이 돌아오지 않는다. 어둠 속에 들어가, 어둠이 되어 내 머릿속에 맴돌뿐.
내일 아침에 자고 일어나면 또 많이 잊은 뒤겠지만, 오늘 밤은 또 한동안 뒤척일 것 같다. 그래. 나야 어차피 피해 망상과 소심증에 시달리는 인간 쓰레기 오타쿠인걸. 진실 따위 알 자격도 가치도 없는, 영혼에 무언가가 결여되고 그것을 취미라는 이름으로 포장한 집착으로 채워 놓고 허세를 부리는 말종인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