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오카] 2024년 6월 2일차 - 2, 진격의 거인 뮤지엄
후덥지근한 공기 속을 조금 걸어, ANNEX 진격의 거인 뮤지엄 in HITA 로 이동했다. 히타日田는 오이타 현의 작은 시골도시지만, 이 곳이 바로 '진격의 거인' 원작 작가의 고향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런가, 비어 포레스트 삿포로에 바로 붙어 있는 이 전시관이 하나 있고, 작가님의 본가 근처에 또 하나의 전시관이 있다고 한다. 기왕 히타까지 온 김에 두 곳을 모두 둘러볼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차량 없이 택시나 버스로 이동하기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이 적지는 않아서 여기 ANNEX 한 곳에만 집중하리고 했다.
택시를 타고 삿포로를 향해 올라가면서도 왜 ANNEX 표지판이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을까 의문이었는데, 이렇게 같은 공간안에 있을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었다. 덕분에 예상치 못한 스팟을 하나 더 들르게 된 것도 즐거웠고, 그것이 개인적으로 재미있게 정주행했던 '진격의 거인'이라는 것도 좋았다. 작가님의 고향이라 그런가, 뮤지엄을 위해 새로 그린 일러스트도 있었고... 한국사람들이 많이 와서 그런가 일어와 영어 말고도 한국어로 된 안내가 보이는 것도 재미있었다. 소원판을 쓸 수 있는 코너와 에비스상像을 향해 동전을 던질 수 있는 코너를 지나, 입구의 한글 '잘 왔군' 을 보고 주저없이 문을 열고 입장했다. 안에는 티켓을 구매할 수 있는 자판기(키오스크?)가 있었는데, 작가님의 본가용 티켓까지 한 번에 구매하면 약간 할인을 받을 수도 있었...지만, 거기까지는 갈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이 곳만을 위한 티켓을 구매하고 관람을 시작했다.
처음 입장하면, 온라인 업로드를 자제해 달라는 요청이 붙어있는, 시네마틱 부스를 5분 정도에 걸쳐서 관람하게 된다. 이 뮤지엄은 '진격의 거인' 만화원작에 대한 것만으로 꾸며져 있기 때문에 애니메이션에 익숙한 팬이라면 애니메이션판의 음악이나 더 나아진 그림 등을 볼 수 없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느낄 지 모르겠다. 시네마틱 부스를 보고 나오면, 작가님의 생애(...)를 돌아볼 수 있는 사진과 그림의 전시를 볼 수 있고 이후부터는 코믹스 각 권에서 2개 정도씩 뽑은 원화와 그 장면을 그릴 때의 감상이나 추억을 한글 번역과 함께 둘러볼 수 있는 공간이 이어졌다. 원작의 팬이라면, 굉장히 즐거울 수 밖에 없는 전시였다. 위 사진에 보이는 차력거인 분리수거통은 지루할 수 있는 전시를 환기시켜주는 느낌이 들었고, 중간에 우리말로도 메시지를 남겨놓은 포스트잇 공간이나, 관람 후에 나타나는 굿즈 존까지도 살짝 정신나간 듯한 센스가 마구 느껴지는지라, 진격의 거인을 재미있게 본 사람이라면 한 번 쯤 꼭 들러봐야 하는 곳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관람을 마치고나니 점심시간을 살짝 지난 터라, 삿포로 메인홀로 돌아와서 택시를 불러달라고 요청함과 동시에 식당추천도 요청하였다. 중간중간 이동하면서 찾아본 정보에 따르면 '히타 야끼소바'가 이 곳의 명물이라는 것 같아서 오래된 동네의 식당을 물어봤더니, 위 사진의 식당을 찾아주었다. 히타 야끼소바는 일반적인 야끼소바보다는 조금 더 면을 바삭하게 구워내는 스타일이라고 하는데, 이 식당의 히타 야끼소바는 뭔가 가정식 스타일의 바삭함...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배가 고팠던지라, 흡입하듯이 식사를 마치고 동네를 둘러보며 버스 터미널까지 돌아가기로 했다. 동네를 슬슬 한바퀴 돌며 터미널까지 돌아가는데에는 30분 정도 걸렸던 것 같았다. 나쁘게 말하면 낡고 오래된, 좋게 말하면 한적하고 오래된 일본 시골마을을 여유롭게 둘러보며 걷는 시간은 그리 나쁘지 않았다..라고 할 수 있겠다.
도착했던 터미널에 도착하여, 출발할 때의 텐진이 아닌 하카타역 버스터미널로 가는 표를 끊고 남는 시간 동안 터미널에서 판매하는 특산품을 조금 구경해 보았다. 여행지에서 특산품을 구경할 때 늘 하는 실수지만, '저거 좋아보이지만 짐이 많아서...'라며 몇 가지 들었다 놓은게 있는데... 그때의 나를 매우 욕하고 싶어진다. 그렇게, 한국어를 열심히 사용해 주는 친절한 직원분들에게서 몇 가지 가벼운 물품을 구매하고 있자니 이윽고 도착한 버스에 몸을 싣고 하카타로 돌아가기로 했다. 올 때와 마찬가지로, 버스 안에서 폰을 조금 보다가 체력도 보충할 겸 넉넉한 잠에 빠져들었다...
침을 닦으며 잠에서 깨어보니, 슬슬 종착역 하카타 버스 터미널로 버스가 들어가고 있었다. 자리를 정리하며 내릴 준비를 하고, 버스에서 내려 수많은 인파를 뚫고 요도바시 하카타로 향했다. 살게 있다면 있고 없다면 없었지만, 그래도 하카타에 왔으면 요도바시를 가야지... 예전 같았으면 지하1층부터 시작해서 식당가와 오락실까지 싹 훑었겠지만 그렇게까지 갈 필요는 없다 싶어 지하 1층만 둘러보기로 했다. 여전히 게임과 장난감 관련 아이템이 가득했...는데, 확실히 에전보다는 건프라의 비중도 줄고 가샤퐁들이 거대한 공간을 차지하고 있었고.. 게임도 예전만 못하다는 생각이 들어 살짝 아쉽긴 했다. 이 모든 것들이 한 공간에 모여있어서 눈이 즐겁다는 사실은 변함없었지만.
요도바시를 둘러보고, 여기서 저녁을 해결할까...하는 생각을 잠깐 했지만, 하카타역으로 자리를 옮긴 쓰루가야를 먼저 보고 하카타역에서 저녁을 해결하기로 결정했다. 결정을 했으면 이동을 해야지... 해가 있을 때 요도바시에 들어갔는데, 밖으로 나와보니 이미 해가 다 넘어가고 있었다. 살짝 서둘러 하카타 마루이에 위치한 쓰루가야를 찾아서 이동했다. 한국이나 일본이나, 엘리베이터에 사람이 넘쳐나는 건 매한가지라.. 엘리베이터를 조금 기다리다가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위로 이동해 보았다.
자리를 옮긴 오랫만의 쓰루가야는... 이미 많은 선발대들의 증언과 같이 물건 자체도 많이 줄고 가격도 꽤나 올라가 있는 것 같았다. 가격은 고사하고, 판매하고 있는 물건의 규모자체가 아쉬워서 몇 번을 둘러보다가, 결국 빈 손으로 가기는 또 싫어서 정크 코너의 저렴한 것들만 몇 개 집어들고 말았다. 사실 가격도 좋지 않아서, 이 가격이면 한국에서 사겠다... 싶었던 것도 컸다. 다음번에 또 하카타를 오게 된다면.. 음... 그래도 들러는 보겠지.
득템을 하지 못한 아쉬움을 달래며 저녁 식사를 하려고 식당들이 모여있는 층으로 이동했는데, 마음이 가는 곳들은 줄이 길고 줄이 짧은 곳은 마음이 가지 않는 여행지의 딜레마를 다시 한 번 느끼게 되었다. 동행과 함께 이를 어째... 하다가, 좀 기다리더라도 먹고 싶은 걸 먹자는 마음으로 우설구이 집앞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대략 30분 정도를 기다려서 입장할 수 있었는데, 메뉴를 미리 보고 골라둔 정식으로 만족스러운 식사를 할 수 있었다. 물론 기다리는 시간보다 먹는 시간이 훨씬 짧긴 했지만....
저녁을 먹고, 건물들의 조명이 환한 거리를 걸어 텐진의 숙소로 돌아왔다. 비가 오지 않아서 좋았고, 뭔가 활기가 느껴지는 밤거리는 확실히 지금 내가 놀러와서 놀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매우 좋았다. 그러고보니 이렇게 인파 속에서 여행지의 활기를 느껴본게 언제였더라.. 싶기도 하고. 오는 길에 나카스 강변의 포장마차 거리를 지나치는데, 4년전 기억보다 훨씬 북적거리는 느낌이 가득하더라. 다리 위에까지 규격화 된 노점상들이 있고 그 가운데 버스킹 퍼포먼스가 있고... 짐도 있고 피곤하기도 해서 노점상에서 뭔가 간식을 주워먹지는 않았지만, 분위기만은 슬쩍슬쩍 느껴보며 숙소로 돌아왔다. 편의점에서 산 한정 스이긴 유자맛과 웨하스 안주로 짧은 여행의 마지막 밤을 아쉬워하다 잠자리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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