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241006, 3일차~친구와 함께 이바라키
이번 일본여행을 결심하게 된 계기 중 하나는 동생의 새 보금자리 구경이었다. COVID-19 상황으로 인해서 몇 년이나 걸려서 겨우 찾아가보게 된 셈이지만. 그리고 또 하나는, 여행길에 오르도록 등을 밀어준 친우의 공연 관람 제안이었다. 친우는 대학시절 만나서 평생의 친구가 되었는데(나만 그런가..), 급격히 친해지게 된 계기가 일본의 락밴드 ULFULS(울풀즈=우루후루즈=ウルフルズ)였다. 그리고 그렇게 울풀즈를 좋아하게 된지 20년이 지나서야 비로소 공연을 보러 가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으니, 새삼 놀랍다면 놀라운 시간들을 흘려보냈구나 싶었다.
나보다는 이틀 뒤에 한국에서 출발한 친우를 맞이하러 나가는 길에, 감사하게도 동생이 픽업을 해주기로 했다. 이틀 뒤에는 이 길을 따라 나는 귀국길에 오르겠지만, 이 날은 동생의 차를 타고 친우를 맞이하러 나리따 공항으로 향했다. 다소 이른 시간이었기에, 이동 중에 서비스 에리어(우리말로 하자면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아침을 해결하기로 하고 동생의 차에 올라 나리따로 향했다. 출발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만난 휴게소에서 잠시 차를 세우고, 일요일의 이른 아침에 문을 연 어느 고기 전문 점포에서 오오바가 들어간 고로케와 간단한 음료로 아침을 대신했다. 오오바의 향이 뭔가 일본식 아침식사라는 느낌을 들게 해 주는 것 같아 괜히 재미가 있었다.
식사를 마치고 편의점에 들러 간단한 음료를 구매하고, 어딘가 라이딩을 떠나는 듯한 바이커들을 잠시 구경하다 다시 나리따로 길을 재촉했다. 도착했던 날에는 바로 도쿄로 이동했기에 몰랐었던 것 같은데, 이동하던 도중에 '우시쿠 대불'을 보고 정말 깜짝 놀랐다. 오다이바 건담이나 오다이바 유니콘, 고베 철인28호, 후쿠오카 뉴건담 등 거대한 구조물을 일본에서 못 본 것은 아니지만, 고속도로에서 육안으로 이렇게 거대해 보이는 대불이 있다니 실로 놀랍다 아니할 수 없었다. 동생에게 물어보니, 일본에는 3대 대불이 있는데... 이 우시쿠 대불은 불상 자체의 규모에 비해 다소 아쉬운 관광성적을 보여준다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언젠가 우시쿠 대불을 볼 수 있는 코스로 해서 이바라키를 돌아다녀 보는 여행을 잠시 생각해 보았다. ...가능하겠지?
나리따에서 잠시 기다려, 친우를 만났다. 서로 가정을 꾸리고 약간은 떨어진 도시에서 삶을 영위하는 우리지만, 그래도 1년에 몇 번은 회포를 풀기도 하지만, 역시 해외에서 이렇게 만나는 것은 뭔가 드라마틱한 재미가 있는 법이었다. 오늘도 바쁜 일정인 관계로, 그닥 짐을 갖고 오지 않은 친우와 함께 동생의 차에 올라 왔던 길을 되돌아 오면서 다시 한 번 우시쿠 대불의 거대함에 감탄하기도 했다. 그리고, 친우와 함께 이바라키로 이동할 준비를 하기로 했다.
공연을 관람할 곳이 이바라키였기 때문에, 친우와 함께 사용할 렌터카를 빌리기 위해 동생의 집 근처로 돌아와 잠시 중식을 먹기로 했다. 동생의 추천으로 나름 동네 맛집은 라멘집으로 갔는데, 닭고기 베이스의 짭짤하고 진한 국물이 일품인 라멘을 먹게 되었다. 여기는 닭고기 소보로가 올라간 공기밥이 추가된 정식을 추천하길래 도전해 보았다. 양이 상당했지만 맛이 좋아서 약간 부담스러운 양을 배불리 먹을 수 있었다.
렌터카 예약시간까지 약간 시간이 남아, 근처의 서점에서 책을 잠시 구경하기로 했다. 학술서적과 전문서적까지 다루고 있는 나름 규모가 있는 서점이었지만, 나한테는 그냥 덕력을 뿜어내는 책들만이 관심이 있을 뿐이었다. 한참 서가를 서성거리며 구경하다가, 최신 하비재팬을 한 권 집어들어 보았다. 여행 득템을 정리하면서 따로 포스팅을 해볼까 싶긴 하지만, 2024년 10월 초의 하비재팬은 80년대의 특집기사들을 모아놓은 특별별책부록이 있어서 꽤나 만족스러운 한권이었다 하겠다.
도요타 렌터카에서 저렴하면서도 크지 않은, 내가 차량을 렌터할 때 가장 선호하는 운전하기 편한 차량을 빌려보았다. 요런 모양의 박스카는 언젠가 오키나와에서 큐브를 운전해 본 적이 있었는데, 24시간 동안 우리의 발이 되어 준 이 차량은 상당히 운전하기 편한 좋은 차였다..고 생각한다. 차량을 수령하고, 동생과 하루 동안의 이별을 고한 후 조심조심 이바라키로 출발하였다. 계획을 세우는 단계에서는 이동하면서 이번 공연의 셋리스트를 들으며 흥얼거리는 운행을 생각했었지만... 일본 여행지에서 친우와 둘이서 한국말로 이런저런 신변잡기를 이야기하고 있노라니 여기가 이바라키가 아니라 경기도 양평이 아니냐는 농담을 하며 웃기도 하면서... 그렇게 짧은 듯한 운행시간을 즐길 수 있었다. 구글맵 어플리케이션 덕분에 수월하게 목적지에 도착하여 주차를 하고 내려보니, 저 멀리 투어트럭이 보여 드디어 실감이 나기 시작했다. 우리가 드디어 울풀즈 공연에 왔구나!
개인적으로 이번 여행에서는 쇼핑을 최대한 자제하려고 생각하고 있었고 투어 굿즈도 전혀 구매할 예정이 없었는데... 실제로 투어트럭을 보고 팬들이 모여있는 감동적인 풍경을 보고, 굿즈들을 보고 있자니 몇몇 부담없는 굿즈들을 구매하게 되었다. 굿즈를 구매하고 음료 한 잔으로 목을 축이고 있자니 입장 안내가 시작되었다. 공연장은 시민회관 같은 느낌의 크지 않은 공연장이었고, 우리의 자리는 비교적 뒷자리였음에도 충분히 감동적인 뷰와 음향으로 공연을 즐길 수 있었다. 굿즈였던 투어티로 갈아입고, 20여년 동안 즐겨들었던 곡들과 신곡(내 기준)들을 라이브로 듣는 감동이야 설명할 것도 없을 것이고... 2시간 여에 걸친 공연 내내 정말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https://youtu.be/3zR1DRtKPbc?si=7V4_7N0FLKzVZHzv
공연을 마치고 나와서, 기왕 이바라키 씩이나 온 김에 내가 좋아하는 '이니셜D'에 등장한 이바라키 코스를 잠깐 들렀다 가볼까 하고 내비게이션을 검색하여 '후루츠라인'을 목적지로 해보았다. 여기는 '이니셜D'에서 주인공이 소속된 원정팀 '프로젝트D'가 이바라키 원정에서 '신의 손'과 '신의 발'과 겨뤘던 코스의 모티브...가 된 것이라는 것 같았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을 조금만 돌아가면 되는 것 같았기에, 구글맵에 의지하여 밤길을 달려가 보았다. 처음에는 고속도로를 타고 이동하고 있었는데... 어째 목적지에 거의 다 도착해서는 차량의 통행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완벽히 어두운 산길을 안내하는 것이 아닌가...
산길을 뚫고, 나무위키의 검색을 통해 찾아낸 '신의 발' 시합의 힐클라임 스타트 포인트로 추정되는 곳에 도착해보니.. 그야말로 아무것도 없는 칠흑같은 어둠만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대단히 을씨년스러운 산길을 뚫고 도착했는데 조명도 거의 없는 어두운 길가였던지라, 차를 세워놓고 친우와 함께 잠시 주변을 둘러보며 와... 이거 뭐냐...하며 당황해 하고 있었다. 그런데, 조금 뒤 굉음과 함께 산길에서 뭔가 공도레이서 같은 포스를 풍기는 3대 정도의 차량이 내려와 우리 앞을 쌩하니 지나쳐갔다. 어... 저..저거!! 하고 생각하는 동안, 이번에는 또 다른 하얀 차량 한 대가 또 굉음과 함께 쌩하니 우리 앞을 지나쳐 이번에는 산길 입구를 향해 빨려들어가듯 사라져 가는 것을 보았다. ...제대로 오긴 왔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그 차량들을 사진으로 남겨두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워 왔다. 다만 그 기억을, 이렇게 블로그에 남겨본다.
대략 목적했던 바를 이뤘다고 생각하니, 공연이 끝나고 음료 한모금 외에는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는 공복감이 엄습해 왔다. 이후에는 허기와 피로가 함께 몰려올 것이 걱정되어, 후루츠라인 입구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던 편의점에서 간단한 저녁을 먹고 숙소로 차를 재촉해 돌아왔다. 친우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자 따로 예약한 숙소는 이제껏 일본에서 만나본 숙소 중에 가장 넓었고, 침대의 상태나 부대시설의 규모가 대단히 좋았더랬다. 이바라키를 왕복하면서 오랫만에 옛날 이야기와 지금 사는 이야기, 시덥잖은 농담을 많이도 나눴지만, 공연의 감상과 함께 길고 알찼던 우리의 여정에 대해 또다시 이야기를 하며,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날도... 물론 우리는 바쁜 계획이 있었기 때문에.
[도쿄] 241006, 4일차~모두 함께 도쿄 유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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