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ikishen의 기억 제4막 - 색선희준 블로그

아침부터 날씨가 좋았다.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느끼며 잠에서 깨어나, 전날 사놓은 빵으로 간단히 아침을 먹으며 TV로 날씨를 확인했다. 매우 다행히도, 3일간의 일정 내내 비가 올 것이라는 예보와는 달리 이 날 하루는 흐리고 덥지만 비가 오지는 않을 거라는 좋은 소식을 보게 되었다. 창 밖에 보이는 파란 하늘을 보면서, 머릿 속으로 생각하고 있던 2개의 계획 중 보다 하고 싶던 오이타현 히타日田시로 이동하기로 했다. 고속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이동방법이었는데, 숙소에서 텐진 고속버스 터미널까지 걸어서 15분 거리였기 때문에 가벼운 마음으로 구글맵을 켜고 이동해 보았다.

버스에 올라 고가도로를 탔다.
영어, 일어, 한글 순으로 안내하던 전광판
논농사를 하는 동네를 지나갔다
고속도로 중간에 보이던 정류소들

대략 한시간 반 정도를 버스로 이동해서, 히타 버스터미널에서 내렸다. 약간 여유롭게 움직이려고 했는데 어쩌다보니 티켓을 사자마자 탈 버스가 오는 기적이 일어나는 바람에 버스 터미널의 풍경을 남겨두지 못한게 아쉽긴 했지만... 아무튼 왕복표를 한 방에 끊어두는 것이 100엔이라도 더 절약할 수 있다는 내용을 적어둔다;; 버스에 올라타서 잠시 풍경을 보며 동행과 담소를 나누다가, 갈길도 멀고 해서 잠시 잠을 청했다. 조금 졸다 일어나보니 한가한 지방 마을로 들어가, 히타 버스 터미널에 도착하게 되었다.

히타역 앞의 구조물. 빠진 I는 사람이 서서 채워보거나...

히타라는 동네는 후쿠오카가 아니라 오이타라는 현에 속한 동네로, 현을 하나 건너가야 하는 만큼 확실히 거리도 있고... 뭔가 지방 소도시라는 느낌의 한적한 곳이었다. 후쿠오카 시내에서도 3일 내내 덕질로만 시간을 보낼 수도 있었지만, 그럭저럭 대충 후쿠오카는 자주 오기도 했고, 일본 맥주 중에 가장 좋아하는 삿포로 맥주 공장이 있다고 해서 히타를 가보자고 생각했던... 그런 단순한 이유가 여기까지 온 동기의 전부였더랬다.

버스 터미널의 미카사 입간판
진격의 거인 in HITA!
관광안내소안의 굿즈들
관광 안내소 앞의 아르민 입간판
히타역 앞의 리바이 동상
이 동네.. .진격의 거인에 진심이었다..

 그런데, 어째 버스를 내리지마나 미카사가 보이고, 역 앞을 나와보니 리바이 동상이 보이는... 소년소녀 추천 세계명작 [진격의 거인] 과 뭔가 인연이 깊은 동네로 보였더랬다. 그러거나 말거나, 관광안내소를 찾아 삿포로 맥주 공장을 가보고 싶다고 문의했더니 택시를 타는 것이 가장 빠르다는 답변을 받았다. 구글맵으로 경로를 검색해도, 딱히 쓸만한 경로를 찾기 어려웠고 자전거를 타볼까도 생각했지만 삿포로 공장이 산 위에 있는 것 같아... 그냥 택시를 타기로 했다.

2005년에 삿포로 비어 팩토리 이래로 20년만...
삿포로와 에비스가 반겨주는 정문
깔끔한 디자인의 대기실 구성
공장 견학 코스. 알아서 견학하는 프리코스였다.
여기를 지나면 사진 촬영을 할 수 없었다.
한정판매 쥬시 에일 생맥주를 먹을 수 있었다.

사진을 찍을 수 없는 구간은, 맥주를 어떻게 생산하고 어떤 설비를 거쳐 포장을 하며, 어떻게 병과 캔을 재활용하는가 하는 과정을 구경할 수 있었다. 이런 견학 코스에 가이드가 붙어 설명을 해주는 투어를 신청하여 체험하게 되면 보다 자세한 지식을 얻을 수 있으며, 당연히 비용이 추가된다...  공장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코스를 지나면, 역대 생산제품이나 신상품들을 볼 수 있는 전시가 쭉 이어지며, 그 끝에 마침내 공장에서 만들어 낸 생맥주를 맛 볼 수 있는 (유료) 시음장이 기다리고 있었다.

달인의 솜씨로 따라주는 생맥주
기간한정 쥬시에일!
안주로 골라본 스프카레맛 스낵
창가 자리를 잡고 앉았다.
거품 비율이 예술이다
거품 더 꺼지기 전에 마시자

홋카이도 삿포로의 삿포로 비어팩토리도 그렇고, 도쿄 에비스역 근처의 에비스 박물관도 그렇고, 여기 히타 삿포로 맥주 공장 또한 기분좋게 낮술 한 잔을 시원하게 마시며 망중한을 즐길 수 있다는 특별한 공간이었다. 에비스를 갔던 것도 10년 정도 된 것 같은 느낌이라, 기분 좋게 스프카레맛 스낵을 안주삼아 깔끔한 시간을 보냈다. 동행과 함께 또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굿즈샵과 다른 전시를 마저 즐겨볼까 하고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진격의 거인 콜라보 쿠로라벨
일반 크기는 리바이, 큰 크기는 짐승거인...
옛 디자인의 머그컵

굿즈샵은 삿포로맥주와 관련된 컵이나 티셔츠, 한정판 진격의 거인 캔맥주 등을 팔고 있었는데, 확실히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컵의 종류가 다양해서 몇 가지 컵을 이리저리 비교하고 검토하다가, 뭔가 근본같아 보이는 디자인의 길쭉한 맥주잔 2개를 골라 구매했다. 아직 점심도 안 먹었는데 짐이 늘어나면 좀 그런데... 하는 생각과 함께, 굿즈샵 옆으로 들어갈 수 있는 에비스 전시를 마저 둘러보기로 했다.

에비스 전시관 입구
전시관 안에 있던 커다란 전시홀
100년 전이라 읽는 방향이 반대
전시홀 내부 1
전시홀 내부 2
에반게리온 코믹스 속의 에비스
밖으로 나와보았다.
별표모양 꽃밭!

소박하다면 소박할 수 있고, 풍성하다면 또 풍성할 수 있는 삿포로-에비스 맥주의 전시를 느긋하게 둘러보고 밖으로 나와보니, 구름이 계속 움직이긴 했지만 파란 하늘이 보이는 나쁘지 않은 날씨가 이어지고 있었다. 점심을 먹기엔 살짝 이른 감이 있기도 했고, 도착해보고 놀랐던 [진격의 거인 in 히타] 뮤지엄이 바로 옆에 있었던지라.. 마저 들러보기로 하고 발길을 옮겼다. 

[후쿠오카] 2024년 6월 2일차 - 2 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