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계획적으로. 항상 이건 내 여행을 지배하는 하나의 모토이고, 항상 그렇게 다녀왔다. 국내에서 잠깐 다녀올 때도 그렇고, 뱅기 타고 멀리 나갈 때도 그렇고. 하지만 작년에 창원에 다녀왔던 엿같은 경험에 이어, 너무나 기뻤던 9월의 나들이를 2008년에 경험하게 되었다. 그것도 1달 전에 다녀왔던 일본, 도쿄로.
2008년 9월 20일 (토)
012345
어쩌다 보니 1년에 한 번 꼴로 다녀 오고 있는 일본이고, 8월에 오랜 기간 잘 놀고 공연도 잘 보고 왔기 때문에 2009년에는 일본을 포함한 외국에는 나가지 않을 각오를 다지고 있던 참이었어랬다. 하지만 B'z 20주년 기념 Pleasure 공연에 대한 기대감과 뽐뿌가 9월초가 되자 무지막지 들이닥치던 도중, 몸담고 있는 카페의 게시판에서 이런 뽐뿌를 받게 되었다.
다시 돌아오지 않을 20주년...알고는 있었지만 막상 닥치자...
결국 동생 내외에게 선물로 티켓만 안겨주려 했던 예정을 대폭 수정, 나도 함께 관람하는 쪽으로 방향을 돌려 모 브로커님의 힘을 빌려 티켓 수배와 뱅기 수배를 하게 되었던 것이다. 너무 늦게 계획을 잡고 뱅기를 구했던 탓에 상당히 비싼 금액으로 뱅기를 탔었지만, 그래도 시간에 맞게 구했다는 것이 위안이었다.
0123
일행과 김포공항에서 합류하여, 비가 오는 듯 마는 듯한 한국을 뒤로하고 하네다 공항에 내리자 날씨는 제법 맑았다. 원래 B'z의 공연에는 비가 함께 하는 법인데 좀 묘한 기분이었다. 일행과 함께 하네다에서 특급을 타고 요코하마로 향했는데, 1시간 반은 족히 걸릴거라고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특급은 엄청난 스피드로 요코하마에 도착했다. 일행과 잠시 헤어져 동생 내외와 만나, 동생에게 잔소리를 조금 얻어들으며 요코하마 스타디움을 향해 잠시 한가한 주택가를 어슬렁거렸더랬다.
0123
가능성은 없었지만 코인로커를 잠시 찾아보다가, 결국 얌전히 스타디움에 도착하여 일행과 합류했다. 함께 출발했던 사람들도 있었고 먼저 출발해서 도착했던 사람들도 있었고. 한국에서 자주 모이던 멤버들을 일본에서 합류해서 공연 관람 직전의 기쁨과 소감을 나누고 있자니 정말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당연히 공연은 그 기대를 몇 배나 뛰어넘는 멋지고 알찬 공연이었기에 나와서는 더더욱 그러했지만. 공연을 보고 스타디움을 빠져나오니 몇 만명이나 되는 인파가 귀가길에 오르느라 큰 혼잡을 이루고 있었다. 하지만 질서 정연하게 이동하고 있던 탓에 그자리에 정지하거나 등을 떠밀려 간다거나 하는 사고는 없었지만. 요코하마 역 근처의 북오프에서 안하던 고전 게임 몇개를 팔아 교통비에 보태고, 택시를 타고 한 정거장 정도를 이동하여 전철을 타고 동생이 사는 타케노즈카로 향했다. 1시간 남짓 걸렸던 시간동안 프습과 nds, 폰게임을 하면서 오덕하게 이동하여, 역 바로 앞에 문이 열려있던 요시노야에서 늦은 저녁겸 야식을 먹고 동생의 아파트에 돌아갔다. 짐을 풀고 샤워를 하고, 카운트다운 TV를 보며 공연 감상과 JPOP 이야기를 하다 잠자리에 들었다. 정말이지 바쁘고 정신없었지만, 8월의 액션 공연 이상으로 기쁨이 가득했던 공연이 있었기에 만족스럽고 충실했던 그런 하루였다.
2008년 9월 21일 (일) 다음날 아침, 연속된 야근 탓에 피로가 쌓여있던 동생이 전날의 공연 후유증을 못 이기고 집에서 쉬게 되었다. 나는 동생과 같은 동네에 사시는 선배님의 집에 들러 보기로 하고 점심째쯤 패밀리 레스토랑으로 이동하여 점심을 얻어먹고, 선배님의 집에서 이런저런 아이템 구경과 세상 이야기를 나눴다. 중간에 전날의 멤버들과 잠시 통화를 했는데, 이 날은 PLEASURE 마지막 공연이 있는 날이라 전날의 멤버들은 다시 닛산 스타디움으로 집합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마지막 공연 답게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거리를 통과하여 마지막으로 얼마 안 가지고 왔던 경비로 몇가지 아이템을 지르고, 선배님과 헤어져 나리따로 가기 위해 우에노역으로 향했다.
0123456
나리따 공항은 3번째 도쿄행에서 처음 이용해 보는 곳으로 멀고 불편하다는 선입견을 가진 곳이었다. 일단 도쿄에서 우에노 역으로 이동하여, 우에노 역에서 스카이 라이너를 타면 1시간 이내에 도착할 수 있는 구조였다. 다른 방법으로도 갈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시간적으로 이 방법이 가장 빠른 편이라고 한다. 스카이 라이너는 한시간에 1~2번 정도 있는 편이고, 가격은 1,300엔 잡으면 남는 정도, 주의할 점은 한국에 올거라면 나리따 공항 2청사에서 내려야 한다는 점 정도. 스카이 라이너 자체는 나름 쾌적하고 편리했지만, 올 때 어글리 코리언의 전형을 보여주는 아저씨 집단이 술마시고 밥먹으며 시끄럽게 냄새를 피워주신 덕분에 한국사람 티를 안내려고 무지 노력했던 기억이 새롭다.. 쯧.
01234567
나리따 공항 자체는 아직도 새로 지은 느낌이 남아있는, 간사이 국제 공항 같은 느낌을 주는 곳이었다. 국제선이 많이 들어오는 공항이라 청사가 나뉘어 있는데, 2청사에서 티켓팅을 하고 남은 잔돈을 털어 기념품을 조금 사고 마지막으로 라멘을 먹었다. 맛은 뭐 그냥저냥.... 1박 2일이라는, 36시간도 안되는 여행을 마치고 비행기에 오르는 기분은 그저 아쉬울 따름. 아쉬운 기분들은 모두 뒤로 넘기고 비행기에 몸을 싣고 인천공항으로 돌아와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남은 것은 공연의 강렬한 기억 뿐이었지만, 사실 그것만을 위하여 떠났던 길이었기에 후회는 없다. 이제 좀 멀리 내다봐야 할 먼 나들이를 생각하며 일상에 매진해야 할 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