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보니 매년 1회 이상 여름이면 일본에 간다. 누가 보면 엄청 돈 잘버는 유능한 직딩으로 보겠지만 현실은 그냥저냥한 중소기업 다니는 직딩일 뿐... 요즘같은 시국에는 안 짤리고 잘 다니고 있는 현실만으로 대견하지 않냐고 개겨보고 싶긴 하지만. 이번 일본행은 전혀 계획에 없던 것으로, 정말이지 잘 아껴뒀다가 2010년이나 2011년에 호주를 가보자는 계획을 세우고 있던 터였다. ..물론 B'z의 공연 일정이 잡히면 논외긴 하지만. 그런 계획에 없던 급박한 3박4일은 도쿄 근처 오다이바에 세워진 건담과 2번 짤리고 3번째에 겨우 잡힌 여름휴가 일정, 그리고 그 일정에 혹시 뱅기표가 있나... 하는 검색에 딱 하나 캔슬된 표가 검색된 것이 원인이 되어 정신을 차려보니 캐리어를 끌고 공항에 나가고 있더라.. 하는 이야기 되겠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작년 가을 이사한 후 김포공항에 가기는 참 쉬워진 현재의 주소 덕분에, 전혀 긴장감없이 느긋하게 짐을 싸고 공항에 배웅나와 주기로 한 고마운 분과 약속을 잡고 캐리어를 돌돌끌고 집을 나섰다. 언제나 고마운 동생녀석이 도쿄에 둥지를 꾸민 덕분에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으로 짧은 일정의 여행에 부담이 적어진 게 큰 탓이겠지만... 특히나 이번에는 예산 자체가 적다 못해 없다시피 했기 때문에 초저금리 진사채를 이용하기로 해서 부담과 함께 지갑도 가벼웠더랬다....
비행기 이륙시간 자체가 늦었던 탓에, 느긋하게 김포에 도착해서 여전히 허름하고 번잡한 공항에서 간단히 차를 마시며 배웅나와주신 고마운 분과 시간을 기다려, 이젠 너무 익숙해서 긴장감도 없어진 출국심사를 거쳐 비행기를 탔다. 이젠 얍실해져서 뱅기 탑승 수속이 시작되어도 프습의 캡콤클콜에 들어있는 파이널 파이트를 하며 기다리다가 줄이 다 없어지고 마지막이 되어서야 느긋하게 어슬렁어슬렁 뱅기를 탔다. 창가를 선호하는 탓에 창가 자리를 달라고 했더니 나온 자리는 비상탈출구 옆자리... 비상사태가 있으면 승무원과 협조해 달라는 부탁이랄까 명령이랄까 하는 말을 듣고는 다른 자리와 다른 모니터, 테이블에 당황하면서 비행을 즐겼다. 즐겼다고는 해도 기내식과 언제나 뱅기에서 무조건 마시는 에비스 캔맥주 2개, 원작의 코딱지만큼도 재미없었던(소시의 수영이가 풋풋하게 나오는 건 제외) 기내영화 순정만화, 캡콤클콜의 파이널 파이트, 자리 특성상 마주 앉았던 승무원 누님과의 짧은 대화 정도였짐. ...적어보니 의외로 알차쟈나이까... 아무튼.
2시간 남짓한 비행을 마치고 공항에 나가자, 11개월만에 만나는 동생녀석이 마중을 나와주었다. 전혀 변하지 않은 것 같으면서 또 결혼 1년이 넘은 탓인지 조금더 어른스러워진 동생과 반가움을 나누며 늦은 시간 탓에 서둘러 전철이 다니는 하네다 국내선 1청사로 향했다. 순환버스를 기다리며 농담따먹기를 하고 있자니 기독교 봉사단체에서 단체 여행을 왔는데 사정이 있어 혼자 떨어지게 되었다는 어느 여자분을 만나게 되었다. 일본이 초행길이고 시간이 늦은 탓에 당황하고 있던 여자분을 동생녀석 덕분에 전철 탑승까지 도와드리고, 능숙한 현지가이드 모드로 들어간 동생녀석과 전철을 갈아타며 동생 내외의 아파트로 향했다.
일본 전국시대의 대도 이시카와 고에몽을 소재로 한 연극인 듯. 느낌이 좋아서 찍어봤는데 촬영자도 나와버렸다;;
3박 4일이라는 짧은 일정의 첫날이 늦은 뱅기 시간으로 인해 그저 이동으로만 소모되는게 억울했던 탓에, 조금 억지를 부려 제수씨까지 소환하여 아파트 가는 길에 있는 역근처의 가라오케에 들러 2시간을 놀고 들어갔는데, 아직 한국에는 업데이트 되지 않은 B'z의 신곡 [DIVE]와 [일부와 전부]를 불러본 것 만으로 충분한 감동이었다. 그리고 노래실력이 엄청 는 동생내외의 노래와 댄스(...)를 감상하는 것도 행복했고 말이지. 노래를 하고 있자니 기내식은 금방 꺼지고 해서 가라오케 안에서 음익을 좀 시켜보았는데, 동생이 시킨 감자튀김도 훌륭했지만 내가 시킨 구운 주먹밥(야끼 오니기리)도 상당히 맛있었다. 간장만으로 비빈 밥을 삼각김밥 모양으로 뭉친 후 굽거나 튀기거나 겉만 말린 듯한(...) 식감이었는데, 배가 고팠던 탓인지 무척 맛나게 먹을 수 있었다.
점점 부르기 힘들어져가는(이미 10년전부터 부르기 어려웠지만) B'z 노래를 몇 곡 부른 탓에 가라오케를 2시간 마치고 나온 뒤에는 맛 간 목상태와 함께 엄청난 피로감을 느끼며 동생내외의 아파트로 향했다. 소소한 가구가 바뀐 아파트를 둘러보고 잘 준비를 한 후, 동생과 다음날의 일정을 의논하고 일찍이라고는 할 수 없는 잠자리에 들었다. 자, 내일은 드디어 건담트레이닝이다. 아싸 좋구나~ 하는 어린아이같은 감동을 끌어안고 지친 몸을 뉘자, 늘 그렇듯 언제라는 기억도 없이 꿈 한 번 꾸지 않고 잠이 들었다.
- 2009년 8월 일본여행 #2 건담 트레이닝 데이로. 올해는 텐션 식기 전에 얼른 해치우고 싶은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