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에 한 번 정도는 여행을 다녀보고 싶은 마음과, 오덕의 본성이 결합하여 여름 휴가를 떠나는 일본. 어느덧 5번째 일본행이 된 이번 여행은 후쿠오카에서 B'z의 라이브짐-공연-콘서트를 즐기고 도쿄로 이동하여 동생 내외의 사는 모습을 구경하면서 대민폐를 끼쳐본다는 두가지 컨셉을 가지고 기획되었다.
8일 저녁까지 야근을 하고 돌아와, 짐도 안꾸리고 잠들어 버린 뒤 9일 아침 5시에 눈을 떠 짐을 꾸리고 출발했더랬다. 가는 비행기는 인천-후쿠오카 구간의 비행기였던 탓에 9시 반 이륙예정인 비행기를 타기 위해 7시에 연신내에서 인천공항행 버스를 탔다. 느긋하지도 않았지만 그리 타이트하지도 않았던 시간 배분이었던 듯 싶은데, 아무튼 공항에 도착해서 티켓팅을 하고 거의 곧바로 출국 수속을 밟아 게이트로 향했다. 거의 버리는 시간없이 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당초 예상과는 달리 9시 반 이륙예정이던 비행기가 점검을 이유로 1시간 지연되어 10시 반에 이륙하게 되었다. 항상 비행기를 타면 왕복 구간 중 한 번 이상은 꼭 이렇게 시간을 버리게 되더라. 쩝....
남들은 기내식에 만족못하는 사람이 많던데 난 비교적 기내식이라고 생겨먹은 것들을 좋아하는 편이다. 사실은 비싼 밥이지만 기분상은 공짜같달까... 사실 가벼운 장염을 앓는 상태에서 출발한 터라 조금 걱정은 되었지만 열심히 먹고 열심히 움직이면 낫지 않을까 하는 대책없는 마인드로 하나도 남기지 않고 다 먹었더랬다. 오사카보다도 짧은 비행거리다 보니 이륙하고 좀 있으니까 밥주고, 밥먹고 조금 있으니까 내리라는 바쁜 비행이었다. 늘 느끼지만 외국치곤 참 가깝다.
12시를 조금 지나 후쿠오카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이른 비행기였던 탓이었는지 원래 일본인들이 별로 안타는 구간인지는 모르겠지만 도쿄나 오사카와는 달리 입국수속 창구가 외국인 담당이 더 많더라. 금방 입국수속을 밟고 터미널을 나와, 순환버스를 타고 지하철역이 있는 국내선 청사로 이동했다. 버스를 내려 정면으로 조금 걸어가니 지하철 입구가 바로 보이더라. 지하철로는 2정거장 거리인 하카타역으로 가는 길은 당연히 전혀 어렵지도 복잡하지도 않았다. 하카타역은 제법 규모가 있는 큰 역으로, 나갈 수 있는 출구가 어찌보면 2개지만 알고보면 상당히 많은 역이었다. 이건 약도로는 해결할 수 없고 몇 번 다녀서 길이 눈에 익어야 되겠더라. 중간에 인포메이션 센터에 들러 출구를 묻고, 역을 나와 미리 출력해 온 숙소의 지도를 보며 이동중에 동생과 후배녀석들에게 일본에 도착했다는 전화를 했다. 결국 후쿠오카에 있는 녀석은 못 보고 도쿄에 있는 후배들만 봤지만. 그리 멀지 않은 거리를 더듬더듬 걸어, 1시 반 경 숙소에 도착했다. 도착해보니 배편으로 오는 일행들이 전혀 도착도 연락도 없는 관계로 주변을 잠시 탐색해보고 다시 숙소로 돌아와 일행을 기다렸다. 참 아무것도 없는 동네더라...
우리가 2박3일간 신세를 졌던 민박 피콜로. 1박에 남자 3500엔, 여자 4000엔이며 체크아웃은 아침 10시. 시설은 깔끔하고 괜찮더라.
2시 반 경에 숙소 정문이 열리며 반가운 얼굴들이 보였다. 일행과 합류하고 체크인을 마친 후, 방에서 짐을 풀고 잠시 쉬었다가 하카타역으로 향했다. 숙소를 나오자 비가 조금씩 내렸는데, 아침에 맑고 오후에 비, 저녁에 그치는 패턴은 후쿠오카에 머무는 3일간 계속되더라. 일행과 함께 조금 전 지나온 하카타역의 지하상가에서 과자, 스위츠, 캐릭터 상품 등을 구경하다가 이른 저녁으로 요시노야의 규동을 먹었다.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요기를 하고 나니 조금 마음이 느긋해졌지만, B'z의 라이브짐을 보러 온 6명의 일행-중 이 날 공연은 4명만 봤지만-은 숙소와 반대쪽에 있는 출구로 나가 마린멧세행으로 임시 편성된 급행 버스를 탔다. 오사카에서도 느꼈지만 B'z-만이 아니라 대규모 공연은 다 그런 듯 하지만-공연이 있는 날은 대중교통마저도 그것을 배려하는 것 같더라. 임시급행이라곤 해도 배를 타고 온 일행들이 끊어둔 1일 종일권으로 탈 수 있어서 문제없었다. 마린멧세에 도착하여 인파와 암표꾼들을 구경하며 굿즈를 사고 여유롭게 마린멧세 주변과 팬들이 착용하고 있는 유서깊은 굿즈들을 구경했다.
입장이 시작되고, 공연이 시작된 후 잠시 마린멧세 앞에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기다리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 인적이 없어진 마린멧세를 떠나 버스를 타고 후쿠오카의 번화가인 텐진을 지나 목적지인 커널 시티로 향했다. 커널시티는 지하에 물길이 흐르는 특징을 가진 거대한 쇼핑몰 같은 곳으로, 후쿠오카에서는 유명한 관광명소인 것 같았다. 여기저기 한국인-중국인이 너무 많아서 팔고 있는 아이템과 매장을 보지 않으면 일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커널 HMV에서 음반과 DVD, DMC 데뷔싱글 사쯔가이를 들어보기도 하고 우리와는 조금 다른 스타일의 옷을 파는 옷가게를 구경하며 돌아다니다가 4-5층에 위치한 클럽 세가에 잠시 들러보았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후쿠오카의 게임센터는 상당히 저질이라서, 기타프릭스-드럼매니아=기타도라가 없더라. 게임센터에서 문득 눈에 띈, 기마건담이 있는 크레인에서 완패를 하고, 5층에 있는 라멘스타지움의 삿포로식 라면가게에서 저녁식사를 했다.
함께 갔던 JK군은 시오라멘을, 나는 미소라멘을 시켰는데 하카타 스타일로 돈코츠와 과감히 결합해 놓은 듯한 느낌이어서 국물까지 다 먹지는 못했다. 식사를 마치고 지하1층 운하를 따라 있는 광장과 상점가에서 물쇼 구경을 하고, 다소 헷갈리는 구조의 커널시티 주변을 뱅뱅돌며 체력을 소모하다가 아는 길을 더듬어 버스를 타고 하카타역으로 이동했다. 11시 경 숙소에 도착해 보니 우리보다 조금전에 도착한 라이브짐 멤버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몇 명이서 특공대를 조직하여 편의점에서 도시락, 주먹밥, 맥주, 빠삐코등을 사서 간단한 노미카이를 즐기며 공연의 감상과 내일의 계획 등으로 이야기꽃을 피우며 MT 분위기를 만끽햇다. 시간은 어느덧 자정이 지나, 1시 반경 취침. 각각의 방으로 돌아가 잠이 들었다. 방의 에어컨 덕분에 시원하다 못해 조금 추위를 느끼며 이불을 둘둘 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