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결혼으로 화제가 되었던 일본의 공포만화가 이토준지의 대표작이라고 하면 역시 소용돌이를 꼽을 수 있다. 토미에라고 우길 사람들은 저기 가 있으시길.
소용돌이 만화 표지
이토준지 공포 만화 중에서도 상당한 히트를 기록하여 영화화 된 작품이기도 하고,(토미에도 그렇다고 우길 사람은 좀 저리 가 있으시길.) 소용돌이에 얽힌 작은 사건들의 옴니버스적인 형태에서 결국 종말을 맞는 마을의 비극을 그린 이 작품은 이토준지 특유의 그림체에서 오는 음산한 느낌과 이토준지의 장기인 세계관을 뒤흔들어 버리는 패닉 호러, 3권에 이르는 충분한 분량 등으로 발표된지 제법 시간이 흐른 지금도 이토준지를 대표하는 작품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타이틀이 특이한 탓도 있지만.
읽어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이 작품은 비극이다. 소용돌이에 오염된 마을과 사람들은 결국 지하 유적에 끌려들어가 돌이 되어 버리고, 끝내 소용돌이를 이겨내려 했던 주인공들은 힘이 다하였음을 느끼고 결국 유적의 일부가 되어 버린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이 이야기에 나왔던 고대 지도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 마을은 이미 먼 과거에도 적어도 한번 이상은 소용돌이의 저주를 받아 전멸을 당한 역사가 있는 마을이다. 작중의 지도는 그 증거물로, 누군가가 마을의 집들이 소용돌이를 이루고 소용돌이 유적에게 당할 것이라는 운명을 누군가가 기록해 둔 것으로 추정된다. 그것이 종말을 의미하는 것까지는 나와있지 않긴 하지만. 낮에 문득, 밥을 잘 먹고 오다가 소용돌이의 지도를 떠올리게 되었다. 그리고 역사의 반복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고, 문득 이 사회도 소용돌이에 이끌려 있는게 아닐까 하는 어처구니 없는 생각에 도달하게 되었다.
작중의 한 장면
위 사진은, '시선을 잡아끄는 소용돌이'라는 정의에서 힌트를 얻은 것으로 보이는 소용돌이 오염에 대한 에피소드이다. 모르시는 분을 위해 간단히 설명하면, 중앙의 검은 소용돌이 머리를 하고 있는 소녀보다, 왼쪽의 주인공이 먼저 소용돌이에 오염이 되어 주변의 이목을 끌자 그것을 질투한 검은 머리 소녀가 이내 오염되어 주인공과 경쟁을 벌이다 죽게 된다는 에피소드 되겠다. 여러 에피소드 중에서 굳이 이 에피소드를 언급하는 것은, 지금 이 사회가 저렇게 되어 버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개성시대라고 사람들은 말한다. 개성시대라는 말 조차도 이미 촌스러운 말이 되어 버린 것 같긴 하지만, 분명 사람들은 개성의 존재를 소중히 생각하고 또 개성을 살려야 한다고 소리높여 말하고 있다. 하지만 과연 정말 그런 것일까? 다른 사람의 소용돌이를 부러워하고 질투한 끝에, 자기도 소용돌이에 오염되어 먼저 오염된 소용돌이를 말살하고 자기만 살아남고자 하는 저 검은 머리 소녀들로 주변이 가득차 있는 것은 아닐까? 개성을 살리고 싶다고 하면서 결국 다른 사람들과 비슷한 유행에 몸을 맡기면서 단지 튀고 싶은, 남의 시선을 끌고 싶은, 나아가 자기 자신만의 욕심을 채우고 싶어하는 행위를 정당화 하기 위해 개성이라는 말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정말 자기만의 개성, 내가 잘하는 것과 잘하고 싶은 것과 관심이 있는 것, 나만이 할 수 있는 그 무엇에 대해 올바로 알고 있으면서 개성을 논하고 있는 것일까?
위에서 언급한 '지도'가 그 해답이 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소용돌이 지도에는 마을의 운명까지는 나와있지 않지만, 인터넷을 검색하고 책을 펴면, 그 안에 역사 속에서 보여 주었던 답들이 있다. 무엇을 하면 될지, 무엇을 하면 안될지... 과거에 그려놓은 지도들이 그 답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모든 일이 그렇듯, 당장 닥쳐오거나 막 지나간 뒤가 아니면 사람들은 그런 지도가 있거나 말거나 신경조차 쓰지 않는다. 고민거리와 정답에 가까운 조언들이 그 지도들 속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니, 어쩌면 알고 있으면서도 행하지 않는 것일 수도 있다. 그것이 어떠한 이유에서건.
뱅글뱅글 돌고 있는 소용돌이가 눈을 잡아끌고, 사람을 오염시키지는 않는다고 해도 세상은 조금씩 무언가에 오염되어 가고 있다. 작중의 슈이치의 말처럼 다들 미쳐있는 것 같다. 나도 그렇고. 그녀(그)와 손을 잡고 다같이 소용돌이가 되거나, 소용돌이를 피해 열심히 도망치거나. 그 두가지 밖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건지, 궁금해 지는 말복날이다.
...날씨가 덥다보니까, 별 시덥잖은 생각이 다 든다. 첨부한 이미지들은 네이버 검색을 통해 얻은 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