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ikishen의 기억 제4막 - 색선희준 블로그

타이틀 화면

2023년 5월초, 어린이날 즈음하여 시작된 PSN 세일 항목을 둘러보다가, 누가 봐도 한국에서 만들었을 것 같은 국산(?)게임이 하나 저렴하게 세일하고 있는 것을 보고 국산 게임 하나 팔아주자는 생각으로 구매하게 되었다. 제작사는 NO MORE 500... ...무려 불란서의 인디게임 제작사라고??

모든 것의 시작이 되는 노리개

일러스트와 배경, 캐릭터들의 복식들까지 모두 누가 봐도 대단히 한국제로 보이는 이 게임이 무려 프랑스의 인디게임 제작사에서 만들어진 게임이라고... 장르는 매우 흔한 스타일의 텍스트 어드벤처인데, 무난해 보이면서도 독특한 느낌의 일러스트로 재현된 조선시대 어느 한 장면을 재현한 화면화면들이 상당히 아름답고 눈을 끈다. 다만 사용되는 일러스트들의 수가 많지 않아서 금방 식상한 느낌을 받게 되는 점은 어쩔 수 없지만...

플레이어의 분신인 남주인공 '유리'와 공략(?)대상인 여주인공 수아

이야기는 조선시대의 어느날, 고아 출신인 주인공 '유리'가 한양에서 3년간의 무과 준비를 거쳐 급제를 하고, 수사관이 되어 조선남동부(영남지방)의 고향 마을로 돌아가는 것으로 시작된다. 작중 인물의 입을 빌려 40년간 이렇다할 사건도 없이 평온하게만 살아가던 작은 마을 '양동'은 우연인지 필연인지 '유리'의 귀향과 함께 끔찍한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는 이야기를 그려낸다.

복식이나 묘사, 표정 등의 재현이 제법 괜찮고 정말 한국 사극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는 장점이 있지만, 인물들의 이름이 조선식이라기보다 2020년대를 살아가는 요즘 젊은이들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이름들이 많이 눈에 띄기도 하고 인물들의 대화가 요즘 나오는 퓨전사극 같은 느낌을 많이 주기도 한다. 플레이하면서 '어허.. 남녀가 유별하거늘 어찌 한 방에 저리...', '저저저, 남녀칠세 부동석도 모르는가.. 오호통제라...' 를 중얼거리고 있으니 옆에서 아내가 웬 꼰대가 하나 들어앉았냐고 피식거리기도 하고 말이지.

게임에 등장하는 거의 모든 주요 인물들이 등장하는 엔딩컷 중 하나.

약간의 분기를 타고 준비된 몇 개의 베드엔딩과 노멀엔딩, 굿엔딩을 볼 수 있으며 엔딩의 종류에 따라 갤러리에서 볼 수 있는 일러스트가 해금되는 등 약간은 전형적인 형식의 텍스트 어드벤처라고 할 수 있겠다. 플레이어에 따라서는 분기가 맞기는 한건지 불만족스러울 수도 있겠으나, 저렴한 인디게임이라고 생각하면 너그러이 넘어갈 수도 있는 나름 독특한 부분이라고 넘어갈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PS5 전용은 아니고, 스팀이나 스잇치에서도 만나볼 수 있으니 프랑스 제작팀이 그려낸 한국적인 사극 판타지 스릴러 러브 로맨스 텍스트 어드벤처 가 싫지 않으시다면 가벼운 마음으로 한 번 도전해 보시면 어떨까.

노멀엔딩과 굿엔딩(진엔딩)은 플레이하는 도중 수아와 단 둘이 진행하는 대화 9종류 중에 나쁜 반응을 4회 이상이냐 미만이냐에 따라 달라지는 듯. 한 번 클리어한 후에는 타임라인에서 해당하는 대화들만 진행해서 갯수를 조절한 후 결말 파트를 다시 보는 것으로 간편하게 볼 수도 있으니 혹시 플레이하는 분들에게는 참고가 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