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ikishen의 기억 제4막 - 색선희준 블로그


표지

등짝

이런저런 핑계를 대려면 한가득이지만, 아무튼 인생이 게을러진 건지 핑계거리가 많아진 건지... 하루키 아저씨의 신간이 나온 것도 모르고 전자오락기를 뚱땅거리며 살다가 발매를 알게 된 한 권. 이전에 레시피를 소재로 한 책도 있었는데, 이번에는 하루키 아저씨의 티셔츠 컬렉션으로 구성된 18편의 에세이집 되겠다.


별로 조예는 없지만, 제임슨은 그다지 맛있었던 기억이...

내 인생 소설 댄스댄스댄스. 저 티셔츠 만들어보고 싶다.

하드커버의 고급진 책의 외관과 함께, 풀컬러로 수록된 하루키 아저씨의 티셔츠 컬렉션과 그에 대한 수필로 구성된... 다른 설명이 필요하지 않은 에세이집이다. 18편의 에세이 외에도 저자 서문도 에세이같은 느낌이 들고, 부록으로 수록되어 있는 특별 인터뷰에는 더욱 많은 티셔츠들과 그에 대한 더욱 짧은 대담이 있다. 

다만, 무라카미 하루키라는 작가에 대해 반감이 있거나, 티셔츠 따위 아무래도 좋으니 많은 텍스트를 읽고 싶다는 분들에게는 다소 아쉬운 분량의 한 권이 되지 않았나... 하는 느낌이 남기도 한다. 각 소제목마다 그에 충실하면서도 하루키 아저씨다운 내용과 문장이 가득 묻어나는 에세이가 실려있다 보니 더욱 그런 것 같기도 하고.

무라카미 라디오 시리즈와 같은 느낌의 에세이집들이지만, 읽고 있노라면 피식피식 웃음이 나오기도 하고 때로는 크게 하! 하고 웃게 되는 부분들도 있어서 한바탕 유쾌하게 읽을 수 있는 한 권이었다. 이제는 70대에 접어든 하루키 아저씨이지만, 되도록 건강히 오래오래 사시면서 이런 가볍지만 유쾌한 하루키 스타일의 에세이를 또 읽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한 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