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라오케의 피로가 생각보가 심했던지 예상보다 조금 늦게 일어나게 되었다. 원래 8시에는 일어나서 9시에는 오다이바를 향하고 있을 예정이었지만... 아무튼 그럭저럭 밍기적밍기적 일어나서 아침 TV를 보며 느긋하게 외출 준비를 하고, 동생과 함께 길을 나섰다. 제수씨와 함께 갔으면 좋았겠지만 제수씨는 출근을 해야했던 관계루다가.... 아침부터 민폐끼칠 수는 없었기에 동생과 함께 역전에 있는 KFC에 들어가 간단하게 아침을 때웠다. 저물어가는 여름을 부정하는 듯한 강렬한 태양을 쇼윈도우 안에서 느끼며, 느긋하게 이야기를 나누며 씹는 햄버거..는 아니었지만 아무튼 아침식사는 재밌는 것이었다. ....생각해보니 제수씨 번거롭게 안한다고 동생을 끌고 나왔는데 이렇게 되면 제수씨는 혼자 아침식사를 해야 하는 것이었다.... 생각없는 아주버님을 부디 용서하시길..;;
어차피 예정보다 늦은 김에 느긋하게 움직여서 오다이바에 가는 유리카모메를 타기 위해 심바시에서 내렸다. 심바시는 갈때마다 숙대앞 같은, 우리나라 전철역 부근 같은 느낌을 받는다. 물론 흔히들 생각하는 심바시의 이미지는 높은 빌딩과 비지니스의 거리일지도 모르겠지만. 유리카모메를 타기 위해 역사를 향해 걸어가는데, 이거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올라가는 입구부터 인원을 어느정도 끊어서 통제하고 있었고, 계단을 올라가보니 스이카-파스모(일본판 T머니라고 보면 될 듯)를 소지한 사람과 표를 새로 끊어야 하는 사람으로 나누어 입장을 시키고 있었다. 오다이바 합중국이라는 이벤트도 막바지이고, 건담도 앞으로 1주일이면 내리는 상황이라 관광객이 몰려 어쩔 수 없는 통제였는데, 실제로 몰려든 인파를 보니 그렇게 하지 않으면 여기저기서 무쌍난무를 시전할 기세였더랬다. 3분정도 줄을 서있다가-당연히 동생은 파스모가 있었고 나는 표를 끊어야 하는 상황-포기하고 JR심바시 역으로 돌아가 스이카를 구매해버렸다. 그리고 다시 유리카모메 역으로 돌아가보니 아까 내 앞에 서있던 사람 아까 그자리에 서있더라.
스이카로 간편하게 플랫폼을 향하니 막 차가 출발하고 있었다. 안내용 전광판을 올려다보니 5분안에 또 차가 온다는 정보를 보고 역시 느긋하게 한 대 기다리기로 했다.
건담이 전시되어 있는 공원을 지나쳐, 일단 건담 빅 엑스포를 관람하기 위해 빅사이트로 갔다. 가다보니 나무 위로 건담의 상반신이 보였는데, 동생의 조언 그대로 그 광경에 그 건담이 고개를 내밀고 있는 풍경의 위화감과 자연스러움과 충격이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빅사이트에 도착하여 건담 빅 엑스포에 입장하기 위해 이동하다보니 굿즈만 살 사람들을 위한 줄과 입장해서 즐길 사람의 줄이 따로 있더라. 마지막날이고 해서 인기 상품들은 매진이겠거니 싶기도 했고, 아이템보다는 행사를 즐기고 싶었던지라 당연히 입장객 쪽으로 줄을 섰다. 줄은 주차장 내지는 창고로 연상되는 공간을 구비구비 돌고 돌아, 3~40분 가량 줄을 선 끝에 입장권을 구매할 수 있었다. 마지막 날인데다 오다이바에 건담이 실제로 서있다보니 관심과 인기가 한껏 증폭되어 있는 탓이었으리라.
작년까지는 무료 입장이었던 건담엑스포건만 유료가 되어 좀 아쉬운 느낌도 있었다. 그러거나말거나 티켓을 구매하고 입장하는 순간의 그 감동이란 참.. 나이 30 넘어서 만화영화 박람회를 들어가며 감동을 느끼는 스스로를 부끄러워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아놔 몰라 여튼 건담 킹왕짱 우히힉~
작년에 봤던 건담 거대 스테츄와 함께, 건담의 역사와 전시장 안내도, 그리고 우측으로 꺾어지면서 시작되는 애니메이션 히스토리 부스가 눈에 들어왔다. 잠시 고민하다가, 애니메이션 히스토리 부스는 작년에 봤던 것의 재탕이겠거니.. 해서 좀 한가해 보이는 공간으로 먼저 발걸음을 옮겼더랬다. 이 선택이 결국 애니메이션 히스토리관을 영영 못가보는 이유가 될 줄 누가 알았으랴. 걸음을 옮기니 이내 눈에 들어온 것은 건담 게임 전시관이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현재 곧 발매 예정인 PS3용 건담전기의 시연회와 홍보, 데이터 카드다스를 이용한 배틀라인, 인기리에 가동중인-그러나 PSP로는 말아먹은-전장의 인연(키즈나) 체험회, 역대 가정용 게임기로 발매되었던 건담 관련 게임등의 전시가 이어지고 있었다. 전장의 키즈나는 500엔에 2 크레딧인 비싼 게임이기도 하고, 부스 도우미 총각, 언니들이 연방군 제복 코스프레를 하고 있던지라 한 번 즐겨볼까 싶기도 했지만 닥치고 40분 이상 걸리는 줄을 서기는 싫었던 탓에 발걸음을 옮겼다.
역대 가정용 게임들은 PS2용 건담전기, SS용 건담외전(블루 데스티니)등의 액션게임에는 줄도 서 있었지만 G제너레이션, 나이트건담이야기2 등의 RPG-SIM 장르의 게임기들은 빈탕이었다. 게임기 부스를 둘러보며 감탄과 추억에 잠시 잠겨있다가, 등 뒤의 가조립 프라모델이 전시되어 있는 건프라 히스토리 부스를 볼까 하다가 그 옆에 있는 SD건담 부스의 인력에 이끌려 버렸다.
SD건담 부스는 상당수 작년 부스의 재탕이었지만, 다시 봐도 반가운 아이템들이었던데다 이번에 처음 공개된 듯한 SD건담 스케치 및 원화들이 전시되어 있던 탓에 그저 감탄하며 볼 수 밖에 없었다. 작년에는 SD건담 월드 별로만 구분되어 있던 부스 구성이 연도별로 구분되어 있었고 SD건담 포스까지 SD건담의 역사를 일목요연하게 전시하고 있어 알찬 느낌이었다. 인기많은 삼국전은 PV영상을 틀어주고 있었지만 그 앞은 사람이 많았던 탓에 적당히 구경하다가 다른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PS3용 건담전기 체험 코너를 지나자, 성우등을 초빙하는 스페셜 스테이지 행사장과 특별 상영물 링 오브 건담의 상영관으로 향하는 길이 겹쳐 병목현상을 이루고 있었다. 30주년 건담의 디자인 컨셉과 데이터를 전시해 둔 부스를 지나자 그 옆에는 새로 발매되는 ZZ건담의 블루레이 세트 홍보 및 30주년판 건담 극장판/OVA DVD 특별판매 부스가 있었다. 30주년 기념 가격 3,000엔에 판매하고 있던 부스에서 동생은 동생의 베스트 건담 건담F91의 DVD 구매를 심각하게 고민하였으나 다시 생각해보자는 말에 아쉬운 발걸음을 옮겼더랬다. ....나중에 알고보니 동일한 제품을 효호하히하헤하에서 포인트도 쌓고 보다 저렴한 가격에 구할 수 있었더랬다. 이때 샀으면 울었을지도;;
다음에 나타난 부스들은 건담에이스, 하비저팬, 전격 하비 등의 건담 관련 잡지의 전시와 홍보, 건담 관련 일러스트레이터들의 축전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주인공 일러스트들도 멋있었지만 역시 SD건담 관련 일러스트들과 더블오의 명장면을 그린 일러스트가 멋졌더랬다.
부스가 늘어선 좁은 터널을 빠져나오자 신작 건프라, 피규어 및 카드다스 등의 굿즈들이 다량 전시되어 있었다. 신작 HGUC 크샤트리아나 MG 엑시아 등의 작례들도 전시되어 있었지만 가장 마음을 잡아끈 것은 역시 카드다스 컴플리트 박스들이었다. 작년에는 진행중인 아이템이었지만 현재 시점에서는 벌써 컴플리트박스 8개, 프리미엄 박스 2개의 시리즈가 완료되었고 프리미엄 신작이 곧 발매예정인지라 작년보다 풍성한 느낌의 전시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마지막에는 나이트건담 카드다스 시리즈의 완결편으로는 마지막 작품인 G건담을 모티브로 한 황금신화의 발매예고 표찰이 붙어있었다.
그리고는 연습장, 클립, 다이어리, 캘린더 등의 좀 쓰잘데기 없어 보이는 굿즈와 건담워 전시 부스가 있었다. 건담워의 경우에는 설문 조사에 응하고 게임 플레이 강의를 들으면 기본 스타터 1박스를 얻을 수 있었는데, 게임 플레이 강의까지 대기 시간이 너무 걸려서 스타터만 얻고 줄을 빠져나왔더랬다.
흥분해서 발품을 팔았더니 역시나 적시나 엄청난 물량의 가샤퐁 기계들이 늘어서 있는게 눈에 들어왔다. 가샤퐁은 더 이상 관심을 끌지 못하는 아이템이었으나 무슨 생각인지 최초의 SD건담 가샤퐁 시리즈가 복각되어 있는 것을 발견해버렸더랬다... 아아아.... 그 뒤에 잠시는 생각이 나지 않는다. 이유를 알 수 없는 가샤퐁 캡슐이 여러개 가방에서 달그락 거리고 있었을 뿐....
가샤퐁 매대 근처에 있던 에코프라(친환경 재생 플라스틱을 이용한 새카만 프라모델) 삼국전 유비건담 조립이벤트 부스에서 꼬맹이들과 함께 건프라 하나 만들어갈까 하다가, 사전예약제인데가가 시간도 얼굴에 깔 철판도 없던 탓에 슬슬 점심식사나 하러 갈까 하고 재입장 도장을 찍고 나왔다.
2009년 8월 일본여행 #3 건담 트레이닝 데이 - 건담 빅 엑스포 오후로 이어짐. 사진을 골라도 100장이로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