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이 때쯤 일본에 다녀간 다음 한국에서 알게되어 땅을 치며 무지를 한탄했던 행사 건담 EXPO. 이번에도 역시 계획하고 움직인 것은 아니었지만 작년과 비슷한 시기를 맞춘 탓인지 건담 EXPO 2008이 개최되고 있음을 알았다. 느즈막히 일어나 인터넷 검색으로 위치와 시간을 확인하고, 6시에 시부야에서 있을 약속 전에 보면 되겠다는 계산으로 길을 나섰다. 목적지는 나와는 도통 인연이 없는 거리일 것만 같은 느낌의 거리 이케부쿠로.
전철을 타기 전에 역 안의 식당에서 간단히 점심식사를 해결하고, 도쿄 시내로 들어가기 위해 가는 노선을 거쳐 이케부쿠로로 향했다. 처음 가보는 곳이었지만 동인지의 거리, 동인녀들의 천국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놔서인지 별 기대는 하지 않고 갔었는데 큰 규모의 역과 역 앞의 번화가와 쇼핑가가 엄청난 곳이었다. 사람이 너무 많아서 내리자마자 조금 질려버리려고 하긴 했지만.
어딜가나 도쿄라면 당연히 있는 빌딩.. 역시 대도시의 번화가였다.
선샤인 시티 앞에 서있던 티거 조형물.
역의 규모가 컸던 탓에 출구를 찾기가 조금 어려웠지만, 일단 역을 나와 보니 의외로 찾기 쉬운 곳이었다. 건널목을 건너 선샤인시티 방향으로 향하는 길가에는 커다란 쇼핑센터와 게임센터들이 즐비했다. 잠시 들어가서 드럼매냐V5를 즐기기도 하면서 느긋하게 인파와 거리를 즐기면서 선샤인시티로 향했다. 선샤인시티는 규모도 크고, 도큐핸즈를 비롯한 유명한 상점들과 옷가게들도 많았지만 게게게의 키타로(귀태랑)와 울트라맨 전시회도 함께 하고 있어서 남녀노소 구분없이 인파로 복작거리고 있었다. 물론 전차남에서 갓 꺼내올린 싱싱한 덕후들과 이벤트를 즐기러 온 어린이들, 그리고 보호자들이 자주 눈에 띄긴 했지만. 선샤인시티의 규모가 컸던데다 약간 길치기어 이그젝스인 탓에 20분 가량을 헤메다 겨우 찾은 건담EXPO 2008 회장 앞에는 입장을 기다리는 줄이 늘어서 있었다.
일정 인원을 일정 시간 간격으로 입장시키는 시스템이긴 했지만 기다리는 시간은 그리 지루하지 않았다. 입구 앞의 축하 화환에 건담OO(더블오) 시즌2 첫번째 오프닝을 부른 우버월드의 이름이 적혀있는 것이 재밌었고, 가샤퐁 자판기와 카드다스 자판기에 달라붙어 있는 아이들을 부러워하다보니 금방 입장할 수 있었을 정도.
입구를 통과하면 제일 먼저 소개되는 것은 역시 TV애니메이션 첫작품 기동전사 건담. 아무로와 샤아의 라이벌 구도를 메인으로, 건담의 세계관과 명장면, 명대사, 음악, 포스터 등의 볼거리 들을거리를 잔뜩 제공하고 있었다. 특히 사람크기로 재현해 놓은 거대 모형들이 멋졌다.
코믹스 불은 혜성의 초상에 등장한 샤아 아즈나블.
같은 코믹스에 등장한 허맨 칸의 어린 시절.
Z건담에 나왔던 한 컷을 재현한 일러스트. 아무리 그래도 나이차이가 얼마냐...
샤아와 아무로의 대립을 테마로 전시하다보니 1979년 방영 당시의 것만이 아닌, 최근의 미싱 링크에 해당하는 작품들도 일부 눈에 띄었다 붉은 혜성의 초상이라던가.
건담의 부스가 끝나고 이어지는 건 Z건담의 부스. 다만, Z건담에선 아무로와 샤아는 주역이 아니었던 관계로 비교적 부스의 구성은 짧은 편이었다.
그나마 아무로와 샤아가 등장이라도 했지만 ZZ에서는 아예 등장도 하지 않았던 관계로 ZZ의 부스는 없었다. 바로 아무로와 샤아의 마지막 이야기 샤아의 역습(=역습의 샤아) 부스로.
샤아의 역습이라는 작품은 아무로와 샤아의 마지막 대결을 그린 작품이자 지금도 가끔 꺼내보면 눈물짓게 만드는 작품이지만, 극장용 애니메이션이었던 관계로 부스의 구성은 짧았다. 좁은 통로 같았던 부스를 빠져 나오면 MG를 비롯한 1/100 스케일 프라모델 킷들이 건담 사가 연대 순으로 전시되어 있었다.
건담 팬이고 프라모델 팬이라면 누구나 한 번 쯤은 생각해 볼 듯한 구성이어서 재밌었지만 일부 기체들은 매력을 제대로 못 살린 포즈가 아닌가 싶었다.
개인적으론 처음 봤던 샤아의 역습 포스터.
ZZ를 비롯한 포스터들.
차세대 건담으로 부각되었지만 그저 불쌍할 따름인 F-91.
프라모델 외에도 각종 포스터가 즐비한 것이 볼거리가 많다는 느낌이었다.
사실 프라모델 작례들은 매우 뛰어난 작례라고 보기는 어려웠지만, SEED 이후의 밀레니엄 건담들을 제외하고 시대별 주역들이 늘어서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운 눈요기 거리였다. 실제로 관심있게 보는 사람들도 많았고.
건담 사가 시리즈 전개상 SEED 시리즈의 소개도 있었지만 최근엔 좀 질려있는 터라 관심있게 보지는 않았다. 스트라이크 프리덤의 모형은 제법 멋있었지만 GAT 시리즈 5대는 비율이 좀 어정쩡했던 느낌이었다. 그리고 최신작 OO(더블오)로 넘어가기 전에 밀레니엄 건담이자 1년전쟁을 소재로 한 풀CG 애니메이션 이글루2의 소개가 있었다.
이글루2의 신작 중력전선의 PV가 상영중이었다. 이번의 주역은 연방군 알보병들.
퍽퍽 깨져나가는 이미지의 자쿠지만 여기서는 거대한 사이클롭스의 이미지인 듯.
이번 작품은 V작전 발등으로 연방에 MS가 등장하기 전인 시기에 벌어진 대MS전을 그리는 듯.
설정파괴-무시라는 말을 들었지만 지온군 측에서 본 1년전쟁의 해괴한 실험기들을 그렸던 전작에 이어 실제 전장의 밀리터리냄새가 짙게 풍기는 작품으로 만들고 있는 듯 하다. 전작만큼의 인기가 있을런지는 모르겠지만...
사진을 많이 찍은데다 워낙 좋아하는 부분이다보니 3부분으로 나눠서 올려야 할 듯. 사진이 많아서 페이지 로딩이 늦는 점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