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ikishen의 기억 제4막 - 색선희준 블로그

생각해보면, 나의 부모님은 결혼기념일을 챙기시지 않았다. 이런저런 가정 사정이 있기도 했고, 그런 기념일을 챙길만큼 삶이 녹록치 않았던 것 같다. 그런 집에서 자란 나는, 가능한 기념일을 챙기려고 노력하는 편이 된 것 같다. 2025년에는 다소 힘을 빼고 서울에서 크게 멀지 않은 가평으로 짧은 여행을 다녀오기로 했다. 아침에 급히 일이 있어서 약간 일정에 차질이 생겼지만, 결론적으로 큰 문제 없이 점심을 예상했던 잣두부&막국수 전문점에서 먹을 수 있었다.

잣두부, 메밀전, 간소한 밑반찬
다소 추웠지만 물막국수

가평을 처음 와보는 건 아니었는데, 특산물이 '잣'인 듯 했다. 견과인 건 잘 알고 있지만, 길가에 '잣 엿'이라고 써놓은 간판을 보게 되면 뭔가 복잡한 기분이 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사실 복잡한 내 머릿속이 문제인 거겠지. 그나저나, 이제 이가 약해져서 엿은 무리에요. 그래서 못 먹은 겁니다. 흠흠.

...모아이???
밥 먹었으면 디저트에 커피!

점심을 먹은 식당 근처에... 파판5의 바닷속에서 본 것 같은 무언가가 보여서 차를 세우고 다가가보니 정말로 모아이가 서 있었다. 이것도 무언가의 운명인가 싶어서 이끌려 들어간 카페는, 리모델링을 하고 가오픈을 한 상태였지만 영업을 하고는 있었기에 숙소의 체크인 시간까지 잠시 쉬어가기로 했다. ...물론, 이 카페는 여행 스케쥴을 잔 아내의 계획에 들어있던 곳이었다. 그럼요.

예약했던 숙소. 아침고요 시리즈 근처...
날씨도 시간도 적절했다

가평 여행이라고는 하지만, 실제로는 아침고요...시리즈를 구경하는 것이 목표였기 때문에  숙소나 식당도 다 거기서 멀지 않은 곳에 있었더랬다. 동선이 효율적이기도 하고, 생각보다 많은 펜션들이 멀지 않은 동네에 들어차 있는 것도 꽤나 놀라운 부분이었다고 하겠다. 숙소는 어찌보면 이런 여행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느낌이기도 했지만, 깔끔하고 따뜻한 것이 좋았다. ...근데 어디서 들려오는 소리인 건지 닭이 우지짖는 소리가 꽤나...

체험프로그램이 있었다.

숙소에 짐을 풀고 조금 쉬었다가 아침고요동물원으로 이동했다. 원래 계획은 숙소의 노래방을 이용하는 것이었는데.. 노래방은 스위트룸에서만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을 놓쳤던 것을 도착해서야 알게 되었다. 아쉬움은 남았으나 뭐 어쩔 도리가 없었으니... 남은 시간을 어떡할지 조금 고민해보다, 무리하지 말고 느긋하게 쉬기로 했다. 숙소도 마음에 들었으니 숙소를 이용하지 않으면 또 아쉬우니깐. 

동물원 입구
왈라비
기니피그
말!
미어캣
알파카 새끼
나귀
타조
카피바라
공작
공작왕
오리
여기도 공작
거위?

날이 춥기도 하고 동물원의 부지가 아주 좁지는 않았으나 동물들에게는 조금 좁은 느낌이 없지 않아서, 동물들이 다들 조금 지쳐있는 느낌이 들었다. 우리가 찾아간 시간이 늦어서 그럴 수도 있었겠지만. 준비된 이동경로를 따라 동물들을 둘러보며, 실로 오랫만에 실제 동물을 가까이에서 만나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말이나 타조, 사자 쯤 되면 비디오 게임 속의 몬스터와 조우하는 느낌을 받게 되기도 했다. 공작새들을 모아놓은 곳에서는 유난히 눈에 띄는 큰 공작이 있었는데, 보는 순간 공작왕이다... 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게 되었다.

주차장에서 올라가는 입구
입구에 있던 갤러리
수목원의 브리핑 같은 느낌

동물원을 나와서, 수목원으로 향했다. 계획을 세울 때는 일몰시간에서 한 시간 정도 전에 수목원에 입장해서 낮시간의 수목원과 밤시간의 수목원을 모두 체험해보자는 계획이었는데, 딱 그 계획에 맞게 움직일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3월 초라는 아직 겨울의 그림자가 남아있는 계절의 수목원에 무슨 '수목'이 얼마나 있을까 싶었지만, 이 계절의 '아침고요수목원'은 사실 '밤중시끌조명원'이었더랬다...

벌써부터 불빛장식들이 보인다
공룡과 사투를 벌이다
스머프와 발을 맞추다
사슴 가족
벌써부터 조명들이 화려하다
끝까지 걸어가니 카페가 있어서 잠시 쉬어갔다

물론 해가 지기 전에는 조명 효과가 좋은 곳과 덜한 곳이 있긴 했지만, 해가 뉘엿뉘엿 져 가는 시간이었던지라 대략 어떤 느낌의 불빛들이 있겠구나 하고 예상할 수 있는 시간을 보내며 수목원을 쭉 돌다 보니, 몸도 카메라(...)도 쉬어갈 필요가 느껴지는 시간이라, 가장 안쪽에 있던 카페에서 잠시 쉬었다 가기로 했다. 그리고 이대로 해가 지기를 기다리면...

- 2편에서 계속..?