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ikishen의 기억 제4막 - 색선희준 블로그

2023년 하반기 내내, 주로 이용하는 항공사로부터 '당신의 코딱지만큼 있는 마일리지가 날라가것소?' 라는 연락을 계속 받아왔다. 그렇다면 이젠 써야지.. 하고 이런저런 계획을 짜다가 먼저 사용한 마일리지가 지난 3월의 제주여행이었다. 그리고 동시에 계획했던 또 다른 여행이, 이번에 다녀온 후쿠오카 여행이 되겠다. 한국 사람들이 하도 많이 가서 거리에서 한국말만 들린다는 이야기도 있었고, 2020년 마지막 여행이 후쿠오카였던지라 굳이 여길 또.. 싶긴 했지만, 작년 12월말 기준 마일리지 항공권으로 구할 수 있는 가장 빠른 일정이 여기였기도 하고, 나름 개인적으로 편하게 다녀올만한 곳이라고 생각했던지라.

후쿠오카 착륙!!

아침 비행기였기에 공항에 일찍 나가야 했는데, 새벽 3시에 잠을 깨운 모기 때문에... 결국 3시간 반 정도만 자고 공항으로 출발해야 했다. 수속을 마치고 KFC에서 가볍게 버거를 하나 먹고, 짧은 비행이지만 비행시간의 절반 정도를 잠으로 보냈다. 덕분에 기내식은 패스했지만, 동행한 지인의 증언으로는 맛으로 먹는 기내식이 아니었다고. 오랫만에 공항에 착륙하는모습을 타임랩스로 남기고, 텐진에 위치한 숙소로 향했다.

텐진에서 라라포트까지 한 번에 가는 46L 버스. 한시간에 한 번 정도 오지만 편리하다.

오랫만에 아내가 아닌, 다른 동성 친구와 함께 떠난 여행이라 한껏 가성비에만 무게를 둔 숙소 예약이 새삼 신선했다. 이번에는 야놀자를 이용해서 해외 숙소를 예약했는데, 놀랍게도 다른 여러 숙박예약 사이트를 통틀어 가장 저렴한 예약을 할 수 있었고... 그곳이 마지막 후쿠오카 여행에서 묵었던 그 곳이었다. 체크인까지는 시간이 많이 남았던지라, 수트케이스를 맡겨놓고 첫날 목적지로 계획했던 라라포트로 향했다. 찾아보니, 한 번에 가는 버스가 있던지라 부슬거리는 비를 뚫고 버스에 올랐다.

건담이 있는 일상.. 후쿠오카가 매력적인 도시가 된 이유.

이번 여행은 2박3일이라는 짧은 일정이었는데, 막연하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것 중 하나는 역시 후쿠오카 뉴건담 이라고 불리우는 [SIDE-F RX-93FF 뉴건담 실제 크기 입상] 이었다. 이 실물크기 뉴건담은 2009년에 보러 갔던 오다이바 건담(현재는 없어짐), 2017년에 보러갔던 오다이바 유니콘 건담(2024년 현재도 건재), 끝내 보러가지 못했던 요코하마 건담 (RX-78FF, 2024년 3월 없어짐)에 이어 4번째로 일본에 지어진 실제크기 건담 입상이라고 하겠다. 중국에 있는 프리덤을 포함하면 5번째이기도 하고.

라라포트에 도착해서 24미터짜리 뉴건담을 보고 있자니, 비만 오지 않았다면 한나절 내내 바라볼 수도 있겠다 싶었다. 실제로 이런걸 만들어 내는 일본의 기획력도 대단하고, 건담이라는 매체가 일본인들에게 얼마나 사랑받고 있는가... 라는 자문을 또다시 던져보게 되는 것이었다. 일상 혹에, 그것도 거대 쇼핑몰 옆에 딱 붙어서 그 존재감을 건물 사이에서 뽐내는 건담이라니. 건덕에게는 그저 감동적일 수 밖에 없는 공간이었다. 

낮시간에 진행되는 매시 정각의 기본 쇼.

라라포트 뉴건담은 매시 정각에, 팔과 머리가 조금 움직이는 쇼가 진행되며, 이는 최초의 오다이바 건담부터 이어져오는 전통적인 전시 구성이라고 하겠다. 이번에는 팔이 제법 높이 올라가는지라, 단순하지만 좀 더 박력을 느낄 수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그리고, 뉴건담 옆에 있던 안내판에는 7시에 'GUNDAM SEED FREEDOM' 관련 쇼가 진행된다고 되어 있기는 한데, 실제로는 이미 종료되어 저녁 쇼는 7시-7시30분 의 두가지 구성이 반복되고 있었다. 이건 다름 포스트에서 이어가기로 하고.. 

점심은 라라포트의 텐동집
내 주문은 에도마에덴동. 맛도 있었지만 양도 충분했다.

주변에 그야말로 일반인들이 건담 쇼를 잠시 멈춰서서 구경하는 것을 보면서, 이정도 규모의 전시품이 되면 역시 눈길을 잡아끌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쇼의 시작을 기다리는 동안에 우리 일행 옆에 있던 50대 후반으로 보이는 여성분과 그 분의 따님으로 보이는 두 여성이 - 나 제타까지는 아는데 이건 무슨 건담일까? - 난 시드부터만 알아서... - 아무로 이키마스~는 기억나는데.. 너무 오래된 기억이지? 하는 대화를 주워들으면서, 굳이 건덕이 아니더라도 애니메이션을 보고 즐기는 문화가 정착되어 있는 나라에서 이러한 컨텐츠가 얼마나 친숙하고 익숙할 것인가.. 하는 부러움 같은 감정을 새삼 느끼기도 했고. 첫 날 이야기만가지고도 포스트가 두 번은 더 올라가야 할 것 같아 보이니, 일단은 여기까지.

 - [후쿠오카] 2024년 6월 1일차 - 2 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