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조촐한 모임자리가 홍대앞이었던 탓에, 근처에 있는 유명 만화 서점에 들러 집어든 두 권. 이니셜D 33권의 원서를 본게 지난 여름이고 라군 5권의 원서를 본 것이 작년 초였으니 대략 나올 때가 되어 나왔다는 느낌. 사실 라군은 발매 소식을 체크하고 있던 덕분에 발매를 알고 찾아갔지만, 이니셜D의 경우는 전혀 예측하지 못한 발매여서 어쩐지 횡재한 기분이었다.
이니셜 D 34권. 표지는 간만에 타쿠미. 갈수록 인물 그림체가...
이니셜 D 34권
관동 지역 최강이라고 불리우는 카나가와현 원정 첫 배틀의 이야기. 33권에서 뭔가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을 보여준 카나가와 지역 팀의 클라이머와 프로젝트 D의 클라이머 다카하시 쿄우스케의 배틀이 전개된다. 결과는 뭐... 이니셜 D 다운 약간 싱거운 전개와 결말. 뒤이어 다운힐에서는 카나가와 팀의 리더와 맞붙는 주인공 타쿠미의 배틀. 다운힐의 결과는 당연히 다음권으로...
전의 이바라키현 배틀의 전개가 길었던 탓에 이번 배틀의 템포가 빠른 느낌이지만, 상대적으로 흡인력이 낮은 편이었다. 이건 34권만의 문제가 아니라, 이니셜 D 라는 작품에 슬슬 한계가 온 것이 아닐까 싶은 느낌이라서 걱정이다. 타쿠미의 러브스토리(도대체 이 작품에서 러브스토리는 제대로 된게 없지만)를 새로 벌려놓은 판에 전개상 풍기는 뉘앙스는 앞으로 10권 안에 끝낼 듯하기도 하고, 인물은 20권 전후로는 독자의 적응+그림체의 변화로 봐줄만 하더니 30권을 넘으면서 도대체 알 수 없는 그림이 되어가는 것도 개인적으론 마이너스. 그렇다고는 하더라도 애초에 매니아 지향의 만화였으니 이제 와서 못보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좀 힘이 실리는 전개와 연출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본다.
블랙 라군 6권
내가 몸담고 있는 서바이벌팀의 이름이기도 한 블랙 라군. 생각해 보면 5권 발매로부터 조금은 빠른 시간안에 나오지 않았나 싶다. 힘빠지는 연출과 미스매치의 레비 성우 탓에 보다 집어던지긴 했지만 애니메이션도 나름대로 2기까지 나왔고, 5권에서 매듭지은 일본편의 엔딩도 매우 블랙 라군 다웠기에 6권도 그만큼 기대를 많이 받아 템포가 빨라지지 않았나 싶다.
6권의 에피소드는 폭력 수녀 에다(개인적으로 무척무척 좋아함)와 라군호 엔지니어 베니에게 눈길이 가는 전개로 꾸며진 위조지폐 제작자 이야기. 다소 황당무계한 설정이긴 하지만, 언제는 이 만화가 황당하지 않은 적이 있던가. 작가 히로에 레이 특유의 스타일리시와 전개가 만족스러운 에피소드였다고 하겠다. 왕가슴 바보로만 그려지던 에다가 의외의 모습을 살짝 보여준 것도 포인트. 근데 이 만화 가면 갈수록 모든 등장인물이 츤데레화 되어가고 있다...
위폐 제작자 에피소드 뒤에는 표지를 장식하고 있는 광견 하녀長 로베르타의 컴백 에피소드가 이어지는데, 이번에는 로베르타가 작심을 하고 전쟁을 벌이려는 듯. 로베르타 휘하의 메이드가 또 한명 등장하여 난리부르스를 보여주는 것이 제법 재미있다... 라기 보다, 안경을 쓰지 않은 메이드는 메이드가 아냐로베르타아아아아!!!가 아직 제대로 모습을 보여주지 않은 것이 아쉽다. 이래선 내년의 7권을 목빼고 기다릴 수 밖에 없지 않은가... 언제나 붙어있는 권말의 서비스 만화도 매우 재밌으니 놓치지 말고 읽어들 주시라.
이제 당분간 기다릴 것은 신암행어사 15권 뿐인가... 우리나라 사람이 만드는 만화를 왜 굳이 번역을 해서 내놓는지 얼른 이해가 가진 않지만, 저작권이라는 것이 걸려있어서 그렇겠거니..하고 기다릴 밖에. 산도가 과연 순순히 문수에게 돌아올 것인지 귀추가 주목되지 않을 수가 없구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