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덴타운으로 가기로 결정하고, 금룡라멘이 있는 길을 계속해서 걸어가니, 갈수록 밤의 모습이 궁금해지는 거리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어쩐지 어른들의 놀이터가 아닐까 싶은. 폭력단 어쩌구 하는 문구도 보이는 걸로 봐서는 무서운 아저씨들이 나타나는 거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길을 쭉 걸어가니 이윽고 도톰보리의 출구(입구?)에 닿은 도로가 나타났다. 내가 기억하는 방향을 확인하기 위해, 자경단으로 보이는 할아버지에게 덴덴타운을 물어보니 그 방향으로 쭉 걸어가면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호오, 과연. 작렬하는 태양 아래서, JK군과 미르시내님과 터벅터벅 걸어가며 살풋 기억이 날 것 같은 풍경을 더듬으며 길을 걸어가다 결국 확연히 기억이 나는 소프맵 건물을 만날 수 있었다. 일단 뭔가 괜찮은 중고 CD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북오프를 들어가 보았다. ..동생에게 받은 마일리지 카드가 있어서 꼭 들어간 것은 아니었다. 입구는 작년말에 삿포로에서 갔던 곳과 비슷했지만, 훨씬 좁고 2층까지 매장이 이어지는 구조였다. B'z의 CD들은 적은 양만이 있어서 다들 실망을 하고, 게임 소프트도 삿포로보다 훨씬 양이 적어서 그냥 자세히 무엇무엇이 있는지 살펴보는 정도에서 그쳤다. 2층에 부탁받은 책을 찾으러 올라갔던 미르시내님이 허탕을 치고 내려오고, 그다지 얻을 것이 없겠다는 생각에 북오프를 나와, 악기들이 늘어서 있는 가게를 지나 3년전에 들렀던 '빅타이거'라는 게임샵에 들어갔다. 대강 이쯤이겠거니..하고 생각했던 터라, 막상 만나게 되니 무척 반가웠다.
뿐만 아니라, 요도바시에서 완전품절, 츠타야에서 예정없으니 찾지도 말라는 충격적인 소식을 들었던 이번 일본행 제2의 목표인 파판3가 소량 입하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절반쯤 포기하며 안절부절하던 차였는데 이런 기쁜 상황이라니. 급한 마음에 파판3 소프트를 집어들고, 노리고 있던 지제네레이션 포터블도 하나 골라 카운터에서 계산을 했다. 떠듬떠듬 일어로 말하는 내가 재밌었는지, 점원 처자는 계속 싱글벙글하며 마일리지 카드를 만들어주고, 계산을 끝내 주었다. 여기서 JK군도 부탁받은 FF3를 하나 질렀음을 밝혀둔다. 빅타이거를 나와 남바역쪽으로 걸어가다 코카콜라를 하나 뽑아 마시고, 남바역에 도착하니 무언가 사회비판적인 연설을 하는 일단의 무리가 있었다. 시간이 많이많이 남아돌았다면 잠시 경청해 볼 법도 했지만, 바쁜 마음에 일단 역 지하로 내려가 인륜지소사를 치르고, 우메다를 가보기로 했다.
지하철 승강장을 어찌어찌 찾아, 전날 탔던 코스를 밟아 우메다로 나갔다. 다만, 목적지였던 요도바시까지는 다른 길로 가기로 하고 다른 출구로 나갔지만. 여담이지만, 우메다 부근에는 포켓몬 센터가 있는 모양있는데 그게 당당히 지하철 주변 약도에도 기재가 되어있더라. B'z의 이번 공연에 몬스터가 중요한 키워드였기 때문에 그것도 괜시리 재미있었다. 전날 나갔던 한큐 3번가쪽과 다른 출구로 나가, 조금 지저분한 굴다리를 지나 요도바시를 찾았다.
하늘은 조금 찌뿌려져 있었지만, 이제 DS를 지르러 가는 내겐 그저 가벼운 발걸음이었을 뿐. 구경 잠깐 해봤다고 익숙한 지하 1층 매장에 가서, NDSL을 집어들고 마침내 손에 넣을 수가 있었다. 동생 Antidust가 빌려준 마일리지 카드를 이용해서 며칠 전에 포스팅한 MG샤이닝을 거저 받고, HGUC 파워드짐도 할인받아 지를 수가 있었다. 포켓몬스터 열쇠고리 컬렉션과 드래곤볼 피규어, 1대1 케로로, 서바이벌 용품 등을 구경하고, 그대로 3층까지 올라가며 모니터, PC 용품, 모니터, 디카등을 건성건성 구경하다가 3층 음반 매장에서 여러가지를 구경하며 시간을 보냈다. B'z 라이브짐을 광고하는 몬스터 앨범의 작은 POP와 케로로 새 엔딩 싱글, 애니메 음악, 이런저런 듭드, 가샤퐁 등을 뭐 그리 신기할게 있다고 열심히 들여다 봤는지. 이제껏 수많은 지름의 유혹을 이겨냈던 JK군도 결국 한번에 원하던 드래곤볼 가샤퐁과 여친님에게 드리는 선물로 CD도 한장 질렀음을 슬쩍 꼰질러 본다. 그럭저럭 구경을 마치고 1층으로 내려가, 짝퉁 스타벅스(이름은 기억안난다) 앞에 위치한 의자에 앉아 한동안 다리를 쉬며 지나가는 사람들과 미처 보지 못했던 공사현장, 조금은 삭막한 우메다역 부근을 바라보았다.
우리 근처에는 줄담배를 피우는 아저씨와 일단의 중국인들이 앉아있었는데, 담배연기와 중국인들 특유의 소란스러움이 싫으면서도 어쩐지 가까이에 있지 않은듯한 느낌을 받았다. 목적이 사라진 탓이었을까, 여독의 습격이었을까. 얼마나 앉아있었을까, 슬슬 움직일까... 싶어서 다시 전철 역을 더듬어 남바역으로 향했다. 남바역에 도착해서 시간을 보니 아직 3~40분 이상 여유가 있어서 남바역 지하의 쇼핑가를 돌아다녀 보기로 했다. 북두의 라면집과 소품점, 먹음직스러워 보였던 슈크림, 어딘가 등산을 다녀오신 것 같아 보였던 아주머니가 나를 보고 말해준 [이이카오]. 짧은 산책이었지만 재밌는 기억이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 슬슬 움직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한큐특급에 몸을 싣고 다시 공항으로 향했다. 해가 뉘엿뉘엿져가는 거리를 빠져나가는 전철 안에서, 라이브짐을 즐기고 있을 팡짱님에게 수도 없는 [코렛!]을 중얼거리며 낮에 질러둔 지제네레이션 프습을 플레이하다보니 해는 완전히 지고 공항에 도착하게 되었다. 개찰구를 빠녀나와 간사이 국제공항 청사에 들어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데스크를 찾았다. 대한항공쪽에는 직원들이 이미 위치해 있어 수월하고 빠르게 수속을 마치고 티켓을 받았지만, 미르시내님의 아시아나 항공은 사람들이 줄을 좌악 늘어서 있음에도 불구하고 직원들이 나와있지 않아 은근히 시간을 죽여야만 했다. 사실 이 시간 쯤 다시 키란님과 합류할 일정이었지만, 키란님은 나타나지 않았다. 제법 아슬아슬한 시간까지 키란님을 걱정하며 기다리다, 편의점에서 도시락과 음료로 간단히 저녁요기를 하고 기념품점에 들러 기념품으로 와가시를 몇개 산 후, 부랴부랴 게이트로 향했다. 벌써 익숙해진 소지품 검사와 출국 수속을 마치고 게이트를 확인하니 또 미르시내님과는 방향이 달라져 있었다.
모노레일 승강장에서 작별인사를 하고, JK군과 모노레일에 올라 대한항공 여객기가 기다리는 게이트로 나가니 거기에 키란님이 있었다. 예정보다 빨리 움직이게 된 탓에 게이트 안으로 일찌감치 들어와 있었다고. 키란님이 부탁받았던 엽서들과 팜플렛을 구경하며 '알차다, 아깝다'를 연발하다 보니 이윽고 탑승을 알리는 방송이 나왔다. 돌아오는 비행기에서도 JK군과 나는 2층, 키란님은 1층으로 갈라져버렸지만, 올때와는 달리 조금은 정상적인 시간과 기내 음료 서비스가 있어 은근히 기분좋은 비행이었다. 프습으로 지제네레이션을 조금 하다보니 이내 착륙을 알리는 방송이 나왔다. 올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무슨 외국이 이렇게 가까운 걸까... 입국 수속을 마치고 키란님과 헤어져, 버스를 타고 광화문으로 와, 우리 집에 오는 막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짧은 시간에 여러가지를 해치운, 처음으로 B'z 라이브짐을 본, 두번째로 오사카 시내를 돌아다닌 정신없고 알찼던 여행은 이렇게 끝났다. 이제 또 언제 일본을 나가보나... 했지만, 생각지 못한 곳에서 음모는 진행되고 있었음을, 이 날 밤에는 전혀 느낄 수 없었다... <끝>
- 길고 지루한 여행기 읽으시느라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 모든 사진은 클릭하면 거대화 한다. 울트라 배지 착용!!(...알아듣는 사람이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