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ikishen의 기억 제4막 - 색선희준 블로그

숙소에서 잠시 침대에 누워 TV를 보며 다리를 쉬어주다가, 버스 시간에 늦지 않도록 다시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점심을 먹고 건담파크를 휘 둘러보았을 뿐인데 숄더백도 뭔가 묵직, 손에도 뭔가 들려있던 터라 그런 무게도 숙소에 내려놓고 오게 된 것도 다행이었다. 이번 여행에서는 전체적으로 코인로커를 사용하지 않았는데, 주로 다니게 되었던 동선 중앙에 위치한 숙소를 고른 것과 일본여행의 달인인 지인의 경험치 덕이 컸다고 하겠다. 올 때 이미 신발이 비에 살짝 젖었기에 젖은 신발을 다시 신는 것이 조금 싫긴 했지만, 7시의 뉴건담을 보기 위해 가벼운 몸으로 숙소를 나섰다.

빗속의 요시노야. 옛날에 한국 진출했었는데.

다시 한 번 동일한 노선의 버스를 타고 라라포트로 향했다. 퇴근시간에 맞물려서 그런가, 길도 조금 더 막히고 하카타역 앞에서 타는 승객의 수가 어마어마해서, 승객들의 승하차 시간이 조금 더 걸렸던 것 같다. 그러거나 말거나 한가한 버스의 뒷자리를 잡은 나와 지인은 목소리를 낮춰 대화를 나누며 라라포트에 재도전하는 길이 마냥 즐거울 뿐이었다.

살짝 어두워졌더니 조명이 돋보인다
눈 부분이 더욱 빛나는 느낌
라라포트와 뉴건담
참 잘생긴 뉴건담 얼굴
꽃 사이로 보이는 건담
이런 일상이.. 말이 되나?

비구름탓에 해는 보이지 않았지만 확실히 날은 조금 더 어두워져 있었다. 7시가 되기 전에 라라포트에 도착해서, 조금더 불빛이 강하게 보이는 뉴건담을 둘러보고, 꽃나무 사이로도 뉴건담이 보이는 비일상 같은 풍경을 조금 더 즐기게 되었다. 이 때까지만 해도 7시 공연이 시장판..'GUNDAM SEED FREEDOM' 즉 시드 극장판 관련 공연으로 알고 있었는데, 정작 7시에 시작된 것은 '우주세기 히스토리' 공연이었다...

알고보니 그 공연은 이제 중지되었고 'RX-93ff 뉴건담 from SIDE-F' 공연과 '우주세기 히스토리(아무로&샤아)' 공연 2가지만 반복된다는 것이었다. 7시는 아직 하늘이 밝아서 라라포트 외벽에 투영되는 영상이 잘 안보이기도 해서, 8시 공연(7시 공연과 같은 것)까지 총 3번을 보고 라라포트를 떠나리고 했다. 떠나기 전에, 트레일러샵에 들러 BB전사 뉴건담ff 를 하나 사고 로봇혼 뉴건담ff(5500엔)을 잠시 고민했지만.. 끝내 내려놓고 라라포트를 떠났다. 참고로 시장판 공연이 중지되었다는 정보는 트레일러샵 점원에게 들은 이야기...

숙소로 돌아와서 다시 짐을 내려놓고, 프런트에서 이 근처에 괜찮은 모쯔나베집 추천을 받았다. 숙소 바로 앞에 위치한 작은 식당이 잘한다는 추천을 받았는데, 막상 내려가보니 오늘 영업을 마쳤다는 것이 아닌가... 평일 저녁이라 그런건지 원래 그런건지는 모르겠지만, 하는 수 없이 큰길로 나가서 식당을 찾아보기로 했다. 날이 좋았다면 골목을 조금 더 누벼볼 수도 있었겠지만, 빗발이 거세진 관계로 멀리 나가지 않고 큰길가에 있던 곳에 자리가 보여 얼른 들어가 보았다.

일단은 맥주!!

하나젠 메뉴판
모쯔나베 메뉴
닭껍질구이가 맛있었다
이 페이지는 먹어보지 못했다

입장할 때부터 유쾌한 접객으로 맞이해 준 밝은 인상의 형님(나보다는 한참 어리겠지만) 덕분에 기분 좋게 오픈치킨 맞은편 카운터 석에 앉아, 메뉴를 추천받고 생맥주와 모쯔나베, 닭껍질구이를 시켜보았다. 후꾸오까라는 지역 특성상 명란이 들어간 것이 추천인 듯 보이기도 했지만, 나이를 생각해서 소금이 덜 들어간 쪽으로 주문해보았다. 

오픈키친과 메뉴
닭껍질구이. 정말 맛있었다
모쯔나베가 나왔다
팔팔 끓여서
너도 한그릇 나도 한그릇
술을 부르는 좋은 국물

듣기로 모쯔나베도 꽤나 짭짤하다고 들었지만 막상 한 술 떠보니 굉장한 감칠맛이 있는 적절한 간의 요리였다. 또, 함께 주문한 닭껍질구이도 시험삼아 5개만 먹어보고 가라아게로 바꿔볼 요량이었지만 메뉴판에 써있던 것처럼 혼자서 10개도 먹을 수 있는 맛이었다. 덕분에, 생맥주만 한두잔 먹을 생각이었던 것을 결국 작은 청주도 하나 시키게 되었다....

배불러서 안먹은 드링크 바
다무!!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지인이 부른 쯔나미
역시 지인의 선곡
씨티헌터..무슨 곡일까요?
역시 애니송. 뭘까요?
지인의 선곡
마지막은 게임 수록곡!

일행과 담소를 나누며 만족스러운 식사를 마치니, 배가 넉넉해진 느낌이 들었다. 이러면 안되는데... 하는 죄책감에 뭔가 소화를 시켜야겠다는 생각으로 바로 근처에 있던 가라오케로 향했다. 평일의 늦은 저녁시간임에도 가라오케는 만석이었지만, 10분 정도를 기다려 DAM다무 기기가 설치된 방에 들어갈 수 있었다. 신촌의 블루노래방 철수 이후로 너무나 오랫만에 만져보는 다무 리모콘에 눈물이 날 것 같았지만, 일행과 함께 가볍게 한 시간 정도 노래를 부르고 쉴 것 같은 목을 부여잡고 일정을 마무리 하기로 했다.

숙소에서 내려다 본 풍경

방으로 돌아와 샤워를 하고, 잘생긴 청년 둘이서 좋아한다는 고백과 키스(...)를 나누는 드라마를 잠시 보다가 내일 일정에 대해서 일행과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계획은 크게 두 가지였는데, 아침에 일어나보고 비가 얼마나 오느냐에 따라 무엇을 실행할지 결정하기로 했다. 새벽에 모기 때문에 설친 잠과, 열심히 돌아다닌 피로, 가벼운 저녁 술자리와 노래방 덕분에, 눈을 감자마자 바로 곯아떨어지게 되었더랬다. 과연 다음날 날씨는 어찌되려나...

[후쿠오카] 2024년 6월 2일차 - 1 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