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추어 파이터즈 ~ 다큐멘터리 [아키라키드]를 보고
https://youtu.be/DrmKQMNml9I?si=e0Xo9a0AzYaFdASO
2025년 초, SBS 에서 방영하고 넷플릭스에서 서비스 중인 다큐멘터리, 아키라키드. 국내 오락실 대전격투 플레이어들의 추억을 조명한 다큐멘터리인데, [프로게이머]라는 직업인들의 이름이 대중에게 오르내리기 전의 오락실 대전격투 게이머들을 다뤘다는 점이 대단한 의의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도, 3D 격투게임이라는 장르를 열고 불꽃같은 인기를 불태우고 매니악한 생명줄만을 남기고 뒤로 물러서버린 전설의 게임 [버추어 파이터Virtua Fighter]와 그 플레이어들의 이야기라는 점이 더욱 더.
나는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이고, 1995년 경에는 집과 학교와 오락실이 세상의 전부였던 학생이었다. 오락실에는 [슈퍼 스트리트 파이터2]가 별로 재미없다는 평을 듣고 있었고, [페탈퓨리]와 [용호권]이 함께 싸우는 [킹오파94]의 혁신을 [킹오파95]로 이어가고 있었고, [스트리트 파이터 제로]와 [리얼 바우트 아랑전설], [사무라이3] 가 오락실의 한 켠을 차지하고 있었고, [에일리언 vs 프레데터]의 인기를 [아머드 워리어즈]가 제대로 잇지 못하는 분위기와 함께, [HOOK]와 [베이스볼 닌자]가 또 자리를 슬쩍 꿰차고 있었다. 그리고 역사의 슈팅게임 라인 쪽에서는 오로지 채경(PSYKYO] 의 [텐가이]와 [스트라이커즈 1945]가 명맥을 이어가고 있었고.
https://youtu.be/DgLUmcZczDg?si=c1426cAsvaASIaeU
그리고 당연히, [버추어 파이터](이하 버파)가 있었다. 1편은 전혀 다른 조작체계와 그래픽, 거의 다 200원이라는 가격을 책정했던 당시 오락실의 분위기로 혁신적이긴 하지만 섣불리 손을 대지 못하고 잊혀져 가는 게임이었다. ...사실 강북 변두리인 은평구에서는 [버파]가 들어온 것 자체가 1보다는 2가 먼저이기도 했고.
그리고 [버파2]는, 발매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많은 오락실에서 구경할 수 있는 대세 격투게임이었다. 가드버튼, 펀치버튼, 킥버튼, 8방향 레버 라는 조작체계부터가 [스트리트 파이터]가 문을 연 6버튼 조작 또는 [아랑전설2] 이래로 자리잡은 4버튼 조작 등과는 전혀 다른 것이었고, 단 3개의 버튼과 방향 조합으로 여러 현실적(으로 보이는)인 기술들을 구사하며 당시기준 환상적으로 보이는 3D 그래픽을 화면에 뿌려내면서 강렬한 사운드 이펙트를 들려주던 [버파2]는, 드디어 1편의 [생소함]을 걷어내고 플레이어들을 적응시켜나가기에 이르렀던 것이다.
다큐 [아키라키드]는, 이 [버파] 시리즈의 3번째 작품이자 인류가 만들어 낸 의미있는 '것'으로 인정받은 게임 소프트웨어인 [버파3]에 무려 '세계대회'가 있었고 거기서 우승한 한국인 소년 플레이어 '아키라키드'와 함께 그와 [버파3]를 둘러싼 당시의 플레이어들과 [오락실]을 함께 담아내고 있는 다큐멘터리이다. '페이커'이상혁, '복서'임요환이 있기 전에, [버파3]의 제작사 [SEGA]가 개최한 [버추어 파이터3 맥시멈배틀]의 우승을 차지한 [아키라키드]가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 이제 얼마나 남아있을까 싶었지만, 이 다큐가 방영되고 나서 이제는 레트로가 되어버린 오락실의 기억을 떠올리는 당시의 게이머들의 이야기들이 조금씩 들리는 걸 보면, 이 다큐가 가지고 있는 의미는 단순한 '게임 다큐멘터리'에 그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https://youtu.be/aWnVv3989Jk?si=TqD9PQCP_eUMKaQe
[버파3]라는 게임은 사실 최근 게임인 [용과 같이8] 또는 [용과 같이8 외전] 의 미니게임(...)으로 즐길 수 있는 게임이기도 하지만, 당시에 오락실에서 즐기거나 구경했던 세대가 다큐를 보고 느꼈을 감정은 남다른 것이었을 것이리라. 다큐 2부 후반에 [압구정 조이플라자]를 재현한 모습들이라던가, 누군가는 참여했고 누군가는 구경했고 누군가는 소식만 들어봤을 [팀배틀]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는 내용이라던가... 인터넷이 대중에게 열리기 몇 해 전, 게임잡지와 PC통신과 입소문만으로 소식을 접해왔던 오락실 세대들에게는 새삼 추억이 복받쳐오르는 감정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했을 것 같다.
나 역시 이 다큐의 이야기가 마지막에 다다를 때쯤, 가슴이 벅차오르는 느낌을 숨길 수가 없었다. 나는 분명 동네 오락실 하수에 지나지 않는 실력의 플레이어였고, '강북의 뉴챌린저'를 몇 발자국 뒤에서 바라보던 그냥 오락실 뚱땡이였고, 양재동 메가존에는 한 번도 못가보고 대방동은 두어번 밖에 못가봤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먼발치에서나마 [버파]팀배틀을 구경했던 오락실 틴에이저이기는 했기에. 그 시절 한정된 용돈을 오락실에 쏟아부으며 내 나름의 열정을 불태워보기는 했기에. 나도 [버파] 해봤다는 것은 사실이었기에. 1994년에, 1995년에, 1996년에 오락실에서 격투게임을 즐기고 모르는 타인들과 100원 동전으로 권拳을 나눠봤기에, [버파] 신작을 구경하러 나름 버스를 갈아타고 시내를 나가봤기에. 그랬던 오락쟁이였기에, 이 다큐의 마지막에 눈가가 촉촉해질만한 했던 것 아닐까.
물론 나는 요즘도 전자오락을 끊지 않고 가늘게나마 게이머의 삶을 이어가고 있지만, 이제는 멸종 직전인 [오락실]에서 동전을 넣고 크레딧이 올라가는 소리를 들으며 의자에 앉아 내 캐릭터를 고르는 경험을 새삼스럽게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괜시리, 2026년 5월에 플레이엑스포가 열리고.. 거기에 또다시 '추억의 오락실'이 열리게 된다면... 버파3 이벤트 팀배틀이 개최된다면... 하는 꿈을 또 한 번 꾸게 되어 본다. ...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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