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명으로 출발하여 5명이 남은 후쿠오카 베이베들이 해산하는 날. 그 중에서도 가장 꼬꼬마인 현역여고생 모양은 오사카의 친구와 따로 가 있는 동생들을 만나기 위해 아침 일찍 공항으로 향했다. 씩씩하고 똘똘한 모양이고 단 두 정거장 거리의 공항으로 가는 길이라곤 하지만 혼자 보내기가 좀 그래서 대표로 하카타역까지 배웅을 해주고 돌아와 남은 일행들과 떠날 채비를 했다.
모양에게 강탈한-나중에 알고보니 원래 주고 가려고 했다곤 하지만- 삼각김밥으로 끼니를 간단히 때우고, 가방을 다시 싸고, 그간 질러둔 굿즈와 아이템들로 조금 더 늘어난 짐을 챙겨 숙소를 떠났다. 이제 오후에 배를 타고 한국에 돌아가야 하는 일행들의 마지막 쇼핑을 위해 우선 하카타역의 코인로커에 짐을 맡겨두고 하카타역 부근에 있는 북오프로 향했다.
코코카라=여기부터. B'z의 곡 중 하나. 숙소를 나와 다리를 건너면 있는 표지판.
하카타역을 나와 길을 건너 북오프로 가는 길에 있던 조형물. 앞으로?
북오프에서 다시 한 번 [도쿄 가서 살끄다.. 그럴끄다.. 이거 다 도쿄가면 있다..]를 되뇌이며 아이쇼핑을 즐기고, 후쿠오카를 떠나기 전 마지막 점심식사를 어디서 할까 고민하다 하카타역 부근의 시외버스 터미널이 있는 빌딩에 위치한 식당가를 찾았다. 오코노미야키와 일정식, 이탈리안을 두루 검토하다가 멤버들의 가위바위보로 돈까스를 먹기로 하고 점심을 먹었다.
타이틀은 잊었지만, 가게의 추천 메뉴였던 세트.
비계가 많았지만 식감이 좋았던 것이 기억에 남는 돈까스.
고기도 좋지만 역시 든든하게 밥!
틀린 부분이 많았지만 애교있는 한글로 씌여진 메뉴를 보며 돼지고기가 아닌 무언가가 있던 다양한 메뉴를 각자 선택하고 점심을 해결한 뒤, 역시나 저질이었던 게임센터에서 잠시 시간을 죽이고 이 날 귀국하는 3명의 시간이 다 되어 하카타역으로 이동했다. 코인로커에서 짐을 꺼내어 각자 챙기고, 이젠 익숙해져버린 버스 승강장에서 항구로 가는 버스를 찾아 타는 것으로 일행과 이별을 고했다.
후쿠오카에 혼자 남아 6시에 출발할 예정인 야간버스 시간까지 제법 시간이 남게 된 나는 아쉬운대로 게임센터로 이동, 저질이지만 스트리트파이터4, 사무라이 스피리츠 3D판 최신작, 파픈뮤직 신작 등을 즐기며 시간을 보냈다. 일본의 아케이드 기기는 국내와는 달리 4각 스틱이라 우리나라의 스틱에 익숙한 사람들은 파동권, 승룡권 등의 커맨드를 입력하기 어려운 편인데, 스트리트 파이터4도 예외가 아니라 주력인 춘리와 류를 봉인하고 그나마 필살기를 사용하기 쉬운 블랑카로 연습을 했다. 게임 밸런스와 감각이 상당히 변한 관계로 적응에 조금 시간이 걸렸지만, 그럭저럭 게임의 감을 알았을 때 시간이 애매하게 남았음을 깨달았다.
게임센터를 나와 하카타역 지하 서점에서 DMC 6권과 케로로 17권을 사고 버스 승강장 근처에 있던 커피전문점 벨로체로 향했다. 마침 비가 세차게 내리기 시작해서 적당히 시간을 때우기 위해 찾아간 벨로체는 별다방, 콩다방 등과 비슷한 분위기의 커피숍인데, 가격이 훨씬 저렴해서 440엔으로 커피와 치킨샌드를 시켜놓고 DMC와 케로로를 읽으며 시간을 보냈다.
비가 조금씩 그치고, 버스 시간이 다 되자 버스 주차장에 커다란 야간버스들이 차례차례 도착했다. 그 중 도쿄로 가는 야간 버스도 2편 정도가 있었는데 내가 타기로 한 버스가 비 문제로 30분 정도 늦게 도착하여 잠시 불안하기도 했었다. 다행히 늦은 것 외에는 별 탈 없이 버스에 탑승하여, 다리가 잘라질 것이라는 경고를 떠올리게 하는 다소 좁은 좌석에 앉아 자리를 잡았다. 내가 탄 버스는 3열 버스라고 해서 버스 안의 좌석 배치가 길게 3개 열이 있는 구조였다. 좁긴 했지만 사전에 들은 이야기로 각오를 했던 탓에 그렇게까지 불편하지는 않았고, 승차감도 괜찮아서 편안한 버스 여행을 기대할 수 있었다.
버스가 출발하고 얼마후, 시모노세키에서 최후의 탑승객을 태우고 2시간 간격의 서비스 에리아-휴게소 정차를 예고하고 버스는 고속도로에 올랐다. 조용히, 그렇지만 빠르게 도쿄로 달리는 버스안에서 나는 PSP로 음악을 듣다가 조용하고 어두운 실내, 규칙적인 진동 덕분에 좌석에 준비되어 있던 얇은 담요를 덮고 잠에 빠져들었다. 자정 쯤에 들른 히로시마 휴게소에서 동생 내외에게 선물할 우유당고를 사고 나서는 좀 더 본격적으로 잠들며 다음 순간에 눈을 뜰 때는 도쿄일 것이라는 생각을 해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