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ikishen의 기억 제4막 - 색선희준 블로그

연수원의 희준희

이야기2007. 5. 14. 19:20

들러주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연수를 왔습니다. 고등학교 때 이후로 이렇게 빠른 진행과 빡센 수업 참여는 처음인 것 같네요. 하루가 후딱 지나가고 매우매우 이른 저녁을 먹은 후 내컴퓨터 우클릭-> 속성을 절대로 보여주지 않는 기묘한 PC 앞에 앉아 포스팅을 하고 잇습니다. 할 짓이 없다는 것은 이럴 때 좋군요.

 이 동네도 재개발이 한창이라 비교적 익숙한 광경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광명시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기도 한데, 반파된 마을 터와 곳곳의 살벌한 플랜카드가 그럭저럭 익숙하게 보인다는 것을 새삼 무섭게 생각하게 되더군요. 그러한 바깥 환경과는 달리, 연수원 자체는 낡은 건물 느낌을 잘 살린 깔끔함이라고 표현하고 싶군요.

 깔끔하다고 말하면, 하얗고 반짝반짝하고 티없는 느낌을 떠올리실지 모르겠지만, 앞에 전제로 깔아둔 낡은 건물이라는 것에 주목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공공기관-사실 군부대가 떠오르는-에서 볼 수 있는 20년 이상 된 건물과 주변 조경의 구성, 어둡지도 활기차지도 않은 딱 보통의 느낌으로 청소한 느낌의 환경, 한적하다못해 고즈넉하기까지 한 분위기. 어쩐지, 하루키씨의 걸작 해변의 카프카가 떠오르는 풍경입니다. 도서관이랄까, 숲속의 오두막이랄까, 그런 느낌말이지요.

 집에서 혼자 파판12를 달리는 요즘이긴 하지만, 그래도 나름 복작복작한 삶을 살다가 한가한 곳에서 주체못할 자유시간을 얻게 되니 이 또한 신선하긴 하네요. 재밌고 두근두근한 모험이 기다리거나 하지는 않지만, 한동한 전혀 느끼지 못했던 생소한 곳에서의 대책없는 한가한 시간이라는 것은 일정을 잘못 파악해서 시간이 왕창 남아버린 여행자가 된 기분이라 나쁘지는 않습니다. ....낮의 격렬하게 빠른 수업시간은 논외로 해두지요.

 사실 지루함 타파용으로 프습과  NDSL을 가져오긴 했습니다만, 일단은 주변을 휘적휘적 돌아다녀보고 건물을 돌아볼 생각입니다. 벌써부터 대량의 이탈자들이 나오고 있긴 합니다만, 합법적으로 주어진 요양 생활이라고 생각하고 이 한가함을 즐겨보렵니다. ...사실 금요일에 출근하면 쌓여있을 일거리들을 애써외면하는 중이긴 하지만요.

.....이 와중에도 여기서 서바이벌 뛰면 재밌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으면 막장인가요? 어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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