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 라고 해야할까, 찌이이이~ 라고 해야할까. 아무튼 굉장히 이질적인 알람소리에 잠에서 깨었다. 7시 반쯤 되었을까. 전날의 피로 덕분에 정말이지 꿈한번 꾸지 않고 푹 잔 아침이었다. 냉방이 약간 강했던지 약간 몸이 오슬오슬 추운 느낌이 들긴 했지만, 더운 햇살 아래서 또 걸어다닐 하루를 생각하면 그것도 나름대로 기분좋은 일이었을지도.
아직 잠에서 깨지 않은 JK군을 아침식사 핑계로 깨우려다, 아직 시간에 여유가 있어 TV를 틀었다. 이른 시간인데도 TV에서 나오는 프로그램은 무려 굉굉전대 보우켄쟈. 시간도 괜찮겠다 잠깐 볼까.. 해서 봤는데, 신데렐라 이야기를 비틀어 만든 유리구두 에피소드가 의외로 재미있어서, 앉은 자리에서 엔딩까지 다 보게 되었다. 주역이었던 핑크던가 옐로우던가.. 암튼 자위대 특수부대 출신이라는 '사쿠라'라는 아가씨의 자태가 꽤나 곱더라. 보우켄쟈를 다 보고 나서 JK군을 흔들어 깨워, 2층에 위치한 식당으로 향했다.
식당은 3년전의 우타노 유스호스텔이나 8개월전의 온천호텔 마호로바와 매우 닮은 형태의 뷔페식이었는데, 대부분의 반찬이 그리 많이 남아있지는 않았다. 이것도 보우켄쟈의 힘이던가... 그래도 그럭저럭 남아있는 반찬을 골라서 종류별로 조금씩, 제법 넉넉한 양을 천천히 먹었다. 전날 키란님의 방 번호를 몰랐던 탓에 어떻게 합류하지 못하고 둘이서 아침을 먹고, 입가심으로 빵이나 먹어볼까.. 하는 찰나에 키란님이 내려왔다. 나중에 들었지만 보우켄쟈를 다 보고 그 다음에 했던 또 다른 전대물을 해주길래 그것마저 다 보고 내려오셨단다. 으음... 결국 아침식사는 엇갈린채 아쉽게 지나치고, 방으로 올라와 짐을 정리하고 나갈 채비를 했다. 그동안에 틀어놓은 TV에서 두사람은 프리큐어를 해주길래 그걸 보면서 좀 뒹굴뒹굴거리긴 했지만. 프리큐어는 처음 보았는데, 독하게 생긴 여자애 둘이 나와서 폼잡고 변신하고 좀 두들겨 맞다가 필살기 한 방으로 귀엽게 생긴 적을 물리친다는 변신소녀물이더라. 사실 프리큐어 애니보다, 끝나고 나오는 관련상품 CF의 모델 소녀가 더 좋았다는게 기억에 남았지만.
이럭저럭 짐을 챙기고, 미르시내님과 만나기로 약속한 장소로 이동하기로 했다. 정말 잠만자고 아침만 먹은 호텔에서 체크아웃하는게 조금 아까운 마음이 들긴 했지만, 다시금 짐을 있는대로 짊어지고 호텔을 나오자 쏟아지는 밝은 햇살에 이 하루도 열심히 돌아다녀야 겠다는 생각을 다지며 발걸을을 내딛었다. 여전히 심심해 보이는 거리를 지나, 혼마치역을 통해 신사이바시역에서 미르시내님과 합류했다. 그래도 전날에 한 번 가봤다고 조금은 수월하게 길을 찾아, 도톰보리로 들어갔다.
사실 이 날은 개인적으로 덕후 쇼핑과 가라오케가 가장 큰 목적이었던 날이라, 일단은 가라오케를 찾으며 도톰보리를 거닐었다. 시간이 좀 이른 탓에 아직 문을 열지 않은 곳들도 있어 이리저리 기웃거리며, 전날 미처 구하지 못한 밴드스코어를 찾아보거나, CD 숍~~뿌(코이노 사마셋션삘로 읽어주세요)에서 CD를 구경하기도 하고 츠타야에서 책과 게임을 찾아보기도 했다.
그렇게 돌아다니다, 영업을 개시한 가라오케를 찾아가 생각할수록 아쉬운 1시간을 놀다 왔다. 가라오케에서는 기본적으로 한국에 없는 곡들을 불러보자고 계획을 세운터라 전날의 감동을 재현한 B'z의 곡들과 내가 부르고 싶었던 서전올스타즈의 더티올드맨, 키시단의 디 아이시테루, 레미오로멘의 스탠바이미를 불러보았다. 라이브짐의 감동을 살려 MVP와 댄스를 함께 했던 것이 지금도 생생히 기억에 남는다. 언제나 그렇듯 노래방의 1시간은 쏜살같이 흘러, 정말이지 아쉬움을 남긴채 가라오케를 나와 점심으로 뭘 먹을지 헤매기 시작했다.
거리를 또 한 번 왕복한 후, 마침 자리가 나올 듯하여 노점에 있던 금룡라멘에서 점심을 먹었다. 나는 챠슈라멘을 주문하였는데, 정말 챠슈에 가려 면이 보이지 않을 만큼 충분한 양이었고, 챠슈를 먹다 지쳐 면을 겨우겨우 먹어치울 수 있었다. 노점이라 테이블의 수도 많지 않았고, 지나치는 사람들이 빈자리가 보이면 잽싸게 들어와 앉고는 해서 순환도 빨라, 오랫동안 자리를 차지하고 먹을 수는 없었다.
점심을 해결하고, 키란님은 어제 만났던 일본인 카와카미상과 만나 트레저랜드에 가기 위해 일행에서 이탈하게 되었다. 셋이 남은 일행은, 나의 덕후 쇼핑에 동참하기 위해 일단 덴덴타운으로 방향을 잡고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 6. 2006. 08. 27. 오후에서 계속. 앞으로 한 번으로 끝낼 듯 싶다.
- 모든 사진은 클릭하면 거대화 한다. 울트라링 착용!!(...알아듣는 사람이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