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ikishen의 기억 제4막 - 색선희준 블로그

1Q84 1권 감상완료 를 올리고 하루도 안걸려서, 번역본 2권을 다 읽었다. 하루키 선생의 작품을 읽을때마다 느끼는 점이지만, 내가 읽고 싶어서 시작한 책이 결국 나를 놓아주지 않아 끝까지 다 읽어버리게 된다.

 다 읽고난 소감은... 뭔가 뒷이야기를 갈구하게 되지만 이대로도 충분히 열린 결말이라는 느낌. 너무 열려있다고 아쉬워할 사람들도 있을 것 같은데, 아니나 다를까 3권 집필중이라는 소식이 있더라. 예전 태엽감는새 크로니클(태엽감는 새 연대기=태엽감는 새) 때도 이랬던 적이 있는 하루키 선생인지라, 그저 굽신거리고 숭배하며 기다릴 뿐.

 번역본에서 아쉬운 점을 지적하자면, 인명의 우리말 표기가 법률을 따르다보니 젊은층에서 생각하는 일본이름 표기와 다르게 느껴진다는 점... 남자주인공 '텐고(天吾)'의 경우 외래어 표기법을 따르다보니 '덴고'가 되어버렸다. 마찬가지로 게이 경비원 '타마루'의 경우 '다마루', '츠바사'의 경우 '쓰바사(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안 드는 부분)'로 표기했는데, 외래어 표기법을 따르는 것은 물론 중요한 일이지만, 그 표기가 제정되어 있는 규범과는 다르게 원래의 발음과는 동떨어진 표기를 갖게 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언어학적으로, 발음학적으로는 '쓰바사'가 올바르다면 할 수 없지만.

 그리고 이건 번역가의 문제라기 보다 외래어를 우리식으로 거슬리지 않게 표현하는 점의 아쉬움에 대한 것인데,  작품 초반부터 등장하는 중요한 키워드인 '선구'='사키가케さきがけ'의 경우 선구라는 의미도 물론 가지지만, 단체의 이름으로 쓰기 좋은 단 한마디의 말로 바꾸기엔 さきがけ라는 말에 담겨있는 정서가 우리말과 딱 맞아떨어지는게 없다. 결론적으론 '선구'라는 어휘를 차용함으로 나름의 맛을 살린 느낌이긴 하지만, 이런 어휘나 문장, 인용에 대한 번역의 벽을 느낄때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원서로 읽는게 낫다는 치기어린 발상에 다다르게 된다. 뭐 아무튼.

 3권이 나온다는 소식에 춤이라도 추고 싶은 기쁨을 느낌과 동시에, 2권 마지막에 보여준 아오마메는 어떻게 되는 건가...하는 궁금증이 뒤섞여, 작품에 대한 전체적인 감상은 내년으로 미뤄보련다. B'z의 새로운 라이브짐과 노르웨이의 숲 영화판이 공개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기대되는 2010년이 어서 왔으면 하는 이유가 또 하나 생겨버렸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2009년도 이미 제법 풍성했지만서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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