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개월만에 와본 간사이 국제 공항. 잠 덜 깬 머리로 할 때마다 지루하면서도 약간은 긴장되는 입국 심사를 마치고, 한발 먼저 도착해있던 미르시내님과 합류하였다. 간사이 국제공항에 온 것은 8개월만이지만, 난카이를 타고 오사카 시내로 들어가는 것은 만 3년만이었다. 잠시 노선도를 보고 고민하다가, 기억을 끄집어 내어 난카이특급을 타고 난바역으로 향했다. 전철이 공항을 빠져나와 바다를 건너는 동안 오랫만에 다시 와본 공항 앞바다가 무척이나 반가운 느낌이었다....
사실 그 바다에는 이렇다 할 만한 추억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말이지. 전차를 타고 일행들과 함께 꾸벅꾸벅 졸며 40분 남짓을 달리자 전차는 목적지인 난바역에 도착하였다. 호기롭게 개찰구를 빠져나와, 일단 지하철역과 1일 프리 티켓을 찾았다. 이리저리 물어보고 여기저기서 시행착오를 거치며 지하철 역을 찾다가, 활기찬 아침시간의 허기진 위장을 느끼고 아침 식사를 하기로 했다. 뭔가 독특하면서 맛난 것을 찾아보려 했지만, 이른 아침시간의 난바역 근처는 도대체 뭐가 없더라... 해서 결국 찾아간 곳은 (근 10년만에 가보는 듯한) 24시간 요시노야. 대학교 1학년 시절이었던 97년도에 우리나라에 상륙했다가, 이런저런 이유로... 결론적으로 인기가 너무 없어 철수한 요시노야.
우리나라처럼 크지는 않았지만, 무척 반갑게 느껴졌다. 4명의 멤버들은 각자 부타동(규동이 아니더라..)-카레를 시켰고, 나는 챠슈동을 시켰다. 큼지막한 고기가 얹혀 있는 것이 무척 행복했다. 이날과 다음날의 강행군을 예상했었는지까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아침부터도 든든히 먹어둬야 한다는 생각은 했던 것 같다. 그럭저럭 배를 채운 뒤 거리로 나가, 지하철 역을 찾았다. 아침 시간이 지나치게 일렀던 탓인지, 어디로 가야할지 꽤나 막막했다. 가보고 싶은 곳이 많아서 못 가는 것보다, 호텔 체크인 시간까지 시간이 너무 많았던 탓이었다. 사실 이번 일본행의 가장 큰 목적이 B'z의 라이브짐 참가였고, 그 외에는 짧은 일정 속의 덕후 쇼핑만이 있었는데 그 덕후 쇼핑을 하기에도 시간이 많이 일렀다는게 문제라면 문제였다. 딱히 어딜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못하고 있다가, 결국 내 욕심으로 우메다의 요도바시 카메라를 가보기로 하고 우메다로 향했다.
이번에도 처절하게 느낀 지하철의 복잡함 때문에 제법 시간을 투자해서 노선도를 살피고 길을 묻고 겨우겨우 1일 프리 패스를 끊어 우메다역으로 갈 수 있었다. -여담이지만, 우메다라는 말을 발음할 때마다 우루후루즈의 오사카 스트랏트에 나오는 '우메다에키데 키푸캇테~(우메다역에서 표를 사고~)' 라는 소절이 떠올라서 괜히 재밌다.- 5정거장인가를 지나 우메다역에서 내려, 한큐 3번가를 통과하여 겨우겨우 찾아간 우메다 요도바시 카메라는 3년 전에 먼 발치에서 보았던 느낌 그대로 무척이나 거대했다.
다른 층의 PC나 가전제품은 안중에도 없이 지하 1층의 게임-장난감 매장으로 향하여 이번 여행 제2의 목표인 FF3 한정판을 찾아보았으나.. 당연히 있을리가 없었다. 게다가 소프트 단품판도 완매되어 입하 계획이 없으니 예약 문의도 말아달라는 안내판만이 잔인하게 붙어있을 뿐이었다. 낙심할 틈도 없이 이번엔 건프라 코너 쪽을 둘러보았는데... 삿포로 요도바시 때와는 달리 좀 개념을 잡고 찾아보니, 그 엄청난 가격에 지름신 강림을 온몸으로 느낄 수가 있었다. 처음엔 일단 필요한 케로로 로보와 파워드 짐등을 집어들었으나 호텔까지 아직 시간도 거리도 멀다는 생각에 다시 다 내려놓고 탐색전만을 펼쳤다. 결국 아무런 소득없이 요도바시를 나와 거리를 둘러보니, 길 건너편에 '티켓야'라는 것이 눈에 띄었다. 가까이 가보니, 일본의 교통 시스템 상 자잘한 장사가 되는 각종 프리티켓과 구간 티켓이 원가보다 조금 저렴한 가격에 매매되는 시스템을 가진 가게였는데, 그 외에 각종 공연 티켓들도 있었다. 당연히, 일본행 최대의 목표였던 B'z의 티켓이 있는가를 문의하였더니 티켓이 존재하는 것이 아닌가!! 2만엔 2인 티켓과 2만 6천엔 2인 티켓이 있었는데, 우리가 필요한 티켓은 3장이라 조금 고민을 하다, 일단 2만엔 짜리를 하고 한장은 현장에서 협상을 하기로 하고 구매 의사를 피력하였으나 다시 조회해 본 결과 이미 없는 표였다. 없는 표라면 표시를 해야지!! 불같이 화를 내려다 그냥 아쉬운 척만하고 가게를 나왔다. 이때쯤부터, 뭔가 오늘 티켓 구하기 무척 어렵겠다는 공기가 일행을 짓눌렀고, 덕분에 이미 티켓을 가지고 있었던 키란님이 조금 엄하게 티켓야를 찾아 헤매는 3명에게 끌려다는 형국이 되었다.... 라고는 해도, 그렇게 적극적으로 찾아본 것은 아니고 여전히 남는 시간에 우메다 근처를 빙 돌아보는 정도였지만. 하지만 무척 더운 날이었고 처음 보는 길거리를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보니 일행의 체력도 슬슬 떨어져가기 시작했다.
한큐 3번가 부근을 발길 닿는데로 해메 다니다, 일단 혼마치에 위치한 숙소에 찾아가서 짐이라도 맡겨보자는 결론을 내리고 혼마치로 향했다. 우메다 역에서 혼마치 역은 그리 멀지 않았지만, 혼마치역 28번(철인이냐!!) 출구라는 어마어마한 출구번호에 질리고, 그게 무려 사철 3개를 뛰어넘어야 하는 거리에 다시한번 질려서 중간에 음료를 마시며 휴식을 취하기도 했다. 정말이지... 길었다. 역에서 5분거리라는 말이, 정말 케로로군조의 오프닝 '케롯토 마치'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지쳐가는 일행과 잠시 음료를 마시고 휴식을 취한뒤 다시 기다긴 지하철 통로를 지나 혼마치 역 28번 출구를 올라가자 뭔가 재미가 없는 사무지구가 펼쳐졌다. 편의점도 잘 보이지 않는 거리를 조금 더 걸어가서 마침내 숙소, 파크호텔 린카이에 도착할 수 있었다. 시간이 되지 않아 체크인은 할 수 없었지만, 그래도 짐을 맡기고 가벼운 차림새로 돌아다닐 수가 있게 된 것이었다.
- 4. 2006. 08. 26. 오후에서 계속. 이런 템포로 쓰면 과연 9월 안에는 끝낼 수 있을까나.. 우우웅...
- 모든 사진은 클릭하면 거대화 한다. 베타캡슐 점화!!(...알아듣는 사람이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