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참 좋아졌다랄까, 새로운 노동이 생겨났달까. 직장내 코로나관리를 잘못해서 곤욕을 치른 모 업체의 새벽배송 서비스라는게 생겨나서, 발매당일 매장 구매에 실패했지만 그날 밤 12시 언저리에 물건을 받아보는 새로운 경험을 선하게 한 것이 이 게임, [더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2] 되겠다. 2020년 6월 19일에 발매되었고, 발매 전부터 요상한 연기와 발매일 확정, 그와 관련한 스포일러 유출 등으로 상당히 말이 많았던지라 구매를 보류하기까지 했던 게임이었다. 그러던 것이, 발매 일주일 전 엠바고가 해제된 이후 각종 게임웹진 및 리뷰사이트에서 역대 최고점을 갱신하는 리뷰들을 선보이며, 결국 구매를 결정하게 되었더랬다.
그리고 발매 당일, 직장에서 비교적 가까운 신도림 덕후노마트에 구매하러 설렁설렁 갔더니 코로나 사태로 인하여 건물 밖에 줄을 서서 순차 입장 및 구매가 가능하다는 걸 보고 구매에 실패하고, 위에 언급한 새벽배송으로 게임을 지르면서 슬슬 웹의 평가를 보니 매우 나쁜 평가가 지배적인 것이 아닌가. 보통은 스포일러를 당해도 재미있게 게임도 하고 영화도 보는 편이긴 한데, 이 게임은 과연 어떻길래 발매 당일부터 이런 폭력이나 테러에 가까운 평가가 나온 것인지 게임 자체로 느껴보고 싶어서 웹서핑을 자제해 가며 주말을 온전히 갈아넣어 클리어하게 되었다.
오픈하면 이렇게.
데이터 인스톨 디스크가 별도로 있다.
감상을 이야기하려면 스포일러가 필수인 관계로, 스포일러도 상관없다는 분들은 다음 문장을 클릭하여 접은 글을 열어보시기 바란다. 감상은, 모 커뮤니티에 먼저 올렸던 글을 약간 손봐서 올리는지라, 경어체로 적혀있다.
보통난이도를 선택해서 주말 내내 달리다 결국 못 깨고 월요일 저녁까지 달려서 클리어 했습니다. 세간의 평가를 어느정도 알고 있던지라, 엔딩 스탭롤이 시작되면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도대체 뭐가 문제지?' 였습니다.
엔딩 스탭롤이 모두 지나간 후, 곧바로 보통+를 골라 2회차 시작하면서 일부 시네마틱은 패스하고 다시보고 하면서 초반 시퀀스를 진행하다가 일단 멈췄습니다. 출근길에 차 안에서 다시 곱씹어봐도, 문제가 있는 장면이 종종 나오지만 과연 이정도로 테러당할 게임인가 하는 생각이 떠나지 않네요.
우선, 실제로 플레이하시면서 거부감이 심하신 분들은 당연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문화예술 컨텐츠의 스토리와 이야기전개가 다 만족스러울 수 없고, 이 라오어2는 플레이어를 감정적으로 불편하게 만드는 장치가 다수 배치되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다만, 금요일 오후부터 시작된 실시간 스트리밍이나 유튜브, 루리웹, 나무위키 등지의 리뷰나 평가만을 보고 그저 불편하기만 한 게임으로 치부하는 분들도 계시는 것 같아 안타깝다는 생각도 듭니다.
2회차를 마치고 이야기를 다시 한 번 곱씹어보면 평가가 달라질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일단 지금 시점에서 감상을 간단히 적어봅니다.
- 발매전 지적되었던 PC요소는 거의 느껴지지 않습니다. 동성애, 여성성이 없는 주인공여성, 동양인, 무지개 문양이 도저히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어쩔 수 없지만요.
- 조엘의 죽음은 스타워즈8의 루크처럼, 전작 주인공에 대한 존경없이 쓰고 버리기 위한 장치로 쓰였다고 보는 분들이 많은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전작 마지막 시퀀스에서 조엘이 앨리를 구한 것은 동시에 파이어플라이 전체를 적으로 돌린 행위이고, 그로 인해 복수당할 수 있다는 것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기도 했으니까요.
- 애비 파트로 전환되는 시점에서는 상당히 당황스러웠습니다. 심지어 챕터명이 화면에 뜰때는 애비로 3일을 달려야 하는가?라는 의문과 함께 큰 불편함이 일기도 했는데, 불편함이 아니라 분노를 느끼는 분들도 많은 것 같더군요. 전 이 전개를 보면서 마블코믹스의 [시빌워]가 떠올랐습니다.
- 애비 파트의 작위적인 진행은 아쉬운 부분이 많았습니다. 여러 생각이 들긴 하지만, 더 길게 이야기를 뽑기에는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다보니 줄이고 깎아서 너무 많은 이야기를 우겨담다보니 이런 진행이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하지만, 게임을 플레이하는 감각이 앨리와 꽤 다르고 애비의 조작이 전작 조엘과 많이 닮아있다는 점이 여러가지를 체험하고 생각하게 만들어 줍니다. 애비가 결국 또다른 조엘이 된다는 전개는 대단히 작위적이지만, 개인적으론 현시점의 앨리와 대비되는 점에서 여러 생각을 하게 되더군요.
- 그리고 엔딩인 줄 알았던 앨리와 디나의 생활 파트와 그 이후는 아쉽기도 하지만 납득가기도 합니다. 앨리가 우유부단해진게 이해가 안간다는 평가가 많던데, 저 또한 100% 공감하긴 어렵지만 납득이 안되는 건 아니었습니다. 만약 앨리가 그 해변 기둥에 묶인 애비를 그대로 무기를 사용해서 죽였다면, 그 선택은 속시원하고 개운한 그런 결말이었을까요?
- 엔딩에서 텅빈 집에 앨리의 짐만을 모아놓은 방, 마지막 기타연주, 기타를 케이스에 넣지 않고 그대로 세워둔채 창 밖으로 흐릿하게 보이는 앨리의 떠나는 모습에서 깊은 상실을 느꼈습니다. 한편으로는, 조엘도 죽이고 자기 동료들도 죽이고 불륜도 저지르고 아이 하나 주워서 살아남아 떠나는 애비가 승리자로도 보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앨리의 상실에 슬퍼하면서 깊은 상실감을 느끼며 스탭롤을 보게 되었지요. 이 새드 엔딩(배드 엔딩?)을 플레이어의 노력으로 바꿀 수 없다는 점이 안타깝지만, 분노는 일지 않았습니다. 그 먹먹한 상실감 속에서 스탭롤에 흐르는 기타연주와 보컬곡을 들으면서 복잡한 감정이 되더군요. 그리고 곧바로 2회차를 시작했습니다.
- 저는 조엘의 죽음이 안타깝고 슬펐지만, 그게 전작의 팬들을 우롱하고 멸시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 게임은 후속작이지만 다른 이야기를 그리고 있고, 애비파트에서 보여주듯이 누군가에겐 아버지를 죽인사람이자 인류를 배반한 사람이니까요. 조엘이 그래선 되었다고 나무라는 건 심지어 진실을 알게된 앨리 또한 마찬가지였으며, 앨리 또한 오랜 시간이 걸려서야 용서를 시작할 수 있을 정도의 잘못이기도 했지요. 작품 외적에서 전작 마지막 시퀀스에서 고민을 많이 하면서 플레이했기에 조엘은 절대선이자 수퍼히어로가 아니라, 본인이 살아남기 위해서... 본인이 사랑하게 된 소녀를 지키기 위해서 인간백정이자 수라가 된 인물이었기에, 조엘이 죄값을 치른 것이라고도 생각합니다.
- 애비 또한... 누군가에겐 좋은 사람이었을지 몰라도 그녀 또한 나쁜 사람입니다. 조작방법과 무기, 이야기의 진행이 전작의 조엘과 닮은 부분이 있다는 것도 작위적으로 보일지라도 그런 부분을 잘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만듦새가 아쉬운 이야기지만 말하고자 하는 바는 알겠다는 느낌이랄까요.
- 앨리는... 너무 큰 수업료를 지불하고 과거와 결별했다고 생각합니다. 크나큰 상실을 겪었고, 텅빈 집을 떠나 흐릿한 뒷모습을 보이며 떠나는 엔딩이지만, 저는 그녀가 애비와의 최종전에서 승리하고도 애비(와 레브)를 살려주는 부분에서 앨리가 떠올린 조엘의 모습에서 무언가를 깨달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2는 올해 최고의 게임이라고 생각한다. 올해 무척 기대했던 바이오 해저드3 RE를 플레이하고 느낀 짧은 볼륨에 대한 아쉬움에 대해서, 완전히 정반대로 모두 채워졌다. 또한, 불쾌한 골짜기라는게 전혀 느껴지지 않는 훌륭한 그래픽과 전작을 보완한 게임성에 대해서는 이 게임의 이야기와 전개를 비난하는 분들도 대체로 수긍할거라고 생각한다.
스토리와 전개에 대해서도, 분노보다 상실과 슬픔, 복수에 대해서 생각하게 만드는 부분도 좋았고, 작품 외적으로 거센 비난글(영상)을 찾아보면서 나와 어떻게 생각이 다른가 짚어보는 재미까지 선사해 주는 게임이기도 하다.
전작에 비해 트로피 난이도가 낮아져서, 플래티넘에 도전해볼까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스포 피한다고 주말내내 인터넷의 평가나 글들을 안 보고 있었는데 찬찬히 읽어보면서 생각을 비교해 봐야겠다. 2회차를 클리어하고 나면.... 생각이 또 조금 바뀌려나 싶긴 한데... 아마 그렇진 않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