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민속박물관] 요물, 우리를 홀린 고양이 전시회
얼마 전에 다녀온 경복궁 생과방에서 문득 눈에 띄었던 거대한 간판, 요물. 요물이라. 고양이가 좀 요물이긴 하지... 하고 생각만 했었는데, 저 요물에게 홀린 어느 예쁜 아줌마를 비롯한 다른 친구들과 함께 어느 날씨 좋은 주말을 이용하여 다녀온 전시회의 이름이 바로 [요물, 우리를 홀린 고양이] 되겠다. 경복궁에 붙어있는 국립민속박물관에서 관람할 수 있고, 관람료는 무료.
그래서, 이 요물을 어떻게 보여주는 전시인가 했는데, 의외로 뭔가 인문학적인 감상이 남는 전시였다. 민속박물관에서 하는 전시라 그런가, 우리 민족의 삶 속에서 고양이가 어떠한 모습으로, 어떠한 이야기로, 어떠한 말의 형태로, 어떠한 미술로 남아있는가를 보여주는 전시가 초반에 이어진다. 고양이 그림이나 모형, 미술품을 기대하고 가면 살짝 배신 당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지만, 그리 많지 않은 텍스트를 약간만 시간을 들여 읽어보고 육성으로 녹음된 민간설화를 들어보고, 함께 전시된 사진과 그림을 감상해 보면서 우리를 홀린 요물이 어떻게 우리 삶 속에 녹아 들어 있었는가를 배워볼 수 있는 유익한 전시라고 아니할 수 없었다.
역사공부에 대한 당황이 사라지고 통로를 따라가면, 분위기가 바뀌면서 두번째 섹션이 시작된다. 안방을 차지한 고양이. 이 섹션은 특히나 고양이를 정말 사랑하는 사람들이 기획했다는 생각이 드는 컨텐츠로 채워져 있는데, 역시나 많은 텍스트를 읽는 재미가 있다. 거대한 고양이 인형이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덤. 현대 생활에서 고양이가 우리 곁에 어떻게 차지하고 있는지 알 수 있으면서도, 냥덕후들이 평소 어떤 생각을 갖고 사는지도 볼 수 있겠다.
전시의 마지막은 우리 동네 고양이를 지나 공존을 위한 모색으로 마무리가 된다. 고양이라는 존재를, 집에서 기르는 애완동물이라는 개념을 넘어 함께 삶을 영위하는 반려묘로 받아들이고, 나아가 직접 집에서 섬기지는(?) 않더라도 동네와 거리와 국가에 존재하는 모든 고양이들을 인간의 친구로써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모색하자는 것인데... 여기까지 오면 생각이 많아지는 사람도, 심드렁한 사람도, 피가 끓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체적으로 통일성이 있는 심플한 전시회라기보다는, 인문학적으로 고양이라는 요물이 우리와 오랫동안 어떻게 함께 했으며, 지금은 고양이와 함께 행복하게 사는 사람들이 많으며, 그 요물들을 지켜주며 함께 살아가자는 메시지가 느껴지는... 의미와 의지가 가득 담겨있는 전시라는 생각이 들었다. 경복궁이라는 접근성이 좋은(서울 사람에게는;) 장소면서 관람료도 무료이니만큼 전시 기간 동안 한 번 쯤 시간을 내어 다녀와 보시면 어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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