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ikishen의 기억 제4막 - 색선희준 블로그

이 건물 안에 있다
일부러 올드한 느낌을 낸 듯
그 이름, 청량오락실!
슈퍼마리오3 포스터
캡틴코만도!
슈퍼 스트리트 파이터 포스터!

2024년 10월 경, 인터넷상에 미묘한 이름 하나가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청량오락실'이라는, 80년대나 90년대에 청량리에 있었을 것 같은 느낌의 오락실 이름 같은.. 그런 단어였는데, 실제로 청량리에 있는 오락실이라고 했다. 90년대 였다면, 2000년대만 되었더라도 별로 특이할 것 없는 단어이자 이름이겠으나.. 2024년에 오락실이 새로 생겼다는 건 그 자체로 흥미로운 사실이라 할 수 있는 사건이었다. 그리고, 90년대 오락실에서 시간을 보냈던 소년들이라면 다시 찾아갈만한 장소라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입구 옆에 있던 사이드 암즈
가운뎃 줄 을 가려주던 펌피럽
버그 때문에 진행이 잘 안되던 호혈사일족2
세가 아케이드 레이싱 클래식2...
캐딜락, 3원더스, 수왕기!
텐가이, 스트라이커즈 1945 2와1
라이덴2, 선셋라이더스,블러디 브라더스, 마징가Z
월드히어로즈2제트, 킹오파94는 고장...
천지를 먹다2, 던전즈 앤 드래건즈 2
메탈슬러그3, 에이리어88
용호의권2, 블러디 로어2
초강전기 키카이오, 뱀파이어 헌터
사무라이 스피리츠 1과2
아랑전설 스페셜, 사립 저스티스 학원
버추어 파이터 2.1, 철권3, 철권 태그 토너먼트1

 한 번 시간을 내어 찾아가 봐야겠다고 생각만 하던 어느 주말, 지인의 초대 덕분에 시간을 만들어 볼 수 있었다. 주말 오전에 아직 한가할 때 도착을 하여, 가동중인 기기 들을 대략 전체적으로 사진을 찍어볼 수 있었다. 여기에 사진이 없지만, EZ2AC 와 타임 크라이시스2 도 가동 중이었고, 스노우 브라더스1과 테트리스(아타리 아케이드판), 스트리트 후프2, 세이부 축구 등의 스포츠 게임들도 가동 중이었다. 게다가, 모든 게임의 플레이 요금이 100원!! 대충 오락실을 둘러본 후, 일단 천원어치만 놀아볼까 하고 카운터에서 1만원 지폐를 1천원 지폐 10개로 바꾸어 1천원 후원 모금을 하고 나머지 1천원을 100원 동전 열개로 바꾸어 바지 주머니에 넣었다. 요즘 세상에는 도대체 쓸데가 없는 100원 동전이, 그 무게 이상의 가치를 느끼게 하는 순간이었다.

저스티스 학원을 골라 노멀 엔딩
1등! 좋지 못한 스코어..

제일 먼저 동전을 넣었던 것은 '사립 저스티스 학원(=라이벌 스쿨)'이었다. 일본어판으로 가동 중이었고, 가동한지 얼마 안되서인지 사쿠라나 헬멧 벗은 아키라, 라이조, 효 등의 보스 캐릭터들은 아직 오픈되어 있지 않았다. 당시에도 주력으로 사용하던 저스티스 학원을 골라 히데오&교꼬 콤비로 플레이해 보았는데.. 중간보스 전을 제대로 플레이하지 못해서 노멀엔딩으로 만족해야 했다. 사실 히데오는 거의 당시 감각 그대로 플레이했는데, 교꼬의 운용법을 완전히 잊어버린 탓이 컸다. 몸이 기억할 줄 알았는데.. 

데이토나2는 완주는 했는데 15위...
블러드 브라더스..1위!! 허접하도다..

전체적으로 그리운 게임들이 잔뜩 모여있어서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즐거웠지만, 기체들의 상태가 아주 좋다고는 할 수 없는 점이 아쉬웠다. 그것마저, 90년대에 많이 있던 정비 자주 안하는 동네 오락실을 재현했다고 한다면 그것대로 괜찮을 수도 있고. 요즘 세상에도 집에서 레트로 아케이드 게임들을 즐기는 플레이어들이라면 그 어떤 오락실 스틱보다 상태가 좋고 짱짱한 가정용 스틱이나 컨트롤러로 즐기고 있을테니, 오히려 이 청량오락실의 기기 상태에 대해서 아쉬움을 느낄지도 모르겠다. 그러면 어떠랴. 단돈 100원인데!!

스파2 대시 클리어
엔딩 컷에서는 노멀 컬러로 바뀐다
지미! 마미! 지미! 마미! 감동의 엔딩
8연승하고 클리어한 후 이름 새겼다ㅎㅎ

결국 지인들과 함께 2층 중국요리점에서 중식으로 중식을 먹고, 다시 오락실로 돌아와 바꾼 코인들을 소진하기로 했다. 사진으로 남기지는 않았지만 지인과 함께 뱀파이어 헌터 대전을 즐기기도 하고, 스트리트 파이터2 대시 대전으로 불타오르기도 하고, 호혈사 일족2를 시작했다가 클라라 스테이지에서 버그가 발동하여 어쩔 방도 없이 게임오버가 되기도 하고, 저스티스 학원을 즐기던 중 옆에서 아랑전설을 하던 어떤 이가 들고왔던 커피를 뿜어서 옷을 닦느라 한 라운드를 버리기도 하고(사과도 안하고 사라지더라...). 

같은 건물안에 있는 청량영화관의 상영 푸로그램!

기기의 상태가 아쉬운 경우도 있었지만, 만약 에뮬레이터로 게임을 자주 즐기는 분들이라면 알 것이다. 브라운관 모니터에 실기 기판을 연결한 오락실 기기로 즐기는 감각의 각별함이라는 것이 있다는 것을. 비록 오래도록 사용되어 상태가 썩 좋지 않은 화질의 화면과, 정말 90년대 열심히 사용되던 스틱과 버튼의 감촉, 그리고 누군지는 모르지만 옆에 앉은 사람과 실력을 겨루거나 힘을 합쳐 게임을 즐겨나가는 감각. 그것이, 이 청량오락실에는 있었다. 90년대 오락실의 감각과 느낌이 가끔 생각나는 분들이라면, 철수하기 전 꼭 가봐야만 할 스팟이 아닌가 싶다. 

청량오락실 외부에서만 볼 수 있는 인테리어. 저 작은 TV!!

이 '청량오락실'은 이벤트 성으로 운영하는 오락실로, 최초 2024년 말에 철수할 예정이었으나 많은 성원과 관심 덕분에 조금 더 운영할 예정이라는 뉴스가 있었다. 내 생활 반경에서 가까운 거리는 아닌지 언제 다시 가보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레트로 게임을 좋아하는 다른 지인들과 또 시간을 내어 한 번 즐기러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게 언제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