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크호텔 린카이에서 예약증을 보여주고 짐을 맡긴 뒤, 짐과 교환할 수 있는 표딱지를 받았다. 미리 챙겨갔던 힙색에 당장 필요한 패스포트, 디카 등을 다시 확인하여 챙긴 뒤,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지를 물어보았다. 프론트 맞은 편에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PC와 각종 여행 안내 자료가 있는 작은 방이 준비되어 있다는 대답을 듣고, 웹서핑을 시작했다. 티켓보드에서 라이브짐 티켓의 검색을 위해서였다. JK군의 아이디로 로긴해서 티켓보드와의 치열한 싸움을 곧바로 시작..
..하려 했지만, 이곳을 거쳐간 자랑스러운 한국인들의 다양한 흔적들 덕분에 PC의 자바버철머신이 살짝 맛이 가 있던 덕분에 티켓보드가 제대로 보이지 않는 사태에 직면했다. 결국 이런저런 세팅을 건드리고 지울 것 지우고 해서 티켓보드에서 F5 신공을 발휘하며 티켓을 찾기를 약 한시간 남짓... 티켓을 못 구할 것만 같은 알 수 없는(나중에 의미조차 없었다는 것을 알게 되지만) 중압감에 시달리는 3명과 지친 모습이 역력한 가운데 티켓을 소지하고 있는 1명의 감정이 교차하는 1시간이 지나가고, 결국 접촉을 시도한 모든 사람들에게 거절이라는 결과만을 안은채, 다른 호텔을 예약했던 미르시내님의 호텔이 있는 신사이바시 역으로 일단 이동하기로 하였다. 파크호텔 린카이의 1층에는 한국인 유학생들이 근무하는 기념품점이 있었던 덕분에 치켓토야가 우메다 지하에 여기저기 위치해 있다는 것과 린카이 부근에는 놀고 먹을 만한 곳이 아무것도 없다는 정보(?)를 확인하고, 조금은 가벼워진 복장으로 신사이바시로 향했다. 혼마치에서 신사이바시는 한 정거장이었지만, 린카이에서 혼마치 역까지가 또 [역에서 5분은 실제로 15분]이었고, 게다가 신사이바시역에서 미르시내님의 호텔까지도 마찬가지로 [역에서 5분은 실제로 15분]이기까지 한 덕분에 정말 원없이 걸을 수 있었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점은 일행의 짐이 가벼워져 있었다는 점과, 신사아바시역 지하도가 그럭저럭 볼거리가 있었다는 점이었달까. 그래도 혼마치역에서 린카이까지보다는 가까운 거리를 소화하여 미르시내님의 체크인을 마친 뒤, 가는 도중 보아두었던 도큐핸즈를 가보기로 했다. 여담이지만, 도큐핸즈라고 하면 무라카미 하루키씨의 소설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에서 주인공이 도서관 사서에게 선물한 독특한 손톱깎이를 구매한 곳이라 쓸데없이 두근거리기도 했다. 그렇다고 내가 좌우뇌를 완벽히 분리해서 브레인 워싱이라도 할 수 있게 되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도큐헌즈는 상당히 거대한 잡화점으로, 보드게임 등의 장난감과 실생활에서 써먹기 좋은 각종 물건들을 잔뜩 파는 곳이었다. 가격도 그리 비싸지 않아 보였고, 요도바시 등과 마찬가지로 포인트 카드를 사용하면 뭔가 좋은 일이 있어 보이기도 했지만, 이곳을 방문한 목표였던 '고양이손'을 집어 들고 그외 이것저것을 구경한 뒤 도큐핸즈를 나섰다. 도큐핸즈멧세라는 행사를 하던 기간이라는 광고가 잔뜩 붙어 있었지만 그걸 제대로 확인할 만한 기력이 없었던 관계로 '고양이손'을 힙색에 쑤셔넣고 멀리에 뭔가 화려한 상점을 보고 도큐핸즈 맞은편 블럭으로 길을 건넜다. 가까이 가보니 최근 일본에서 상당한 인기를 얻고 있다는 'VODAFONE'이라는 휴대전화 취급점이어서 조금 실망했지만, 보다폰을 바라보고 뒤로 돌아 한두블럭 정도를 걸어가니, 도톰보리로 이어지는 신사이바시 거리를 만날 수 있었다. 3년전의 오사카행을 떠올리게 하는 도톰보리 거리를 따라 들어가다가 어느 오락실 앞의 UFO 캐처에서 결국 동생 ANTIDUST의 선물이 된 인형 '희철이'를 하나 뽑기도 하며 돌아다니다, 늦은 점심을 해결하기로 하고 키란님의 안내에 따라 회전초밥집 '류구테이'에 들어갔다.
류구테이에서 먹었던 초밥중 장어초밥. 이거 찍고 배터리가 운명.. 완충했었는데!!!
일정량의 금액을 지불하면 무제한으로 회전초밥을 먹을 수 있는 이 곳은 삿포로에서 먹었던 회전초밥보다는 조금 떨어진다는 느낌이었지만, 그래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식사를 할 수가 있었다. 자리가 좋지 않아서 참치 등의 인기 메뉴가 잘 오지 않았다는 것도 좀 마이너스긴 했지만, 오랫동안 허기와 싸우며 걸어온 다리와 몸을 쉬며 체력을 회복하기에는 더할나위 없다는 것은 확실했다. 여기서 디카의 배터리가 다 되는 바람에 좋은 테러거리를 허무하게 날렸다는 것은 여기서만의 비밀.(...지랄...)평소 입이 짧기로는 라야 제일을 다투는 키란님의 15접시 신공과 쌩뚱맞은 캐러멜 푸딩-야쿠르트, 5연타 빈접시 등에 치이며얼마나 지났을까, 슬슬 라이브짐 회장인 오사카돔 근처로 가서 티켓을 구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슬며시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류구테이를 나와 왔던 길을 다시 되짚어 신사이바시 역으로 향했다. 중간에 서점에 들러 밴드스코어를 조금 탐색해 보기도 하면서 신사이바시 역을 통해, 교세라돔(오사카돔) 앞 역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B'z 콘서트가 열리므로 혼잡이 예상되므로 어쩌구... 그래서 열차를 증편 어쩌구... 하는 안내판을 보았다. 사실 B'z 콘서트라는 문구는 뭔가를 오려붙여 둔 것으로 보아 재활용을 하는 안내판이라는 것을 한 눈에 알 수 있기는 했지만, 그래도 괜시리 기분이 좋은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몇 정거장인가를 지나 목적지에서 내리자, 계단을 올라가자마자 티켓 양도를 부탁한다는 사람들이 몇명이나 눈에 띄었다. 이래서 표를 구할 수 있을까..하는 불안감이 최고조에 이르며 제법 긴 에스컬레이터로 교세라 돔 앞으로 올라가며 시간을 확인하니 4시가 조금 지난 시간. 공연 시작까지는 아직 2시간이나 남아있다고 스스로를 안심시키며 에스컬레이터를 다 오르며 임전태세의 마음가짐을 다지자마자, 뭔가 허름한 인상의 까무잡잡한 모자 아저씨가 다가왔다. [일본인 같지 않은데 표 있어? 4장이라면 충분히 있다구] 이걸 어떻게 반응해야 하나 잔머리를 굴리려는 찰나, JK군이 먼저 반응했다. 주변에 경찰이 어슬렁거렸기 때문에 조금 한적한 곳으로 자리를 옮겨, 한 장 당 15,000엔을 부르는 것을 13,000엔에 합의를 보고 3장을 구매했다. 조금 더 실갱이를 벌였으면 더 깎을 수도 있었을 것 같지만, 티켓이 눈앞에 왔다갔다 하는 판국에 그런 것은 더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티켓을 손에 넣고 뛸듯이 기쁜 마음에, 디카의 배터리를 사러 기나긴 계단을 내려갔다 다시 올라오니, 라야의 고참누님이신 다이스키누님과 3년전 첫 번개에서 만났던 치에상-이오리상과 만난 일행이 있었다. 전혀 뜻밖의 만남에 반가움을 잠시 나누고, 다이스키 누님 일행은 내일 공연을 기약하며 발길을 돌리시고, 키란님은 티켓을 양도받고 함께 공연을 관람할 카와카미상을 만나러 뒷모습도 매몰차게 발길을 돌려버리셨다. 결국 불경처럼 서럽게 남겨진 3명중 JK군과 미르시내님은 굿즈를 사기 위해 줄을 서고, 나는 역을 올라오자마자 무척 신경이 쓰였던 SEGA 게임센터에 가보기로 했다. 공연 시작 전인 5시50분에 게이트에서 만나기로 하고. 게임센터는 넓긴 했지만 생각보다 할만한 게임이 별로 눈에 띄지 않았다. 버파5를 잭키로 했다가 어떤 울프한테 1:3으로 밀려 분패(....)하기도 하고, 하오데4를 해서 2스테이지 중반에서 죽어가며 갤러리를 모으기도 하고, 이니셜D 3rd를 열심히 하며 옆의 애인에게 자랑하는 펑크를 먼발치에서 구경하기도 하고, 소득없이 크레인게임을 조금 하기도 하고.... 생각보다 신기한 것도, 딱히 하고 싶은 것도 없어서 자판기에서 차를 한병 뽑아들고 얼마 지나지 않아 게임센터를 나왔다.
살짝 구름낀 날씨 아래의 교세라돔을 한바퀴 둘러보고 안도 구경하고 하면서 시간을 죽이다가, 6시가 조금 지나 JK군과 합류했다. 원래 5시 50분에 만나기로 했었지만 중간에 미르시내님을 잃어버리는 바람에 찾다가 왔다고... 나는 내가 버림받는 줄 알고 불경처럼 서러워지려는 중이었지만. 두근거리는 마음을 안고 게이트를 통과하며 카메라 없다고 거짓말을(몇년만에 하는 거짓말이라 얼굴이 빨개졌을 듯) 하고, 긴 행렬을 따라 자리를 찾아갔다. 공연이 어땠는지 자세한 것은 미르시내님, 키란님, JK군의 블로그를 참고하시면 될 것이고, 내 감상은 얼마전에 적은 포스팅을 참조해 주시라. 공연을 마치고 암표를 거래했던 곳에서 미르시내님, 키란님, 카와카미상을 만나 음료를 마시며 인파가 빠질 때까지 한국 여중생들의 동인 문화와 라야의 오덕후화와 환경 오염 등의 주제로 이런저런 토론을 하다가 인파가 거의 줄어들 때 쯤 숙소로 발길을 돌렸다.
B'z가 광고했던 수퍼드라이와 삿포로의 신제품 시즈쿠. 시원하고 맛났다.
애초의 계획은 나와 JK군이 묵을 방에서 맥주라도 한잔 하며 뒤풀이를 한다...는 보람찬 것이었지만 공연을 통해 완전연소된 체력탓에 각자의 숙소로 헤어지게 되었다. 9시간 만에 린카이로 돌아와, 중간에 편의점에서 산 JK군의 아사히 수퍼드라이, 내가 고른 삿포로의 [시즈쿠], 그리고 야참으로 고른 주먹밥을 먹고 샤워를 하고, 스마스마를 조금 보다가 잠이 들었다. 참 많은 거리를 걸었고, 무척 멀리서긴 하지만 B'z의 공연을 보았고, 정말이지 긴 하루를 마감하는 잠자리였다. 꿈 한 번 꾸지 않고, 달게, 너무나 달게 잔 잠자리였다.
- 5. 2006. 08. 27.에서 계속. 앞으로 한 번이나 두 번으로 끝낼 듯 싶다.
- 모든 사진은 클릭하면 거대화 한다. 울트라아이 착용!!(...알아듣는 사람이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