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ikishen의 기억 제4막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은 2018년 5월에 PS4로 발매된 어드벤처 게임으로, 발매전부터 대단한 그래픽으로 눈길을 끌면서 대단한 스토리라인을 기대하게 만들었던 걸로 기억한다. 당시 나는 별 생각이 없었는데, 어느 모임의 후배가 이 게임 안하냐고 물어봐서 관심을 살짝 가졌다가, 어느날 PSN+로 무료로 풀린 버전을 다운만 받아놨다가 근래에 갑자기 꽂혀서 달려보았다. ...정직히 말하자면, 1테라 밖에 안되는 플포 본체의 용량을 좀 줄여볼겸 받아놓고 안하던 게임을 클리어하자..는 걸 목표로...

타이틀화면...이라기엔 메인화면. 게임의 진행상황이나 접속시간 등에 따라 이런저런 대화를 걸어오는데 제법 리얼하다.

이 이야기는 메탈 시티로 유명한미래의 디트로이트를 무대로 인간형 인공지능 안드로이드가 보편화된 세상을 그려내고 있다. 게임 중 시점에서 단순한 인공지능을 넘어 인격을 갖게 된 안드로이드 [변이체](일본어판 기준)가 발생하기 시작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3대의 안드로이드 각각의 시점에서 전개하며 보여준다.

1. 카라 side


주인공 카라. 가정용 안드로이드로 특별한 괴력이나 기능은 없지만, 자아를 갖게 되면서 모성본능과 생존본능을 보인다.

카라 side의 서브 주인공 앨리스. 플레이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한 애물단지로 느낄 수도 있지만... 황당한 반전이 있다.

카라의 주인 토드. 시작부터 불안하더니...

플레이하기에 따라 죽을 상을 자주 보게 되는 루서(루터).

인간이지만 안드로이드를 이해하는 고마운 조력자 로즈.

이 게임을 만들 수 있게 된 계기이자, 3명의 주인공 중 가장 처절한 모습을 자주 보게 되는 카라. 카라는 토드가 구입한 후 토드의 집으로 이동하여 가사노동과 앨리스를 돌보는 일을 맡게 되는데, 집을 청소하면서부터 이 집구석이 매우 심상치 않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이런저런 사정으로 앨리스와 함께 도피 행각을 시작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데, 플레이하는 상황에 따라 마커스, 코너와 잠시 스쳐지나가게 된다. 

마커스의 이야기 진행에 따라 후반에 영향을 직간접적으로 받게 되지만, 어찌보면 가장 독자적인 진행을 보여주기도 하는,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주인공.

2. 코너 side


주인공 코너. 이야기가 진행됨에 따라 기계와 변이체의 차이를 가장 극명하게 드러내는 역할.

코너의 파트너 행크. 진행하기에 따라 형사 버디무비가 될 수 있고 상처입은 인간의 비극을 관찰하는 이야기가 될 수도..

코너는 이 게임의 프롤로그에 해당하는 파트에서 맨 처음 등장하는 주인공으로, 어느 개인의 소유물이 아닌 나라일을 하는 존재로 나온다. 프롤로그에서 범죄를 일으킨 안드로이드를 설득하고 협상을 진행하기 위해 등장하는데, 프롤로그부터 거의 매 챕터 죽을 수 있는 캐릭터이며, 죽어도 해당 메모리를 이어받은 동일한 모델의 코너가 재등장한다.

또한, 그런 특성을 살려 코너가 자아를 가진 [변이체]가 될지, 끝까지 주어진 임무만 수행하는 기계로 남을지가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달라지며, 그때마다 냉정한 기계와 어설프지만 그래서 인간미가 묻어나는 행크의 버디의 모습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3. 마커스 side


충실한 집사에서 혁명군의 리더로. 이 이야기의 가장 큰 축을 끌고 가는 캐릭터.

마커스를 소유한 몸이 불편한 늙은 화가. 마커스의 진정한 이해자.

진행하기에 따라 새로운 혁명군의 리더, 희생양, 마커스의 연인이 되는 노스.

미술계의 유명인사 칼의 집사인 마커스는 칼의 친아들보다도 더 신뢰와 사랑을 받으며 지내고 있다. 칼은 마커스가 이미 자아를 가질 자질을 가졌다는 것을 간파하고 있었고, 예술을 이해하고 창조를 해내는 마커스의 변화를 기뻐하는 좋은 이해자이지만, 그 변화가 일어난 직후 두 사람은 더 이상 함께 할 수 없었다.

온화하고 예술성을 갖게 된 마커스지만, 칼의 집에 있을 수 없게 된 충격적인 사건 이후 스스로의 운명, 그리고 이 이야기의 거대한 축을 끌고 가거나 혹은 그 축을 만들어 내게 되는 여정을 걷게 된다.


엔딩 중에서. 본편 중, 코너가 행크를 처음 만나는 장면.

트로피 달성률은 75%. 못 다 본 이야기는 유튭으로...

이 게임은 미려한 그래픽으로 보여주는 드라마를 감상하면서, 중간중간 시간의 압박이 있는 선택을 통하여 뒷이야기를 변화시키거나, 큰 줄기는 같더라도 디테일이 달라지는 이야기를 즐기는 장르의 인터렉티브 무비 같은 어드벤처 게임이다. 옵션에서 난이도를 쉽게 바꿔두면, 조작이 어려워서 못해먹을 일은 없다. 

지금은 PC로도 이식이 되었다고 알고 있는데, 사양은 제법 높다고(2020년 기준) 한다. PS4 기준으로는 대단히 훌륭한 그래픽을 보여주며, 이야기도 아무런 공략을 보지 않고 1회차를 플레이하는 동안에는 각 챕터 클리어 후 보여주는 방대한 분기표에 경악하면서 이야기에 몰입해 나갈 수 있었다. 사운드 이펙트나 화면연출, 배경음악 등도 훌륭해서, 그야말로 SF미드 한 편을 보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다만, 이야기의 분기가 방대하고 분기에 따라 각 인물들의 이야기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기에 다회차 플레이는 필수인데 반하여 다회차 플레이에 대한 배려가 아쉽다. 적어도, 한 번 본 내용은 스킵할 수 있거나 특정 분기로 바로 패스할 수 있는 기능이 있었다면...하는 아쉬움이 크다. 물론 몇 챕터 전의 행동에 영향을 받는 부분도 많아서 그것도 쉽지 않을 것 같다 싶긴 하지만, 공통으로 흘러가는 부분만이라도 스킵이 되었다면... 하는 그런 아쉬움은 역시.

2021년 3월 초 기준 한국 PSN에서 1만원 미만의 가격으로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으니, 부담없이 즐겨보시기를 추천하는 괜찮은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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